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짤막한 한마디 안에 담긴 커다란 힘
외롭거나 괴로운 일을 겪고 있을 때 누군가 다가와 “괜찮아?” 하고 건네는 한마디의 말이 큰 위로가 될 때가 있다. 하물며 오롱이처럼 작고 귀엽고 무해한 존재가 건네는 위로라면, 왈칵 마음이 쏠리지 않을까 싶다. 동물원 판다 사육장 앞에서 오롱이가 로운이 옆으로 바짝 다가가더니 다짜고짜 자기 몸을 뱅글뱅글 돌리기 시작했을 때가 그랬다. 아마도 낯설고 편치 않은 상황에 처해 있는 로운이를 웃게 해 주고 싶었나 보다. 그리고 오롱이는 판다 싱싱을 만났을 때도 또다시 자기만의 방식으로 싱싱의 마음을 살피고 함께 느끼려고 애쓰는 것이 보여 더욱 사랑스러웠다.
공감의 시작은 상대방의 마음이 되어 보는 것이다. 처음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도 상대방이 왜 그랬을까를 생각하다 보면 마음의 거리를 좁힐 수 있다. 같은 마음이 되기 어렵다면, 나와 다른 마음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어쩌면 충분할지 모른다. 괜찮아? 이 짧은 물음 속에는 ‘너를 이해해.’, ‘마음이 같고 다르고를 떠나 네가 무탈하면 좋겠어.’, ‘나도 그래.’ 등등 서로에게 위로가 되어 줄 커다란 힘이 담겨 있다.
◎ 관계를 만들고 이어 가는 기술
우리 모두는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 서로의 존재를 인정해 주고, 다독이고 격려하면서 힘을 얻는다. 그런데 이러한 관계가 아무런 노력 없이 만들어지고 유지되지 않는다는 것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관계를 만들고 이어 가는 기술’이라는 화두로 이야기를 시작했지만 사실 ‘기술’이라는 표현은 썩 어울리지 않는다. 사람 사이의 관계는 수단이나 재주보다는 마음을 다해 다스려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기술이라고 쓴 까닭은 끊임없이 갈고 닦아야 유지되는 영역으로 보여서다.
수많은 인간관계 중에서 일생을 거쳐 우리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친구 관계일 것이다. 다양한 친구를 사귀는 것도, 관계의 질에 집중하는 것도 중요한데 이 두 가지 측면에 모두 필요한 것이 나를 들여다보고 상대방의 마음에 관심을 기울이는 일이다. 로운이를 괴롭히던 노아는 친구가 없었을 가능성이 높다. 같이 놀고 싶다는 표현 대신 짓궂은 장난을 쳐서 관심을 이끌어 내려 한다. 친구가 없어서 의기소침해 있었을 테고, 잘못된 표현으로 상대방이 싫어하는 걸 눈치챘을 테고,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같이 놀고 싶다’는 마음을 솔직하게 드러낸 끝에 로운이와 친구가 될 수 있었다. 판다 위에는 어땠을까? 낯선 환경에 처한 싱싱에게 손을 내밀어 친구가 되었지만, 친구에 대한 자격지심 때문에 마음과 행동이 어긋나고 사이가 멀어졌다. 하지만 결국 속마음을 싱싱에게 털어놓은 뒤 좋은 관계로 되돌릴 수 있었다. ‘싱싱’의 이름은 중국어로 ‘별’이란 뜻이고, ‘위에’는 ‘달’을 뜻한다. 별과 달이 만났으니 앞으로도 좋은 친구가 될 사이는 분명한 것 같다.
관계는 시작, 과정, 맺음 모두가 중요해 보인다.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 상대방의 마음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에 한순간도 소홀히하면 안 된다. 이처럼 관계를 만들고 이어 가는 것이 꽤 어려운 일이기도 하지만, 수많은 관계 속에서 우리는 종종 행복을 느끼고 온전한 나로 존재할 수 있다.
◎ 동물에 관한 여러 가지 생각
동전들의 모험 무대를 동물원으로 정한 뒤에도 김진형 작가는 계속 고민했다. 마음속에 떠오른 동물들이 있는데, 이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려고 하니 무대가 동물원이 되었다. 친구를 걱정하고 바람직한 관계에 대해 고민하는 이야기라서 동물원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는 동물을 친구로 여기고 그렇게 대하려고 노력하지만 안전, 생태 보호, 동물의 행복권 등과 관련해서는 여러 가지 논쟁이 있고 동물원의 필요성에 대한 찬반 의견도 언제나 팽팽하다. 하지만 어떤 의견에 좀 더 무게를 실을 것인지는 이 책에서 다루지 않기로 했다. 그보다 동물이든 사람이든 서로의 관계에 집중하는 것이 이야기의 핵심이라고 여겼다. 독자 여러분도 동물원이라는 무대보다 동물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여 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