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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염의 노래


  • ISBN-13
    979-11-91277-97-5 (03810)
  • 출판사 / 임프린트
    심미안 / 문학들
  • 정가
    14,0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4-10-01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나종영
  • 번역
    -
  • 메인주제어
  • 추가주제어
    -
  • 키워드
    #시
  • 도서유형
    종이책, 양장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28 * 187 mm, 192 Page

책소개

세속에 물들지 않으려는 의지의 절창

나종영 시집 『물염勿染의 노래』

 

 

나종영 시인이 신작시집『물염勿染의 노래』(문학들 刊)를 펴냈다. ‘물염’은 ‘세속에 물들지 말라’는 뜻이니 이 시집은 그런 염원과 결기의 노래라 할 수 있다.  

전남 화순군 이서면 창랑리에는 송정순(1521~1584)이 지은 ‘물염정勿染亭’이 있다. ‘물염’은 그의 호다. 사화의 시대, 거듭되는 죽음과 유배의 시대에 그는 무도한 세상을 뒤로하고 이 정자를 짓고 은둔했다. 

화순 ‘적벽’이라는 말은 기묘사화(1519년)로 유배온 신재 최산두(1483~1536)가 이곳의 풍광이 중국의 적벽에 비견된다고 하여 붙인 이름이다. 그는 유배가 풀린 뒤에도 이곳을 떠나지 않았다. 최산두는 조선조 문묘에 배향된 하서 김인후(1510~1560)의 스승이다. 하서는 18세 때 장성에서 물염정을 오가며 그를 사사했다.

시인은 어느날 그 정자에 가서 “그대는 홀로 어디쯤 닿고 있는가?” “세상 어느 것에도 물들지 않는 물염적벽에/그대는 칼끝을 세워 청풍 바람 소리를 새기고”(「물염정에 가서」)라고 노래한다.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는 혼탁한 세상에서 ‘세속에 물들지 않는’ 참다운 길이 무엇인지를 묻고 있는 것이다. 선비의 자세와 다르지 않다.

 

그동안 나는 그냥 시를 쓰는 사람보다도 한 사람 ‘시인’으로서 시대를 살아오기를 염원해 왔다. 사물과 사람에 대한 사랑, 겸손, 겸애와 더불어 이 훼절의 시절에 세속에 물들지 않는 시인이 되고 싶었다.(‘시인의 말’)

 

1980년대 ‘5월시’ 동인, 

고희의 언덕에서 빚은 시의 결정  

나종영 시인은 1980년 5.18민중항쟁 직후 결성된 ‘5월시’ 동인 중 한 명이다. ‘5월시’ 는 군부독재의 폭압 아래 다수의 문인들이 침묵하고 있을 때 ‘광주’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결성된 시 동인지로 이른바 1980년대 ‘무크 붐’을 일으키며 한국문학운동사에 한 획을 그었다.

이번 시집은 2001년『나는 상처를 사랑했네』 이후 23년 만에 펴내는 시인의 역작이다. 광주의 아픔과 진실을 밝히려는 초기 시 이후 분단된 민족문제와 참담한 민중현실 그리고 자연과 생명에 대한 경외를 노래해온 시인의 여정이 어느새 ‘고희’에 이르러 더욱 깊고 넓은 시적 결실을 맺고 있다.

 

하늘을 향해 곧게 뻗어 있는/빈속의 대나무도//몇 번은 둥글게 휘어져야/제 몸의 마디를 지킨다//그 청절한 마디마디의 힘으로/불의에 꺾이지 않고//땅속 깊이 뿌리를 뻗어/비로소 한 생명을 피워 올린다//저 산이 울면 대나무는 죽창이 되고/저 강이 울면 어린 죽순도 화살이 된다.(「청죽靑竹」전문)

 

이것이 사랑이라면/가만히 무릎을 꺾고 그대 앞에/눈물을 훔치리/이것이 그리움이라면/그대 눈빛 속에/남아 있는 저녁 물빛으로/마른 가슴을 적시리/사랑은 그것이 사랑이고자 할 때/홀연 식어서 가을 잠자리처럼 떠나가므로/나는 깊은 새벽 산기슭에/한 잎 붉은 얼레지로 피어나겠네/이것이 사랑이라면/그대 앞에 꽃잎의 그늘을 어루만지는/시린 물방울,/그것의 침묵이 되겠네.(「엘레지」전문)

 

