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우리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상상하며 배우는 기관이다. 그러나 학교에서 모든 삶의 모습들이 동등하게 대우받지는 않는다. 어떤 가치는 폄하되거나, 동정받거나, 아예 다루어지지 않는다. 그러면서 어떤 학생들은 수치심을 학습하고 고립된다고 느낀다. 성장에는 고통이 따른다지만, 문제는 이 고통이 불평등하고 부당하다는 것이다. 취약하기 때문에 고통받는 것보다도, 고통받도록 방치되었기에 더욱 취약해진다.
그러한 경험 속에서 어떤 이의 고통을 덜어 주는 ‘다른 어른’이 되기로 결심한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장애가 없고 이성애자이며 중산층의 정상 가족 출신의 사람들이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며 – 혹은 만난다고 착각하며 – 생활하는 교직 사회에 침투한다. 이들에게는 혼자 있는 학생들이 조금 다르게 보인다.
이 책은 스스로도 소수자성과 취약성을 가지고 학생들을 만나며 상호 연대와 돌봄을 모색하고 실천하려는 교사들의 이야기다. 가난, 질병, 장애, 성소수자, 비정규직(기간제) 등 다양한 경험과 취약성이 교사라는 위치와 교차하며, 학교의 한계와 더불어 가능성을 드러낸다. 저자들의 모습은 우리 사회가 ‘교사’에 대해 쉽게 떠올리는 모습과는 좀 다를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교사와 학교에 정말로 바라는, ‘다양한 학생들을 환대하며 자신의 존재로 가르치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이들의 이야기는 ‘별별 교사들’이 왜 학교에 필요한지를 보여 준다.
이 책은 《별별 교사들 - 다양성으로 학교를 숨 쉬게 하는 교사들의 이야기》의 후속편이다. ‘별별 교사들’ 시리즈는 장애인, 성소수자, 신경다양성, 자퇴 등 남들과 다른, 약점으로 비치거나 ‘가르칠 자격 없음’으로 간주될 수 있는 점을 하나 이상 가진 교사들의 이야기를 통해 포용적인 학교의 상을 그려 보는 기획이다. 《다름으로 환대하며 존재로 가르치는 - 별별 교사들 2》 역시 또 다른 아홉 명의 교사들의 살아온 이야기를 담고 있다.
“친구는 억지로 만들어 줄 수 없다. 그저 내 친구 중에 장애가 있는 친구도 있을 수 있다는 인식이 당연해졌으면 좋겠다”(조윤주)라는 말은 학생들의 사교 활동과 또래 문화가 자율성을 가져야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에 대한 적극적이고 섬세한 개입 또한 교육의 일부임을 암시한다. 또래 문화는 전체 사회 문화와 별개가 아니며, 차별·혐오와 같은 사회적 배경과 큰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이다. ‘별별 교사’들은 “누군가의 슬픔을 덜어 주기 위해 (……) 기꺼이 누군가의 웃음을 멈추”고(채홍), “한 명 한 명의 마음을 못 본 척 지나가고 싶지가 않”아(현유림) 교과서 진도를 나가는 대신 학생들의 마음을 살피는 데 시간을 할애한다.
중등 교사인 채홍과 보란은 가난 속에서 가족을 돌보고 또 떠나보낸 경험이 교사로서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으며, 학생들을 바라보는 어떤 다른 관점을 열어 주었는지 이야기한다. 채홍은 요주의 인물 취급을 받는 학생들이 “어쩐지 그리 걱정이 되진 않”고, 때론 그들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냄으로써 변화를 이끌고 있다고 본다. 보란은 가난한 학생들이 주로 재학하는 특성화고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위기 상황에 놓인 학생들을 표면적인 이유로 징계하고 분리하기 바쁜 학교 현실을 고발한다. 동시에 규율과 통제보다 상호의존적인 관계 맺기를 할 수 있는 학교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호소한다.
이강희는 학교 문화 전반에 뿌리내린 성별 이분법을 두고 고민하는 퀴어 초등 교사이다. 수업 중 학생의 혐오 발언, 그리고 고민 상담에서 이어진 선배 교사의 성추행 가해 경험을 계기로 길을 잃은 듯한 시간을 지나온 그는 어느 날 수업을 반추하며 “교실 안의 활동가”로 일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과 함께 출구를 찾는다.
배성규, 조윤주는 각각 지체 또는 청각장애를 가지고 어린 시절을 통과했고, 박병찬은 교육대학교 재학 중 진행 중인 지체장애를 발견한다. 계단을 오르내릴 수 없다는 이유로 퇴학당하듯이 자퇴하거나(조윤주), 들리지 않는 강의를 들으며 필기 노트를 빌리러 다니거나(배성규), 교사가 될 수 없을 거라 체념하며 은둔하는(박병찬) 등 미래를 계획하기 어려운 난관에 부딪힌다. 그러나 결국 교사가 되어 자신과 같은 학생, 나아가 동료 장애 교사들이 무사히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징검돌이 되어 길을 열어 간다.
현유림과 구윤숙은 기간제 계약직 초등 교사로서 일하며 겪은 상반된 경험을 풀어낸다. 현유림은 시험공부가 자신이 지향하는 교육의 상과 상반된다고 생각해 임용 시험을 거부하고 ‘보따리 교사’로서의 삶을 선택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젊은 여성 기간제 교사에게 자율성을 허락하지 않고, 험난한 자리에 ‘땜빵’으로 소모하는 교직 문화에 한계를 느끼고 정교사로 돌아와 다른 가능성을 모색한다. 구윤숙은 정교사로 근무하다 인문학 연구 공동체에 매료되어 공부에 집중하기 위해 학교를 떠났다가 생계를 위해 돌아왔다. ‘비정규직’, ‘이방인’을 자처하는 그는 학교의 일부가 아닌 수업 담당자이자 교육과정보다 인문학에 마음을 둔 이방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학교의 풍경이 어떻게 다른지 이야기한다. 학생을 국민으로 길러 내는 시설로서 학교의 존재 가치에 의문을 갖는 한편, 참된 공부의 재미와 효용을 알리기 위해 수업에 마음을 쏟는다.
손지은은 비혼을 선언한 30대 여교사이자 노동조합 ‘강성’ 활동가로서 교직 사회와 운동 사회에서 분투하며 성장한 경험을 정리한다. 소수자라고 정체화하지 않는데 이 기획에 참여할 자격이 있는지 잠시 주저했다는 그는, ‘내 삶은 일반적이고 평범하다’는 바로 그 생각부터 특권의식이었음을 깨달았다고 회고한다. “고유함이 제거된 보편성 뒤에 숨어 내 삶은 괜찮다고 안주하는 대신 종종 취약하고 자주 불완전하고 흔들리는 결코 완벽하지 않은 내 삶의 단면을 담담하게 끌어안고 갈 것이다”라는 그의 다짐은 이 책 전반을 꿰뚫는 공통 의식을 보여 준다.
당연해진 일상에 딴지를 걸고 엉뚱한 시도를 감행하며, 소소하지만 또렷한 한 걸음을 딛는 그들의 여정을 따라가 보자. 어느새 여태껏 상상해 보지 못했던 교실, 보다 다채롭고 포용적인 사회의 풍경이 우리 앞에 당도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