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삭바삭 갈매기, 표류하다!
『바삭바삭 갈매기』에서 사람들이 던져 주는 고소하고 짭조름한 바삭바삭을 구하기 위해 바위섬을 떠나 사람들이 사는 마을로 갔던 갈매기는 훨훨 가벼이 하늘을 나는 자유와 바삭바삭을 향한 욕망 사이에서 날아오르며 다음 이야기를 기약했다. 그렇게 사람들의 마을을 떠나 바위섬 집으로 향하던 바삭바삭 갈매기는 바다를 지나던 중 사나운 파도를 만난다. 파도에 휩쓸려 정신을 잃었다 다시 눈을 뜨는데 안개가 자욱한 낯선 곳이고, 배가 고프지만 먹을 것은 없다. 설상가상으로 겨우 찾은 바삭바삭은 가짜이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갈매기가 파도에 떠밀려 온 이곳은 도대체 어디일까? 갈매기는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표류의 위기는 늘 존재한다
아이의 실패에 대해 아이보다 더 두려워하는 부모들이 있다. 상처받을까 봐 낙담할까 봐 그래서 혹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까 봐 걱정하고, 대신하고, 아이를 지키려고 한다. 그 단단한 보호 안에서 아이들의 평화와 행복은 영원할 수 있을까?
오랫동안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아 온 『바삭바삭 갈매기』가 출간 10주년을 맞아 두 번째 이야기 『바삭바삭 표류기』로 돌아왔다. 자유와 욕망 사이에서 고민하던 갈매기가 이번에는 더 넓은 세상의 문제를 마주하며 성장한다. 사나운 파도에 휩쓸려 이름 모를 곳에 표류한 갈매기는 우여곡절 끝에 마지막 기운을 내 날아오르지만 가혹한 현실을 깨닫게 된다. 내 힘으로 바꿀 수 없을 것 같은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갈매기는 어떻게 했을까?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고 말았을까?
갈매기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비로소 다시 날아올랐다. 바삭바삭의 힘을 빌리지 않고서도 말이다. 갈매기는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바삭바삭 갈매기』에서 갈매기는 그토록 바라던 바삭바삭을 손에 넣었지만 비행의 자유를 잃을 뻔했다. 바삭바삭을 내려놓고서야 비로소 가볍게 날아오를 수 있었다. 『바삭바삭 표류기』에서 갈매기의 그 경험이 빛을 발했다. 지금 하고 있는 고민과 갈등은 결코 쓸데없는 것이 아니다. 좌절과 실패의 경험은 반드시 필요하다. 아이들로부터 이러한 경험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마음 약한 어른들이 자신이 감내해야 할 책임의 무게를 아이들에게 떠넘기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일곱 번 넘어지고 여덟 번 일어날 수 있는 건 여러 번 실패해 봤기 때문이다. 『바삭바삭 표류기』는 좌절과 실패의 경험이 삶의 어느 순간 어떤 가치로 빛나는지를 보여 주는 그림책이다.
한층 깊이 있는 그림으로 돌아온 『바삭바삭 표류기』
전민걸 작가 특유의 익살스러우면서도 감성적인 분위기가 진하게 묻어나는 『바삭바삭 표류기』는 환경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작가는 우리 역시 갈매기처럼 살아갈 터전을 잃고 표류할 위기에 처해 있음을 경고하며, 독자가 이 책을 통해 바다 환경 오염의 심각성을 느끼길 바란다. 그 간절함은 그림으로도 잘 표현되어 있다. 파도에 휩쓸려 정신을 잃은 갈매기의 회상 장면은 평화롭고 따스한 색채감으로 그려진 반면 바로 이어지는 장면에서의 현실은 아무런 희망이 느껴지지 않는 회색빛이다. 어딘가 기괴한 모습의 게들, 남몰래 밤바다를 정화하는 그물에 감긴 바다거북, 모든 걸 포기해 버린 듯한 물범 등의 묘사가 바다 생물들이 놓인 위기를 생생하게 보여 준다. 특히 플라스틱 섬에 겹겹이 쌓여 있는 투명한 플라스틱 쓰레기들을 표현한 흰색 선의 드로잉이 감각적이면서도 직관적으로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게 한다. 작가는 과연 우리에게도 갈매기처럼 찾아갈 새로운 집이 있을지 질문을 던지며 책을 마친다. 『바삭바삭 표류기』를 읽고 다 함께 살기 위한 방법을 고민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