‘초단편 외길 9년’ 김동식 작가의 첫 단편집
도파민을 자극하면서 충격까지 선사하는 ‘레벨 업’ 욕망 판타지
2년 동안 300여 편, 7년 동안 1,000편 이상.
위 기록은 각각 김동식 작가가 데뷔 전과 데뷔 후에 집필한 작품 편수다. 김동식은 10년 동안 공장에서 일하며 떠올렸던 이야기들을 2년간 300여 편의 글로 완성해 인터넷 커뮤니티 공포게시판에 올렸고, 작품을 선별해 『회색 인간』 등 초단편집을 출간하며 데뷔했다. 이후 단숨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그는 직장을 나와 창작에 전념했고, 수년간 〈카카오페이지〉, 〈밀리의 서재〉, 〈월간 중앙〉 등 지면에서 1,000편 이상의 작품을 발표했다. 초단편의 평균 분량 원고지 30매로 계산하면 총 3만 매. 대하소설을 훌쩍 뛰어넘는 분량을 소화하면서 그는 30만 종이책 독자와 1,000만 인터넷 독자를 만났다. 앞선 인터뷰에서 그가 수차례 밝힌 것처럼, 독자 댓글은 그의 “글쓰기 선생님”이 돼주었고 그는 수많은 독자와 호흡하며 자신의 글을 갈고닦았다. 그리고 마침내 그의 첫 단편집 『현실 온라인 게임』이 출간되었다.
“(…) 이번 소설들에서 (많은) 시도를 했습니다. 캐릭터를 다양화하고, 각양각색의 장면을 추가하고, 주제를 더 심도 있게 표현해 보기도 하고, 맛있는 대사나 장면도 넣어보려 하고. 그리하여 기존 저의 초단편보다 더 풍성한 단편이 나왔습니다.” _〈작가의 말〉 중에서
『현실 온라인 게임』은 김동식 작가가 ‘리디 우주라이크소설’에 발표한 원고지 100매 이상의 단편소설 「내일을 부르는 키스」(2022), 「현실 온라인 게임」(2023), 「이세계 과몰입 파티」(2024)가 수록된 단편집이다. 이번 단편들은 빠른 속도로 끊임없이 흥미로운 상황을 연출하는 김동식만의 스타일이 녹아 있으면서도, 기존 초단편보다 분량이 늘어난 만큼 캐릭터, 장면화 등 재미 요소가 더 깊어지고 풍성해졌다. 특히, 한층 더 부피감 있게 쌓인 장면 및 내면 묘사는 예상할 수 없는 상황 전개와 맞물려 높은 몰입감을 느끼게 한다.
세 작품이 공통적으로 다루는 주제는 ‘레벨 업’에 대한 욕망이다. 김동식은 한층 더 특별한 존재가 되고 싶단 욕망에 사로잡힌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고, 그에게 단숨에 욕망이 실현되는 비현실적 상황을 부여한다. 주인공은 이 엄청난 축복 속에서 욕망 실현의 행복감을 느끼지만, 곧 예상치 못한 사건이 터져 재앙을 맞닥뜨린다. 이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건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전개되고, 이는 독자로 하여금 단순한 재미를 넘어 ‘나’라는 인간과 내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한 충격마저 느끼게 한다. 경쾌함과 묵직함. 이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점에서, 이번 소설집은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김동식의 판타지 월드를 보여준다.
현실의 룰을 게임 세계처럼 개조하는 김동식의 거침없는 상상력
‘현실 같은 게임, 게임 같은 현실’에 중독된 이들의 좌충우돌 분투기
게임처럼 자신의 인생을 특별하게 레벨 업 시켜줄 치트키.
