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은 지상에 보이는 부분과 지하에 숨은 뿌리와 형태도 거의 같아서 대칭을 이룬다고 한다. 꽃이 피는 것도 땅속에 큰 조직이 있기 때문이다. 지식도 인간이란 나무가 피운 꽃이다. 아름답다고 해서 꽃만 꺾어와 꽃병에 꽂아 두면 금세 지고 만다. 꺾어 온 꽃이 자기 것이 아니라는 것은 이 하나만 봐도 알 수 있다. (p.20)
아이러니하게도 학교가 더 열심히 할수록, 더 많은 지식을 제공할수록, 더 많은 학습자가 수동적으로 행동하게 된다. 진정한 교육에 실패하는 것이다. (p.25)
읽다 보면 감탄하는 부분, 위화감을 느끼는 부분,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 등이 나온다. 이것을 모조리 적는다. 반복해서 마음에 와닿는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은 중요하다. 알 수 없는 수수께끼 같은 부분이 자꾸만 나타나면 그것도 주의가 필요하다. 바로 이런 부분이 소재다. (p.38)
오랫동안 마음속에 품고 있던 것에는 신비한 힘이 있다. 잠들어 있던 주제는 눈을 뜨면 엄청난 활동을 한다. (p.47)
이것이 착상의 에디터십이다. 사람을 취하게 하는 힘을 가진 재미있는 표현은 이렇게 생겨나는 것이다. (p.59)
진정한 정리는 그런 게 아니다. 1차적 사고를 보다 높은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질적 변화다. 아무리 지식이 많고 사고와 착상을 밥 먹듯 해도 그것만으로는 2차적 사고로 승화되지 않는다. 그 사고를 재우고 화학적 변화가 일어나기를 기다려야 한다. 그렇게 화합된 사고는 이전과는 다른 ‘메타사고’가 된다. (p.87)
아무리 잊으려고 해도 영원히 남는 어떤 것들이 있다. 그 사람의 깊은 곳에 자리한 흥미, 관심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p.106)
이 수첩 안에서 아이디어는 잠시 쉰다. 재우는 동안 숨이 끊어져 버리면 가차 없이 버린다. 재우는 동안 살이 붙지 않은 것은 결국 인연이 없던 것이다. 다시 봐도 역시 재미있다 싶은 아이디어는 살아있는 것이다. 그냥 놔두지 말고 다른 곳에서 좀 더 푹 재워둔다. (p.111)
자신의 머릿속 관문을 통과한 것은 다른 사람의 머릿속 관문을 통과할 가능성도 그만큼 크다고 봐도 좋다. (p.112)
지식을 쌓아야 한다는 것에 정신이 팔려 머릿속에 들어온 지식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박식한 사람이 생겨난다. (p.142)
어떤 지식은 버려야 한다. 그걸 자연스럽게 폐기하는 것이 망각이고, 의식적으로 버리는 것이 정리다. (p.145)
인간이 진정으로 인간다워지기 위해서는 기계의 손이 닿지 않는, 혹은 닿기 어려운 일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창조성이야말로 가장 위대한 일이다. (p.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