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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아닌데도 밤이 되는


  • ISBN-13
    979-11-981721-5-0 (03810)
  • 출판사 / 임프린트
    핀드 / 핀드
  • 정가
    16,8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4-08-19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최리외
  • 번역
    -
  • 메인주제어
    에세이, 문학에세이
  • 추가주제어
    -
  • 키워드
    #에세이, 문학에세이 #밤 #번역가 #에세이스트 #낭독 #목소리
  • 도서유형
    종이책, 무선제본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20 * 188 mm, 216 Page

책소개

당신의 ‘곁’에서 밤을 만드는 목소리

쉬이 잊히지 않는 농도 짙은 ‘처음’의 순간들

 

“나는 이 ‘진한 책’을 여러 밤 곁에 두고 아껴 읽었다.”

―안희연(시인) 강력 추천

 

촉망받는 번역가로, 매력적인 낭독자로 활동하며 팬층을 넓혀가고 있는 최리외의 첫 책 『밤이 아닌데도 밤이 되는』이 출간되었다. 최리외의 문장이나 목소리를 한 번이라도 마주한 사람들은 충분히 공감할 터, 그의 글과 그의 음성은 쉬이 잊히지 않아 자꾸 떠올리게 되고, 결국 그의 마음이 닿는 곳을 함께 아끼게 된다. 『밤이 아닌데도 밤이 되는』에는 작가로서 시작하는 ‘최리외의 모든 것’이 담겨 있어 최리외의 첫 책을 손 모아 기다리던 독자들에게 더없이 기꺼운 마중물이 된다. 최리외는 이 책에서 장르를 넘나드는, 혹은 장르를 특정할 수 없는 매혹적인 글쓰기를 통해 농도 짙은 독서의 매력을 선사한다. 책을 읽고 나면 “어느 경우든 유려하고 탄탄한 문장이 뒷받침되기 때문에, 책을 읽어 내려가는 동안 장르 구분이 무용해질 만큼 충분한 아름다움을 이미 느꼈다”는 안희연 시인의 감상에 크게 고개가 끄덕여진다. 

최리외는 한국어와 외국어를 오가며 사고하고 감각하면서 자신을, 주변을, 세상을 이해하려고 부던히 애쓴다. 최리외는 “모두가 중심에 놓인 문장에만 시선을 던질 때 각주로 처리된 작은 글씨, 단편적인 이야기 속에 진심과 진짜가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고 주목하는 사람”(안희연, 추천의 글)이다. 현실의 한복판에 있으면서도 구석진 곳에 눈을 돌릴 줄 아는 따뜻하고 섬세한 최리외의 시선을 따라가다보면 거기에는 ‘사랑’이라는 덩어리가 있다. 최리외는 그 사랑을 매만져 ‘곁’에 있는 ‘너’와 ‘곳’을 ‘나’의 깊은 마음으로 품어준다. 편지와 낭독을 좋아하고 목소리가 지닌 가능성에 관심이 많은 사람, 최리외가 닿고자 하는 곳은 오직 당신의 ‘곁’이다. 그리하여 최리외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편지에 대한 편지’를 쓰고 ‘허공 아닌 허공’을 향해 말을 건다. 최리외가 목소리를 내면 깜깜한 무대가 환해지고, 그의 목소리에 집중하고 있으면 환한 낮도 밤의 기품을 갖게 된다. 그렇게 ‘밤을 만드는 사람’ 최리외와 함께 있다보면 ‘밤이 아닌데도 밤이 되는’ 신비를 경험하게 된다. 

 

 

유려한 필치, 매혹적인 에세이스트의 탄생! 

 

최리외는 『밤이 아닌데도 밤이 되는』에서 오랜 기간 세련해온 자신의 글쓰기를 차분하고도 유려한 필치로 풀어낸다. “고독한 목소리의 중얼거림./발화함으로써 증언이 되는 기억, 고통, 그리고 사랑./발화되지 않은 채 내내 누군가의 입술 언저리에 묻어 있는 기억 밑의 기억들.” “그러나 동시에 다정하며, 사랑을―그것이 죽음과 닿아 있더라도―말하는 글쓰기.”(27면) 때로는 아프고 때로는 용감하며 때로는 환해지는 최리외의 이야기들은 결국 읽는 사람을 행복하게 한다. 그가 접어둔 책의 페이지를 같이 펼쳐보고 싶고, 그에게 말을 건네고 싶은 욕망이 절로 이는 까닭은 “우리가 어느 글의 구석에서, 모서리에서, 귀퉁이에서, 작게 추가되는 각주들 틈에서 만날 수 있다면 좋겠”(28면)다는 작가의 바람이 통했기 때문일까.

