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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된 일기장


  • ISBN-13
    978-89-356-7890-7 (03880)
  • 출판사 / 임프린트
    (주)도서출판 한길사 / (주)도서출판 한길사
  • 정가
    18,0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5-01-06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알바 데 세스페데스
  • 번역
    김지우
  • 메인주제어
    소설: 일반 및 문학
  • 추가주제어
    -
  • 키워드
    #소설: 일반 및 문학 #이탈리아소설 #해외문학
  • 도서유형
    종이책, 반양장/소프트커버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40 * 210 mm, 440 Page

책소개

“나는 항상 나의 삶을 하찮게 생각했다. 

결혼과 출산 빼고는 특별할 게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우연히 일기를 쓰기 시작한 후로,

사소한 말투나 단어 선택이 지금까지 중요하게 여겼던 일들만큼,

아니 때로는 그보다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20세기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여성 작가 알바 데 세스페데스가 『금지된 일기장』을 통해 처음으로 한국 독자들에게 소개된다. 그의 소설은 많은 페미니즘 작가들에게 영감을 준 선구적인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엘레나 페란테가 세스페데스의 작품을 두고 “자신에게 용기를 주는 작품”이라고 밝힌 이후, 유럽과 영미권에서부터 ‘세스페데스 다시 읽기’ 돌풍이 불기 시작했다. 퓰리처상 수상 작가 줌파 라히리는 『금지된 일기장』 영문판의 서문을 썼으며,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아니 에르노는 “세스페데스를 읽는 것은 내게 미지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과 같다”고 극찬했다.

 

『금지된 일기장』의 주무대는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이탈리아 로마에서 43세의 주인공인 발레리아가 남편과 두 자녀와 함께 살고 있는 평범한 가정집이다. 좋은 딸, 좋은 아내, 좋은 엄마로 살아온 발레리아는 아주 우연한 충동으로 까만 공책을 사게 된다. 그는 이 공책에 자신의 은밀한 생각과 감정을 기록하기로 결심한다. 발레리아는 여성의 사유를 허용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일기를 쓴다는 것을 가족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발레리아는 일기를 쓰며 아내이자 엄마 이상의 존재로 자신을 재발견하면서 오랫동안 품고 있던 자기 자신에 대한 불만과 욕망을 직면하게 된다. 그럼으로써 발레리아는 사회가 요구하는 모습과 자신이 되고 싶은 모습 사이에서 큰 혼란과 죄책감을 겪는다.

 

발레리아는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전통적인 여성상인 현모양처를 선택하는 대신 그의 세대에서는 다소 이례적으로 맞벌이를 택했다. 하지만 동시에 ‘좋은 아내이자 좋은 엄마’로 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일기 속에서 그는 자신에게 주어지는 억압이 부당하다고 느끼면서도 가족의 도움을 거절하기도 하고, 진취적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하는 딸을 비난하기도 한다. 아들에 대한 연민과 딸에 대한 질투, 남편에 대한 원망과 사장 귀도와의 일탈 등이 얽히면서 발레리아는 그의 자아와 욕망에 눈을 뜬다. 『금지된 일기장』은 아주 평범한 여성의 아주 복잡한 내면을 가장 솔직하게 드러낸 페미니즘의 고전 작품이다.

목차

1950년 11월 26일 · 9

 ~

1951년 5월 27일 · 422

 

금지된 일기장에 내밀한 욕망을 고백하다 (김지우 번역가) · 431

본문인용

나는 항상 나의 삶을 하찮게 생각했다. 결혼과 출산 빼고는 특별할 게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우연히 일기를 쓰기 시작한 후로, 사소한 말투나 단어 선택이 지금까지 중요하게 여겼던 일들만큼, 아니 때로는 그보다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51쪽)

 

망각하지 않으면 인간은 죄다 오점투성이의 존재라는 사실이 밝혀질 것이다. 하겠다고 약속했던 일과 실제로 한 일, 되고 싶었던 존재와 현실과 타협한 실제 모습과의 간극이 큰 모순덩어리라는 사실이 밝혀질 것이다. (71쪽)

 

이렇게 늦은 시간에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은, 내가 결혼한 지 23년 만에 처음으로 나를 위해 시간을 쓰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96쪽)

 

