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죄송합니다. 여기, 이 주문 메시지를 보고 제가 오해를 했나 봐요.”
배달기사는 완수에게 치킨을 건넸고, 완수는 치킨 봉지에 붙은 영수증 속 선애의 메시지를 소리 내 읽었다.
[ 마지막으로 정말 맛있게 먹고 싶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뭐야? 도대체 왜 이런 말을 썼어? 뭐가 마지막이야?”
선애의 얼굴이 빨개지기 시작했다. 경찰관, 구급대원, 경비 아저씨까지 모두 선애를 쳐다봤다. 선애는 자신에게 쏠린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웠다. 그대로 고개를 푹 숙인 채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다…… 이…….”
“뭐라고? 크게 좀 말해 봐.”
“아, 다이어트라고! 내일부터 다이어트 한다고! 다이어트 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진짜 맛있게 먹고 싶다고 쓴 거라고!”
선애의 말에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빵 터졌다. 선애의 얼굴은 더 빨개졌다.
“정말 죄송합니다. 괜히 저 때문에.”
- ‘프롤로그’ 중에서
“아니, 원장님. 애들 관리를 대체 어떻게 하는 거예요! 제가 한두 번 말씀드린 게 아니잖아요.”
“하은이 어머님, 진정하시고요. 지난번에도 말씀드렸던 것처럼 그게 저희가 막 뭐라고 할 수 있는 게 아니어서요. 저도 이미 몇 번이나 전화로 말씀드리기는 했는데…….”
“아니, 그래서요? 우리 애들이 언제까지 피해를 보고 있어야 하는데요? 우리 애가 뭐라는 줄 아세요? 유치원만 가면 자꾸 입맛이 없대요, 입맛이. 그 냄새 때문에.”
“세호 어머니, 그럼 제가 등원하면 꼭 양치부터 시키겠습니다. 그러면 세호나 하은이, 민정이도 다 괜찮을 거예요.”
“아니, 그걸 왜 선생님이 해요? 선생님이 걔 개인 교사예요? 원래는 그 시간에 우리 애들 챙겨주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아니 그럼 막말로, 저희 애도 이제 앞으로 아침에 양치 안 시키고 보내도 되는 거예요? 선생님이 애들 양치 다 시켜주실 거냐고요.”
- ‘2. 유치원’ 중에서
“너 혹시 감귤에서 명품도 산 적 있어? 나 감귤에 내가 진짜 사고 싶던 백이 나왔길래 얼떨결에 산다고는 했는데, 이런 데서 몇백만 원짜리를 사려니까 겁이 나네.”
“너 벤 잡았구나? 감귤에서 거래하기로 한 사람 아이디 좀 봐봐.”
선애는 조동의 말에 바로 어플에 들어가 자신과 거래한 사람을 확인했다. 정말 아이디가 ‘Ben’이었다.
“어떻게 알았어?”
“나도 한번 잡은 적 있거든, 벤.”
“그게 무슨 소리야?”
“요즘 우리 동네 감귤마켓에 명품이 자주 올라오거든? 각종 명품백들부터 시작해서 액세서리나 주얼리, 시계까지 올라오는데 하나같이 진짜 완전 핫한 것들만 올라오는 거야. 심지어 시세보다 훨씬 싸게 파는데 사용감도 거의 없고, 품질보증서에 백화점 영수증, 박스랑 쇼핑백까지 완벽하다니까? 우리 동네 사람들 사이에서 난리가 난 거지. 근데 그걸 파는 사람이 한 사람인 거야.”
선애는 조동의 말에 바로 벤의 거래 목록을 봤다. 30건 넘게 남아 있는 거래 목록은 마치 인터넷 면세점을 보는 듯했다. 정말 그녀의 말처럼 가방부터 시작해서 시계, 주얼리랑 액세서리까지 온갖 핫한 아이템으로만 가득했다.
신기했다.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이기에 이렇게 많은 명품을 가지고 있고, 또 왜 굳이 다시 파는 것인지……. 심지어 헐값에.
- ‘면접관에서 면접자가 되었다’ 중에서
“저 이거 100상자 주문 가능한가요?”
100상자라는 말에 두 부부의 눈이 커졌다. 장인은 바로 포도밭을 바라보며 수확할 걱정부터 했다.
“혹시 직접 배달을 해주실 수 있을까요? 제가 배달비는 넉넉하게 드릴게요.”
“배달? 어딘데? 한 군데로 가는 거야?”
“아뇨. 100상자가 다 달라요.”
“그럼 100군데라고?”
여자는 주소가 빼곡하게 적힌 종이를 장모에게 전했고, 장모는 그 주소를 보며 깜짝 놀랐다. 대부분은 서울이었지만, 대구나 부산, 광주나 여수까지도 있었기 때문이다.
“우선 1000만 원은 지금 현금으로 드릴게요. 그리고 먼 지방은 따로 계산해서 더 드리고요.”
“아니야, 아니야. 아무리 먼 데가 있다고 해도 서울이 대부분인데, 한 번 움직이면 하루에 열 군데도 더 돌 수 있으니까 우리가 이득이면 이득이지, 더 줄 필요는 없어. 근데 이거 아무리 그래도 너무 많이 쓰는 거 아니야? 포도로 1000만 원을 쓰는 건데? 선물하는 건가?”
“예. 제가 꼭 인사를 해야 하는 사람들이거든요. 마지막으로…….”
- ‘7. 샤인머스캣’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