 

최리외는 첫 책에서 새로운 형식 실험을 하며 작가로서의 기량을 한껏 뽐낸다. “이 글은 끝나지 않는 밤을 통과하는 ‘당신’의 이야기다.”(9면)라는 첫 문장부터 빠져들게 하는 짧은 소설 「언젠가, 공항의 밤에」, 여러 각주를 통해 ‘최리외’라는 인물을 고찰하는 「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 떠나간 친구에게 편지를 쓰며 ‘헬렌 크라우스’의 문장을 옮기는 「편지에 대한 편지,에 대한」, ‘스무 살’이라는 제목의 자작시가 수록된 「스무 살, 봄, 몽우리」, 한 편의 낭독극이 생생하게 그려지는 「편지는 없고, 꿈에서 만나」 등 수록작을 살피다보면 번역가, 창작자, 낭독자로서 다재다능한 작가의 모습을 흐뭇하게 그려볼 수 있다. 그러면서도 작가가 조심스럽게 펼쳐 보이는 이불을 둘러쓰고 악몽에 시달리던 유년 시절의 아린 기억, 세월호참사를 겪은 뒤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 고민하며 독서모임을 꾸린 마음, “어디선가 누군가 단 한 명이라도 듣는다면 내 목소리가 어딘가로 전해진 것이기를”(188면) 바라는 마음으로 낭독을 시작하던 외로운 밤을 들여다보게 되면 ‘지금―여기’에 건강하게 서 있는 작가의 손을 맞잡아주고 싶어진다. 

 

어쩌면 『밤이 아닌데도 밤이 되는』은 최리외가 당신에게 보내는 긴 편지인 것도 같다. “최리외는 좁은 방 안에 갇혀 있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편지를 썼다. 창을 열어도 바깥의 생동이 느껴지지 않을 때, 지금―여기에서 간절히 벗어나고 싶을 때, 그러나 물리적 대면이 가능한 관계들 안에서는 안온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느껴질 때마다”(21면) 최리외는 “단 한 명의 독자만을 예감하며”(29면) 편지를 쓴다. 그리고 그 독자는 그가 ‘사랑하는 사람’이 된다. 그는 “사랑하지 않는 이에게는 편지를 쓰지 않”(36면)기에. 그는 편지에 “당신이 이 편지를 열어볼 때쯤이면 나는 이 편지를 쓰고 있는 나와는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지도 몰라요. 어쩌면 계절이 변할 수도 있을까요? 어떤 마음은 닿는 데 너무 오래 걸립니다”(31면)라고 쓴다. 하지만 최리외가 보내는 ‘한 권의 편지’를 읽으면 그의 마음은 바로 가까이에서 느껴질 것이다. 최리외가 보내는 편지를 자주 열어볼 것이고, 그 안에 담긴 반짝거리는 무언가를 발견하면서 편지를 쓰는 사람처럼 편지를 받는 우리도 달라져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곁’의 힘을 느낄 것이다. “뜻밖의 우연처럼 휘둥그레지게, 사랑의 상대를 만나게 되는 순간처럼 예기치 못하게 조우하게 되는 ‘곁’이”(148면) ‘지금―여기’에 있다.

 

내가 편지를 사랑하는 수많은 이유 중 하나는 지금, 여기에서 말을 건넬 수 있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 그들에게 말하는 대신 나는 지금, 여기에 없는 이들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만날 수 없고, 만질 수 없고, 당장 닿을 수 없어도 내게도 목소리가 있다는 것을 아는 이들에게. 그들은 죽은 사람이기도 했고, 내가 읽은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이기도 했습니다. 그들은 모두 나의 연인들입니다. 나는 사랑하지 않는 이에게는 편지를 쓰지 않으니까요.

사랑하는 이의 모순. 사랑하는 이의 아이러니. 사랑을 말하지만, 사랑을 향해 쓰지만, 거리가 있어야 비로소 완성되는 사랑도 있다는 것. 편지는 내게 그 숙명과도 같은 진실을 알려줍니다. 나는 당신의 부재를 느끼며, 그 부재를 천천히 통과하며 편지를 씁니다.(35~36면)

 

목차

1부 나

언젠가, 공항의 밤에

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

편지에 대한 편지,에 대한

처음이 지나면

 

2부 곳

돌이켜보면 계절은 언제나

여름과 그늘

돌멩이는 이미 모래로 흩어지고

가장 어두운 방

 

3부 곁

스무 살, 봄, 몽우리

그래서 제대로 보이느냐고 묻는다면

광막한 밤바다의 녹틸루카 신틸란스

뒤늦게 도착하는

 

4부 너

유년의 거실에서 배운 것

편지는 없고, 꿈에서 만나

편지의 다중창

허공 아닌 허공을 향한

 

추천의 글∥안희연

작가의 말

 

본문인용

이 글은 끝나지 않는 밤을 통과하는 ‘당신’의 이야기다.

이 글에서 호명되는 ‘당신’은 이 글을 읽는 당신이 결코 아니다.

혹은 돌이킬 수 없이 당신이다.(9면)

 

소식 들으셨죠?