미렐라를 구원하기 쉽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다. 어쩌면 그애조차 자신을 구원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나는 씁쓸한 마음으로 과연 내가 그애를 정말로 구원하려는 것인지, 그게 아니라 그애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가능성을 없애고 나를 모범 삼아 나의 길을 가기를 강요하는 벌을 내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했다. (98쪽)

 

함께 사는 사랑하는 가족에게 솔직하지 못하면 누구에게 솔직할 수 있겠는가. 어떻게 진정한 자아를 발견할 수 있겠는가. 내가 진정 내 모습일 수 있는 순간은 오직… (130쪽)

 

가족은 서로를 너무 사랑하면서도, 원수처럼 상대방에게서 자신을 방어하는 존재다. (183쪽)

 

“엄마는 여자가 집안일이나 요리하는 일 외에 다른 성취감을 느끼는 것을 죄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여자의 의무는 가족을 돌보는 것뿐이라고 말이에요. 하지만 저는 그렇게 살지 않을래요. 그러기 싫어요.” (191쪽)

 

나 자신을 파괴하고 싶었다. 무거운 변장을 하고 다니다 지쳐버린 듯 나라는 껍질을 벗어 던지고 분노가 뒤섞인 후련함을 느끼고 싶었다. (199쪽)

 

그때 처음으로 다른 엄마들은 느끼는데 나는 느끼지 못한 감정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그것은 자신의 삶과 희망을 자식에게 투영하고 싶은 욕망이었다. 엄마들은 자기와는 다른 삶에 자신의 삶과 희망을 투영하고 싶어 했다. (250쪽)

 

그애를 위해 삶을 바쳤다는 생각이 마음을 갉아먹다 악의로 변했다. (276쪽)

 

연애 초기에 주고받았던 편지들은 그가 아프리카에 있었을 때나 지금의 우리 부부와는 다른 사람들이 쓴 것 같았다. 이제는 서로에게 편지를 쓰지 않는다. 우리는 서로에 대한 사랑을 죄처럼 부끄러워하는 데 익숙해졌고, 어느새 정말로 그렇게 되고 말았다. (282쪽)

 

“그런 식이면 영원히 변화란 없을 거예요. 세대가 바뀌어도 아무런 발전 없이 과거를 전수하겠죠. 그런 식이면 아직도 광장에서 노예를 팔고 있을걸요? 스무 살이니까 반항할 수 있는 거예요. 다 늙은 마흔 살에는 변화를 꾀하지 못할 거예요. 다들 편안한 삶을 살고 싶어 할 테니까요.” (297쪽)

서평

평범한 일상의 이면에 감춰진 가장 사적인 진실이 펼쳐진다

한 여성의 내밀한 사유를 솔직하게 드러낸 금지된 일기장

 

『금지된 일기장』을 처음 읽으면 이 소설이 1952년에 처음으로 출간되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가부장제 아래 억압받던 한 주부가 자기 자신의 일상을 일기로 기록하기 시작하며 욕망의 주체로서의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이 이야기는 2025년을 살아가는 독자들에게도 큰 공감을 준다. 보편적인 주제를 다룬 『금지된 일기장』은 극적인 사건 없이도 책을 놓지 않게 하는 흡입력이 있다.

 

주인공 발레리아 코사티는 완전무결한 가부장제의 희생자는 아니다. 그는 자기 자신을 위한 자투리 시간조차 마음 편히 갖지 못하는 처지인데도 정작 가족들의 도움은 불편하게 여긴다. 권위적으로 여자 친구를 대하는 아들은 물가에 내놓은 아이처럼 대하지만, 진취적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하는 딸의 태도는 못마땅하기만 하다. 이러한 모습은 일견 이중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장치는 한 개인의 다채로운 면모를 보여주기 위해서다. 『금지된 일기장』은 무려 70여 년 전에 쓰인 작품임에도 순종적인 여성 혹은 진취적인 여성이라는 평면적인 구도가 아니라 입체적으로 여성의 모습을 그려냈다. 페미니즘의 고전 작품이라는 평가를 수긍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금지된 일기장』은 일기와 소설의 형식을 정교하게 결합한 작품이다. 일기는 철저히 서술자의 시점에서 진행된다. 인물들의 모든 대사와 행동은 주인공 발레리아의 시선을 통해야만 독자에게 전해진다. 따라서 독자는 그의 일기장을 읽으며, 발레리아의 눈을 통해 본 세상을 경험하게 된다. 이로써 발레리아와 독자는 같은 눈으로 세상을 보게 되며, 독자는 그가 고백하는 가장 내밀한 속마음을 엿볼 수 있게 된다. 『금지된 일기장』은 일기 문학이면서, 동시에 고백 문학이기도 하다.

