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 빵빵한 찐빵이
더욱 먹음직스러운 찐빵으로 태어나기까지
가게들이 늘어선 거리에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온 찐빵 가게가 있었어요. 늘 사람들로 북적거리던 거리는 언제부터인가 오가는 발길이 줄었습니다. 동네 최고 인기였던 찐빵도 찾는 사람도 뜸해졌지요. 속을 끓이던 주인아저씨는 맨들맨들 고기만두, 불긋불긋 김치만두를 데리고 왔습니다. 찐빵 가게에 오는 손님은 늘었지만, 여전히 찐빵은 잘 팔리지 않았어요. 설상가상 옆 가게에 샤오롱바오와 딤섬이 이사 온다는 소식이 들려왔지요.
잘못하면 사람들에게서 영영 잊힐 위기! 그래도 찐빵은 기죽지 않았답니다. 주인아저씨가 기막힌 비법을 찾아냈으니까요. 기다리고 기다리던 그날, 주인아저씨는 아침 일찍 주방을 찾아왔습니다. 햇살 온기 품은 팥을 뽀드득 뽀드득 닦아 물에 넣고 푸욱 삶았어요. 고슬고슬 보드라워지면 소금, 설탕을 뿌리고 휘휘 저으며 졸였지요. 밀가루 반죽에는 오미자, 쑥, 옥수수 등 여러 재료를 넣어 알록달록 색을 내었습니다. 반죽 안에 달짝지근한 팥소를 넣고 보글보글 끓는 물 위에서 잘 익히면, 찐빵 완성! 찜통 뚜껑이 열리자 오색 찐빵이 고운 모습을 드러냈어요. 사람들은 함박웃음을 지었지요.
《나는 찐빵》에는 찐빵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흥미진진하게 담겨 있습니다. 팥소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찐빵 속의 팥이 되고 싶은 파파팟(팥)의 좌충우돌 수련기로 재미있게 나타내었습니다. 반죽을 만들고 속을 채우고 찌는 과정은 한눈에 알기 쉽게 그림으로 정리했지요. 팥, 쌀, 오미자 , 옥수수와 같은 재료를 의인화하고, 찐빵도사, 팥죽할멈과 같은 개성 있는 인물들을 등장시켜 책에 생기를 불어넣었습니다. 발랄하고 웃음기 가득한 이야기를 쫓아가다 보면 찐빵의 탄생 과정이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들어옵니다.
글을 지은 황혜진 작가는 구수한 사투리 입말체로 인물에 현실감을 더하는 한편 독자들에게는 읽는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그림을 그린 이윤정 작가는 아이들에게 친숙한 만화 형식을 가져와 따뜻하면서도 자꾸만 펼쳐 보고 싶은 그림을 완성했지요. 동글동글한 몸에 자신만만한 표정을 한 찐빵과 옆집 인심 좋은 아저씨처럼 푸근한 주인아저씨의 모습은 책을 덮고도 오랫동안 기억 한편에 남습니다.
경쾌하고 환한 이야기는 늘 우리 마음을 밝혀 줍니다. 《나는 찐빵》은 당찬 제목만큼 기분 좋게 읽을 수 있는 그림책입니다. 때때로 웃고, 궁금해하고, 흠뻑 빠져 들며 한바탕 놀 수 있는 그림책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