휘어짐으로써 마디를 지키고 뿌리를 뻗어 한 생명을 피워올린다는 청죽의 자세는 여린 꽃잎 앞에서 사랑을 위해 무릎을 꺾고 그 꽃잎의 그늘을 어루만지는 자세와 다르지 않다. 시인에게 꽃은 “상처의 다른 모습”이기 때문이다. “꽃은/이 세상의 모든 꽃들은/상처의 다른 모습인지도 모른다//꽃은/꽃잎의 이면에 비밀스레 감추어진/눈물샘과 아린 상처로 인해/꽃들은 더 아름다운지도/모른다”(「꽃은 상처다」)

이처럼 사물과 세계에 대한 시인의 따스하고 겸허한 자세는 풀, 꽃, 나무, 숲, 깡통, 연탄, 촛불, 노을, 별 등의 사물과 교감하면서 우리가 추구해야 할 삶의 궁극적인 가치가 무엇인지를 숙고하게 해준다. 또한 5·18, 4·3, 세월호, 용산역 참사와 같은 불의한 사건들을 어떻게 응시하고 실천해야 할 것인지를 깨닫게 해준다. 

그래서인지 이번 시집은 “‘가난한 세월’에도 물들지 않는 ‘물염의 시’”(정희성 시인), “억압받는 민중과 함께하고자 하는 유교적 선비의 자세”(임동확 시인), “오래 묵고 벼린 말[言]로 된 사리”(김형중 평론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목차

 

 

4 시인의 말

 

 

제1부 물염의 시

13 얼레지

14 청죽靑竹

15 물염정에 가서

16 물염의 시

18 다시 매천을 읽다

20 꽃의 여행

22 꽃은 상처다

24 깡통

25 삼보일배

26 연탄

28 메꽃을 위하여

30 별빛을 우러르다

32 숲

34 세량지

35 꽃이 진다 시인아

36 낙타

37 시인이 묻는다

 

 

제2부 편백 숲에 들다

41 풀잎에게

42 편백 숲에 들다

44 나무의 눈

45 나무의 길

46 초록 숲길

48 푸조나무가 나에게

50 직소폭포

52 백양 단풍

53 첫눈

54 겨울 백양사에서

56 월등 도화 달빛 아래

58 문득 구름에게서 편지가 왔다

60 와온에 와서

62 푸른 자전거

64 설야雪夜

65 군밤

66 새벽의 詩

68 선암매

 

 

제3부 무등산은 어디서 보아도

71 눈길

72 무등산은 어디서 보아도

74 호남 들판을 지나며

76 긍갑다

78 오늘 역사를 빼앗긴다 해도

80 촛불

82 눈물밥

84 하심下心

86 비비추 꽃밭에 잠이 든 사람

88 황금달걀

90 새벽 세 시의 여자

92 사월이 오는 팽목항

94 다시 촛불을 켜자

95 들불

96 와온바다

98 밥

100 저 환한 동백

102 무등산

 

 

제4부 어머니와 초승달

107 찔레꽃

108 감자꽃

109 뒤란의 풍경

110 어머니의 꽃밭

112 강설降雪

114 어머니와 초승달

117 회산방죽에서

118 어머니의 별

119 명옥헌鳴玉軒

120 솔개

122 폭포에서 온 메시지

123 낡은 詩

124 마량

126 마운대미

127 옛 마음

128 마른 눈물

130 능소화 피는 밤에

131 화엄사 흑매

 

 

제5부 길은 멀어도

135 오늘

136 오월은 바로 오늘이다

138 너는 왜 거기 있고 나는 왜 여기 있는가?

141 아직 먼동이 트지 않았다고

142 산전山田에 와서

144 애월涯月

146 산동

148 흰망태버섯

150 칠득이 아재

152 지금 여기, 이 땅에 당신을 묻습니다

155 그들이 미래를 죽였다

158 사라지지 않는 노래 - 범능에게

159 미얀마 시인 켓 띠에게

162 네다 아가 솔타니

164 이애리수

166 여수

169 고희古稀

172 길은 멀어도

 