 

반反파시스트 혁명가였던 알바 데 세스페데스

사회가 규정하는 여성성을 깨부수다

 

알바 데 세스페데스는 1935년과 1943년에 반파시스트 행위로 두 번 투옥되었다. 그후 데뷔작 『아무도 돌아가지 않는다』와 『탈출』이 금서로 지정되었고, 오랜 시간 잊혀졌다. 엘레나 페란테가 에세이 『프란투말리아』에서 세스페데스의 작품을 두고 “자신에게 용기를 주는 작품”이라고 언급한 이후, 유럽과 영미권에서부터 ‘세스페데스 다시 읽기’ 돌풍이 불기 시작했다. 그의 소설은 70여 년 전에 쓰여졌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세련됐으며, 여성들에 대한 억압을 적나라하게 고발하며 해방을 역설한다. 혁명가였던 세스페데스는 글을 통해서도 여성 혁명을 말한 것이다.

 

『금지된 일기장』의 영어 번역을 맡은 앤 골드스타인은 “이 책을 처음 읽고 매우 현대적이어서 놀랐다”면서, “파시스트들이 세스페데스의 책을 억압한 이유는, 그가 소설에서 다루고 있는 여성관이 파시스트들이 원하는 여성의 모습이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성 독자들은 이 책에 열광했다. 세스페데스의 작품은 발표될 때마다 베스트셀러가 되었지만, 이탈리아 문학계는 ‘여성을 위한 여성의 글쓰기’에 불과하다며 그를 높이 평가하지 않았다. 이러한 1950년대 이탈리아의 모습은 오늘날 한국 사회와도 많은 점에서 닮아 있다. 『금지된 일기장』은 내용뿐만 아니라 작품을 둘러싼 현상까지도 2025년 현재와 놀랍도록 유사하다.

 

엘레나 페란테를 비롯해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아니 에르노, 퓰리처상 수상 작가인 줌파 라히리 같은 유수의 작가들이 『금지된 일기장』을 극찬하는 이유는 사회가 제시하는 여성상에 부합하지 못하는 여성의 이야기는 여전히 시의성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여성에게는 금지된 것들이 많다. 법적 평등은 이루어졌으나, 사회적 평등은 아직 요원하다. 그런 세상을 살아가는 여성들의 마음속에는 모두 ‘금지된 일기장’이 있다. 『금지된 일기장』을 통해 독자 자신만의 금지된 일기장을 찾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저자소개

저자 : 알바 데 세스페데스
알바 데 세스페데스 (Alba de Céspedes, 1911~1997)
이탈리아의 페미니스트 작가로,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진 문화적 발전에 큰 영향을 받았다. 그는 1911년 로마에서 이탈리아 주재 쿠바 대사인 아버지와 이탈리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는 1935년 반파시스트 활동으로 투옥되었고, 그의 소설은 금서로 지정되었다. 1943년 그는 이탈리아 바리에서 레지스탕스로 활동하다 다시 투옥되었고, 전쟁이 끝난 뒤 프랑스 파리로 이주해 1997년 사망할 때까지 그곳에서 살았다.
번역 : 김지우
김지우 (金志祐, 1978~)
한국외국어대학교 이탈리아어과 졸업 후 이탈리아 대사관에서 근무하고 있다. 주요 번역작품으로는 엘레나 페란테의 『나의 눈부신 친구』 『새로운 이름의 이야기』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 『잃어버린 아이 이야기』와 『성가신 사랑』 『버려진 사랑』 『잃어버린 사랑』이 있다. 『어른들의 거짓된 삶』과 『엘레나 페란테 글쓰기의 고통과 즐거움』 외에 도메니코 스타르노네의 『끈』 『트릭』, 로셀라 포스티노의 『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 베티 피오토의 『씨앗 속에서』 등 다양한 이탈리아 문학을 번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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