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의 말 부분
‘한때’가 다 ‘좋은 때’
이 동화책은 단편으로 엮어졌어요. 모두 여섯 편인데 이야기를 거의 의인화 시켜서 쓴 책이에요. 자연 속 생물들을 등장시켜 재미있게 풀어냈어요.
저는 어린 시절 부모님으로부터 항상 듣고 자란 말이 있어요. 불평만 할라치면 ‘다 한때란 다’하고 못을 박았어요. 무슨 일이든지 할 시기가 따로 있다는 말이에요. 그때는 이 말이 정말 싫었어요. 도대체 그 한때란 때가 언제인지, 또는 끝이 있는 것인지 알지 못했어요. 그런데 돌이켜보면 공부할 시기도 다 한때란 걸 어른이 되어서야 알았지요. 여러분들도 지 금 ‘다 한때’를 겪고 있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비록 힘들고 어렵지만 열심히 하다보면 반드시 좋은 기회가 찾아올 거예요._ 작가의 말 중에서
■ 책 속으로 (본문 미리 보기)
달마루는 달빛마을 꼭대기에 있는 언덕 이름이에요.
엷은 봄 햇살이 나앉은 오후, 달마루에 살고 있는 산벚나무는
온몸이 나른했어요. 크고 작은 가지마다 흐물흐물 풀리는 거예요.
“으아항~ 졸려!”
하품이 나올 때마다 잎사귀들이 아래로 몸을 부렸어요. 안간힘
을 썼으나 자꾸 잠이 쏟아져 왔어요. 산벚나무는 자울자울하다가
이내 잠들고 말았어요.
그 사이에 산벚나무 아랫배에 얹혀사는 벌집에서는 꿀벌들이
쉴 새 없이 윙윙거렸어요. 산벚나무가 잠이 들자 여왕벌은 작은
소리로 타일렀어요.
“쉿! 조용, 조용…”
꿀벌들은 여왕벌의 말에 입을 다물었어요. 산벚나무는 성격이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었어요. 한번 트집을 잡으면 쉽사리 달래기
어렵기 때문이에요.
“애들아, 우리 잠시 나갔다 오자. 산벚나무가 잠이 깨면 또 우
리 탓이라면서 달달 볶을지도 몰라. 어서 나가자.”
한참 재밌게 꿀을 따고 있었는데 기분이 나빴어요. 꿀벌들은 대
나무밭으로 들어갔어요.
‘하여간 까다롭기는. 흥, 칫!’
꿀벌들은 속으로 투덜대면서 구시렁거렸어요.
산벚나무는 밤잠보다 낮잠을 더 중요시할 때가 많아요. 낮잠 자
는 시간에 시끄럽게 굴면 몹시 화를 냈어요. 하지만, 꿀벌들은 산
벚나무의 투정을 다 받아주었어요. 왜냐면 산벚나무에 꽃이 피면
얼마나 꽃송이가 봉글봉글한지 마치 함박꽃을 보는 것 같았거든
요. 새봄에 꽃이 뽀얗게 피어오르면 마을이 온통 꽃등을 달아 놓
은 것처럼 밤까지 환했으니까요. 그 환한 봄꽃에 꿀벌들은 신이
나서 꿀을 모았어요. _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