174 해설 서정의 칼을 찬 선비 시인의 길 _ 임동확

본문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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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나종영 시인을 오래 접해 온 지인들은 하나같이 “시가 좋으면서 사람도 좋은 사람”이라고 한다. 사물을 대하는 시인의 시선이 참 넉넉하고 도탑다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그는 그냥 ‘사람 좋은 사람’은 아니다. 그에게는 그늘이 있다. 글이 곧 사람이라고 할 때 나는 그의 시에서 ‘상처 받은 꽃’과 ‘언제나 거기 서 있는 무등’의 이미지를 눈여겨보게 된다. “세상의 모든 꽃들은/상처의 다른 모습”(「꽃은 상처다」)이라고 시인은 말한다. “사랑했으므로 이 세상 모든 것이 내 안에 있음을, 나는 상처를 사랑하면서 알았네”(「노랑 붓꽃」, 『나는 상처를 사랑했네』)라고 노래하기도 한다. 현대사를 살아오면서, 상처받은 모든 영혼을 사랑으로 그러안고 언제나 거기 서 있는 무등을 보며 시인은 ‘가난한 세월’에도 물들지 않는 ‘물염(勿染)의 시’를 다짐한다. 세속에 물들지 않겠다는 뜻이겠다. 그리고 시인은 스스로에게 묻는다. “내 시가/너의 가슴에 가 닿을 수 있을까?//…흰 배추벌레 한 마리 그 영혼을 흔들 수 있을까?”(「새벽의 시」)를. “훼절의 시대 진정 온몸으로 온몸으로/몸을 던지며 시를 쓰는 시인은 있는가?”(「시인이 묻는다」)를. 그것은 자신을 향한 질문이지만 동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던져진 준엄한 질문이기도 할 것이다. _정희성 시인

 

나종영의 시세계 속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자신에게 내재한 윤리를 회복하고 극대화하면서 기꺼이 그걸 세상의 가난하고 억압받는 민중과 함께하고자 하는 유교적 선비의 자세가 엿보인다. 특히 그러면서 더욱 “낮은 데로 낮은 데로/내려오는(「하심下心」)” ‘하심’을 통해, “아름다운 세상”을 향해 모두가 “손잡고 함께 나아가는” “오늘”(「오월은 바로 오늘이다」)의 세계를 꿈꾸는 자의 고뇌가 짙게 배어 있다. 혹은 기꺼이 “나를 버리”거나 “모든 것을 다 비우는”(「직소폭포」) 행위를 통해, “우리의 역사”에 “진실의 시를 새기고 또 새기”(「오늘 역사를 빼앗긴다 해도」)고자 하는 시인적 고투가 전면에 흐른다. _임동확 시인, ‘해설’ 중에서

 

80년 5월의 전설과 함께 시를 시작했으니 고희를 맞은 지금까지도 그가 세계와 화해했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3부의 시들이 그 증거다. 5·18, 4·3, 세월호 참사, 용산역 참사 같은 불의한 사건들에 대해 그는 여전히 분노하고 자조한다. 그런데 시집 곳곳에서 반짝이는 저 수많은 꽃과 나무와 별과 달과 숲들은 무엇일까? 그것들은 대체 어디서 왔을까? 노승이 남기는 사리는 누적된 참선의 결정(結晶)이다. 비유적으로 말해 나는 나종영의 시 속에서 빛나는 저것들이 꼭 사리인 것만 같다. 시력 전체를 거쳐 지속된 그른 세계에 대한 적개심과 분노는 그의 시를 단단하게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는 그것들을 삭여 어떤 결정들을 만든다. 그러니까 나종영의 시집 곳곳에서 반짝이는 저 수많은 것들은 일종의 사리다. 물론 그것은 오래 묵고 벼린 말[言]로 된 사리다. _김형중 문학평론가, 조선대 교수

저자소개

저자 : 나종영
나종영 시인은 1954년 전남 광주에서 태어났다. 교편을 잡은 아버지를 따라 함평, 장성, 강진 등으로 초등학교를 이곳저곳 옮겨 다녔다. 어린 시절 학교를 여러 곳 옮겨 다닌 탓에 여러 고을의 자연과 지리, 풍습을 체험했고, 이것이 후에 문학을 하는 데 좋은 자양분으로 작용했다. 수많은 시인, 소설가를 배출한 광주고등학교 문예반에서 활동했고, 부모님의 권유로 전남대 경제학과를 입학하고 졸업했다.
1981년 창작과비평사 13인 신작시집 『우리들의 그리움은』으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 『끝끝내 너는』, 『나는 상처를 사랑했네』 등이 있다.
1980년대 ‘5월시’ ‘시와경제’ 동인으로 활동했고, 광주민중문화연구회와 도서출판 광주의 창립에 관여했으며, 광주·전남작가회의, 순천작가회의의 출범을 이끌었다. 또한 2005년 9월 광주·전남 지역 최초의 종합문예지 계간『문학들』을 지역 문인들과 함께 창간하고 지금까지 통권 77호를 발행했다. 한국작가회의 부이사장,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을 역임했으며 현재 조태일시인기념사업회 부이사장으로 있다.

출판사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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