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장애인을 낳아본 적도, 키워본 적도 없다. 나름 사명감을 가지고 자녀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부모 입장은 다를 수 있을 것 같다. 교사가 잘난 체한다고 생각하거나, 아무것도 모르면서 속 편한 소리나 한다고 생각할 것 같았다. 고민하고 고민하다가 생각한 것이 바로 학부모 독서 모임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책으로 전달하면 더 효과가 있을 것 같았다. 부모가 교사보다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는 부모님들과 신뢰 관계가 쌓인 다음 말해도 충분했다 _p53 1장 마음을 나누는 시간, 학교에서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나는 사고 싶은 문제집이 있어도 부모님께 편하게 말하지 못해요. 나는 누구일까요?”
아이들은 가난한 사람이라고 답했다.
“맞아요. 그리고 선생님 이야기이기도 해요.”
나는 말했다. 그리고 부모님의 장애와 어려웠던 가정 형편 때문에 생겼던 불편한 일들을 고백했다. 할 말이 많았지만 입을 꾹 닫았던 교수실의 나를 버리고, 아무도 건드리지 못하도록 꼭꼭 숨겨두었던 선 너머의 기억을 스스로 꺼내왔다.
다행히 나는 울지 않았다. 20년 전의 나처럼 입술을 꽉 깨물지도 않았다. 덤덤하게 이야기했고, 아이들은 진지하게 내 이야기를 들어줬다. 진심이 통했던 것일까, 아니면 내가 아이들의 현실에 들어가 있는 한 사람이었기 때문일까. 그 이후로 아이들은 애자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_p62. 1장 마음을 나누는 시간, 학교에서
※엄마의 눈물을 보며, 내 마음에 쌓여 있던 속상함, 섭섭함, 서운함을 밀어낸다. 그래, 그 눈물 하나면 되었다. 걸걸한 성격의 엄마는 집 안 청소보다 밭 일을 좋아하셨다. 폐 관련 수술을 한 후에도 담배 피우는 것을 좋아하셨다. 가을이면 찐 밤 까먹는 것을 좋아하셨다. 그리고 아빠를 좋아하셨다. 그래, 그거 하나면 되었다. 아빠 집에서 살림을 챙기는 것은 이제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옆에서 지켜보니, 엄마의 눈물, 그 마음이 있으면 되었다 싶다. 차로 10분 거리, 아빠와 엄마가 떨어져 계시지만 서로를 보며 울어주고 웃어주는 그 마음으로 남은 생을 사시게 될 것 같다. 두 번째 엄마가 운다. 그래, 그거 하나면 됐다. -p109 2장 은밀하고 사적인 퇴근 후에, 중에
※나의 삶이 자연스레 글로 드러나기 때문에 글을 쓰기로 마음먹은 사람이라면 떳떳한 삶을 지향해야 한다. 생각, 말, 글은 아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세상에 대한 반응으로 떠오른 내 생각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기도 하고, 튀어나온 말로도 부족하여 세상에 흔적을 남기려는 용감한 사람이 있다.
같은 공간에 있어야 말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나마 들은 말도 즉각 우리 마음에 들어오지 않으면 공중에서 사라진다. 반면, 이 시대는 저자가 과감히 결단만 내리면 시공간의 제약이 없는 곳에 얼마든지 글을 게시할 수 있다. 누구나 나의 글을 검색만 하면 볼 수 있다. 이게 행운인지 불행인지는 자신이 어떤 삶을 살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p216. 3장. 글과 마주하는 책상에서, 중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