김동식이 주인공들에게 부여하는 비현실적 상황을 한 줄로 표현하자면 위와 같다. 이 ‘치트키’는 각 작품에서 각기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현실 온라인 게임」에서는 ‘텔레포트’처럼 게임 안에서나 쓸 수 있었던 스킬을 현실에서도 쓸 수 있도록 제공하는 어느 게임의 보상 서비스로, 「이세계 과몰입 파티」에서는 자신이 이세계의 전생자이며 심지어 마왕을 무찌른 영웅이었다고 믿어주고 숭상해 주는 동료들로, 「내일을 부르는 키스」에서는 키스를 하지 않으면 하루가 무한히 리셋되어 반복되는 저주의 신비로운 힘으로 등장한다. 각 단편은 주인공이 이 터무니없는 상황을 계속 이어 나갈지 말지를 결정하는 선택의 기로에서부터 시작한다. 주인공들은 큰 망설임 없이 자신에게 주어진 치트키를 사용하는데, 그들은 특별한 존재로 레벨 업 하고 싶은 욕망을 남들보다 더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도파민형’ 주인공들은 치트키 덕분에 탄탄대로를 걸으며 인생 최고의 순간을 맞이한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김동식은 그들의 발목을 잡으며 사실 치트키를 사용하는 데엔 비용이 든다고 통보한다. 계속해서 ‘스킬’이라는 이름의 게임 보상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선 위법적인 퀘스트를 감행해야 하고, 계속해서 용사 파티의 동료들에게 인정받고 싶다면 눈앞의 현실을 외면해야 하며, 계속해서 저주를 원하는 대로 사용하고 싶다면 좋든 싫든 배우자와 함께해야 한다고 말이다. 이에 주인공들은 앞으로 닥칠 위험을 무시한 채 기꺼이 비용을 지불한다. 이때부터 주인공들의 인생을 건 진짜 게임이 시작된다. 그렇게 배팅에 배팅을 거쳐 마지막 고비에 다다랐을 때, 주인공이 마주하는 것은 화려한 보상이 아니다. 바로, 자신과 마찬가지로 이 게임에 인생을 건 또 다른 플레이어다. 그때서야 주인공은 깨닫는다. 자신에게 주어진 치트키가 자신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 인생을 건 게임의 플레이어가 자신만이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그 경쟁 상대가 나의 애인 또는 절친 또는 가족일 수 있다는 것을. 이처럼 『현실 온라인 게임』은 욕망의 민낯이 벗겨지는 과정을 흥미롭게 보여주며, 결말부에선 반전을 통해 나 자신과 내가 사는 세상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충격을 선사한다.
「현실 온라인 게임」
임무를 수행하면 판타지 세계에나 있을 직업과 스킬을 얻고 그 스킬을 현실에서도 쓸 수 있는 게임 〈현실 온라인〉. 주인공은 '마법사'로서 스킬을 이용하며 특별한 현실을 살아가던 중 고대하던 승격 임무를 부여받는다. 그런데 그 임무란 위법행위에 가담하는 것이었고 주인공은 게임을 그만둬야 할지 고민하는데….
「이세계 과몰입 파티」
자신들은 원래 ‘보그나르’라는 이세계에서 용사로 활약했지만, 마왕의 저주로 기억을 잃었다고 믿는 사람들. 이들은 전생의 기억을 되찾기 위해 ‘보그나르 역사 찬술 모임’을 결성한다. 주인공은 그들과 함께 과몰입하며 단순한 즐거움을 넘어 스스로 ‘혹시 내가 진짜 전생자가 아닐까?’라는 의문을 품게 된다. 그러나 모임의 한 일원이 로또에 당첨되면서 돌연 탈퇴를 선언하고, 분위기는 급변하기 시작하는데….
「내일을 부르는 키스」
신혼여행지에서 키스를 하지 않으면 하루가 리셋된 채 무한히 반복되는 저주에 걸린 부부. 부부는 저주의 리셋 능력을 이용해 엄청난 부를 쌓고 꿈 같은 삶을 영위해 간다. 시간이 지나 사랑이 식어버린 두 사람은 우발적으로 서로 떨어지게 되고, 여러 악운이 겹쳐 24시간 안에 만날 수 없는 상황에 처하는데….
허블과 우주라이크소설 공동 기획 첫 책
독자와 호흡하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김동식의 새로운 시작
"글 쓰는 데 가장 큰 힘은 독자분들의 댓글입니다".
김동식 작가가 인터뷰를 통해 수차례 밝혔듯이 그를 쓰게 하는 힘은 댓글, 즉 독자에게서 나온다. 인터넷 커뮤니티 공포게시판에서 시작해 온‧오프라인 연재처에서 글을 써온 그에겐 실시간으로 독자를 만나는 것부터가 창작의 시작이었고, 이번 『현실 온라인 게임』도 독자와의 만남에서부터 시작했다. 이후에도 우주라이크소설에 발표할 당시 달렸던 댓글을 참고해 개고를 진행했고 비로소 『현실 온라인 게임』이 완성되었다, 이처럼 이번 책은, 그리고 김동식은 마지막까지 독자와 호흡하며 끊임없이 변화해 나갔다.
앞으로 허블은 『현실 온라인 게임』을 시작으로, 리디 우주라이크소설과 협업해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선보일 예정이다. 독자에게 보다 가까이 다가가 함께 호흡하면서 자신만의 독창적이고 변화무쌍한 세계를 선보일 작가들이 현재 준비 중이다. 오는 2월, 『현실 온라인 게임』을 다음 책으로 정해연의 소설집이 출간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