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집은 이 땅에서 억울하게 죽어간 영혼을 위로하는 진혼곡이다. 동학년에서 제주 4.3을 거쳐 세월호, 이태원 참사에 이르기까지 안타깝고 억울하게 죽어간 사람들을 위한 시편들이다. 그들이 거처할 집은 어디이며, 그들이 편안하게 잠들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그 수많은 원혼들을 넉넉한 어머니의 품속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죽은 자의 영혼이 첫눈이 되어 내리고, 봄 산을 물들이는 진달래가 되고, 바람의 비문이 되어 다가온다. 아픈 영혼의 진혼곡은 풍장의 의식으로 바람 속으로 사라지지만, 그들의 영혼은 해마다 피는 꽃들과 변하지 않는 대지 위에서 산자들과 함께 하고 있다. 아픈 역사는 잊어지는 것이 아니라, 더욱 가슴에 깊이 새겨지는 법이다. 더구나 억울하게 죽어간 그들의 역사는 눈(眼)에 깊이 새겨져서 지워지지를 않는다. 그 아픈 영혼들이 잠들 수 있도록 낡았지만 오래 견디는 집 한 채를 지어주고 싶다. 국토의 곳곳에 쓰러져 있는 아픈 영혼을 위한 진혼곡을 들으면서 가슴 한 쪽을 쓸어안는다.
―황선열(문학평론가)
몸 안 어디 그 울창한 울음을 기르고 있었을까. 이 시집은 시대와 싸울 줄 알았던 민중들, 그 혼령들이 아직 이 땅에 어찌 살아있는지, 어떤 모습으로 우리 곁에 앉아 있는지 깨닫게 한다. 박정애는 걷는 시인이었다. 걸어 걸어 사람이 있는, 눈물이 있는 곳에 있고자 했다. 걷다가 걷다가 우두커니 서는 순간 내리꽂혔다가 솟구쳐 오르는 어떤 통곡으로 아득한 우주의 궤도에 오르곤 했을까. 언 발을 가진 백의관음의 눈매와 허공을 넘나드는 줄광대의 몸짓 사이로 무극을 찾아가는 저 바람의 필법. 시퍼런 피멍이 선명한 한반도의 서사를 끌어안는 시인은 우리 안에 숙성된 슬픔의 힘을 믿는다. 부처도 달팽이도 백록담도 두만강도 오체투지 중이다. 단어 하나하나 이미지 하나하나에 펼쳐진 역사와 설화들, 그 나이테들의 뜨거움은 이제 충분히 발효되어 깊고 깊은 예언에 이른 것 같다. 그래서 이 시집은 광활하다. 아니, 장엄하다.
―김수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