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 숲에 울려 퍼지는 마음속 소리
‘할망구, 할망구, 할망구!!!’
민진이는 시골에서 올라온 할머니와 갑자기 함께 살면서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고 느낀다. 할머니는 간식으로 과자 대신 옥수수, 고구마만 삶아 주고 배달 음식도 먹지 못하게 한다. 게다가 시도 때도 없이 할머니는 민진이를 불러서 심부름을 시킨다. 민진이는 답답한 마음이 들 때마다 방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마음속 대나무 숲에 소리친다.
“할망구, 할망구, 할망구!”
‘다른 집 할머니들은 손녀를 공주처럼 대접해 준다는데, 우리 할머니는 나를 괴롭히려고 일부러 그러는 걸까?’ 라고 생각하던 그때, 민진이의 마음속 대나무 숲에 거대한 요동을 치게 하는 결정적인 사건이 터지고야 마는데…….
“할머니 한씨? 이름은 만…… 구?”
할머니의 진짜 이름을 알게 된 민진이의 반응은?
민진이는 할머니 때문에 감추고 싶은 비밀이 들통나고, 친해지고 싶었던 연주와도 서먹해진다. 하지만 할머니는 그런 손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매일 큰소리만 친다. 어느 날 할머니는 민진이에게 조심스레 종이를 내밀며 이름 쓰는 법을 가르쳐 달라고 한다. 그때까지 할머니의 이름조차 몰랐던 민진이는 할머니의 진짜 이름을 듣고 화들짝 놀란다. 매일 마음속으로만 외쳤던 ‘할망구’와 비슷하게 들리면서도 다른 그 이름, 바로 ‘한만구’였기 때문이다. 민진이는 지금까지 할머니에게 당했던 것들을 복수할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한다. 민진이는 할머니의 눈높이에 맞춰서 네모, 동그라미를 그리고 꼬랑지를 그리며 최선을 다해 이름을 가르쳐 준다. 그런데 며칠 뒤에 할머니의 이름 때문에 민진이는 곤경에 빠진다. 민진이는 위기를 무사히 벗어날 수 있을까?
‘지금 할머니 때문에 내 마음이 아픈 건가?’
가족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수백, 수천만 가지의 방법
매일 얼굴을 마주하는 가족이다 보니 미울 때도 좋을 때도 있다. 미움이 쌓이면 민진이처럼 가끔 폭발하기도 하지만 또 언제 그랬나 싶게 함께 밥 먹고 웃는 것이 가족이기도 하다. 할머니와 살면서 속앓이를 했던 민진이는 갑자기 할머니가 쓰러지자 덜컥 겁이 난다. ‘내가 했던 말 때문에 할머니가 아픈 걸까? 혹시라도 할머니가 영영 못 깨어나면 어떡하지?’ 생각하며 할머니를 보고 눈물을 찔끔 흘리기도 한다. 곁에 있을 때는 투닥거렸지만 막상 아픈 할머니를 보자 잘해 주지 못했던 일들만 떠오른다. 아파했던 할머니가 엄지와 검지로 동그라미를 만들어 보이자 그제야 민진이는 안심하며 “오께이!”를 외쳐 본다. 할머니의 ‘오께이’가 손녀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또 다른 방식임을 민진이는 느끼고 할머니를 더 많이 사랑하기로 마음먹는다. 언제든 갈등이 생길 수 있지만 민진이와 할머니는 서로를 생각하고 걱정하며 함께하는 방법을 하나씩 터득해 간다. 우리도 가족과 함께하는 순간마다 다양한 방법으로 사랑을 표현한다면 민진이와 할머니처럼 꽃길만 걷는 가족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