 

이 질문은 결코 즐거운 소식을 물고 오지 않는다. 간밤에 어떤 여자가 병원에 실려 갔고, 간밤에 어떤 여자가 죽었고, 간밤에 어떤 여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죽음의 비릿한 냄새. 결코 지워지지 않는다. 간—밤—에. 밤은 이미 지나갔으나 다시, 또다시 닥쳐온다. 어제와 내일의 경계가 사라진다.(12면)

 

좁은 방 안에 갇혀 있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편지를 썼다. 창을 열어도 바깥의 생동이 느껴지지 않을 때, 지금—여기에서 간절히 벗어나고 싶을 때, 그러나 물리적 대면이 가능한 관계들 안에서는 안온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느껴질 때마다. 편지는 누군가를 향해 쓰이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내밀한 글이지만, 면밀히 살펴보면 편지에서 호명된 수신인이 반드시 그 편지를 읽어야 할 필요는 없다는 점에서 아이러니한 매체이다.(21면)

 

저 멀리를 바라보는 눈동자들, 저마다의 이야기를 지닌 채 떠나고 표류하고 유랑하는 이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제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무언가로부터 도망치는 사람들, 움직이고 이동하여 지금—여기를 벗어나 이전과 다른 곳에 도달하려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이지요. 이때의 ‘움직임’은 물리적인 이동만을 뜻하진 않습니다. 당신은 어떤가요? 어떤 이야기를 좋아하나요?(25면)

 

당신이 이 편지를 열어볼 때쯤이면 나는 이 편지를 쓰고 있는 나와는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지도 몰라요. 어쩌면 계절이 변할 수도 있을까요? 어떤 마음은 닿는 데 너무 오래 걸립니다. 당신은 멀리 있고, 나와 당신은 만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으니까요. ‘대면’이라니, 당신과 얼굴을 마주하지 않은 지 너무나 오래되었네요.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편지는 바로 이런 순간에 쓰입니다. 거리—감이 없다면, 편지는 쓰일 수 없을 테지요.(31면)

 

부연 아침 빛을 똑바로 바라보며 그녀는 집을 나섰다. 길을 지나는 낯선 이의 팔목을 붙들고 묻고 싶었다. 이봐요, 이게 봄 냄새잖아요. 봄 오는 냄새가 나지 않아요? 어딘가 축축하고 매캐한 냄새, 마구 짓밟힌 꽃잎과 은밀한 봄비의 기척이 뒤섞인 냄새. 이게 봄 냄새잖아요. 코를 열어봐요.(59~60면)

 

책으로 엮이고, 독자를 만나고, 저 멀리 어딘가로 날아갈 기록이 아니라 그것을 쓰는 내게서조차도 떨어져 있는 가만한 돌멩이와도 같은 기록. 그날, 그 순간, 어느 해변가에서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내가 주운 그 특정한 돌멩이. 몹시도 무의미하며 아무도 그 맥락을 알지 못할 것이며 나 역시 언제 주웠더라, 고개를 갸우뚱하게 될 미래를 예감하면서도 손에 드는 돌멩이. 그 기이한 무의미성을 나는 꼭 쥐고 있다. 돌멩이는 이미 모래로 흩어지고 있다.(90면)

 

무엇을 잃어버렸는지도 모르고 무엇을 잃어버렸다는 감각만 지닌 채 하루하루 발을 내딛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다. 과연 잃어버린 것이 있기는 했는지, 잃어버렸다는 감각 속에 힘껏 파묻히고 싶었던 것은 아닌지, 잃어버렸다는 믿음 자체를 붙잡기 위해 애썼던 것은 아닌지, 십 년이 훌쩍 지난 다음에야, 아니 그런 다음에도 어김없이 뒤돌아보게 되는 시절.(107면)

 

글을 쓰는 행위에 시차는 필연적이다. 어딘가에 적히는 글, 적혀서 읽히는 모든 글의 본질적인 속성은 바로 그 시차에 있다. 뒤늦게 도착하는 것. 글로써 닿는 것은 언제나 늦는다. 그래서 어떤 옅은 슬픔이 필연적이다.(153면)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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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저자 : 최리외
서울에서 태어나 오랫동안 경기도에 살았다. EBS 다큐멘터리팀에서 작가로, 여성신문에서 기자로 일했다. 『벌들의 음악』『당신의 소설 속에 도롱뇽이 없다면』『Y/N』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오랜 시간 혼자 읽고 쓰며 이따금 독립잡지에 글을 실었다. 목소리가 지닌 가능성과 문학을 소리 내어 읽는 일에 관심이 많아 낭독이 포함된 퍼포먼스에 다수 참여했다. 정치학을 공부한 뒤 문학으로 행로를 틀어 영문학 박사과정에서 소리의 재현과 효과를 공부하고 있다. 번역하는 일을 사랑하고, 동네책방에서 독서모임을 열며 편지처럼 전달되는 글을 쓰는 사람으로 살아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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