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들은 게 전부일까?’
‘숨겨진 무언가는 없는 걸까?’
‘다른 의도로 없었던 내용을 말하거나, 과장하는 것은 아닐까?’
이 잔인한 의심은 인간적인 연민을 거스르지만, 진실을 찾는 과정에서는 필수적인 도구였다. 내 임무는 피해자를 위로하는 것이 아니라, 진실을 파헤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의 절절한 고백을 들으면서도 그것을 계속 의심하고 검토해야 한다. 그 진실이 어떤 모습이든, 나는 진실의 무게를 견뎌야 한다.
---p.35 「진실에 다가갈 때는 살얼음판 건너듯이」중에서
다른 누군가를 위해 애쓸 때, 단 1%라도 범죄 해결에 도움이 되었을 때 무엇보다 큰 행복감을 느낀다. 그리고 이젠 그게 내 존재의 이유가 되었다. 오늘도 지하철을 타고 출근한다. 휴대전화는 몸에 안 좋다고 스스로 되뇌고 일부러 안 보려고 노력하지만, 어느새 범죄 기사를 찾아 읽는 나를 발견한다. 그렇다. 나는 1832번째 대한민국 과학수사관이다.
---p.113 「나는 1832번째 대한민국 과학수사관입니다」중에서
현장에서 만나는 변사자들은 저마다 다른 표정들을 하고 있습니다. 세상에 찌들고, 삶에 지치고 그리고 고통에 힘겨워하는. 그런 그들의 모습을 만나게 될 때면 그녀는 먼저 그들을 향해 진심 어린 위로를 보내고, 정중한 작별 인사를 드립니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고, 이제는 편히 가시라고.
---p.124 「그녀의 직업은 검시조사관입니다」중에서
과학수사에서는 현장에서 실수가 절대 용납되지 않는다. 내가 저지른 실수 하나로 인하여 사건의 판도가 완전히 뒤바뀔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내 부주의로 나와 팀원의 안전을 보장받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니 재차 확인하고 또 확인해야 한다.
---p.175 「CSI가 만능열쇠는 아니지만」중에서
정말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을 다했다. 마치 과수퍼맨이 뒤에서 지켜보고 있는 것처럼 내내 집중했다. 그가 봤을 때 보고서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쩌나 하고 마음을 졸이기도 했다. 무서운 선생님께 숙제 검사를 받는 학생이 된 기분도 들었다. 그가 잘했다며 내 어깨를 툭툭 쳐줄 만큼 만족시킬 수 있는 보고서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결국 나는 그가 마무리 짓지 못한 보고서를 무사히 끝낼 수 있었다. 그렇게 과수퍼맨의 영혼이 깃든 혈흔형태분석 결과보고서가 완성되었고, 그것은 피의자를 징역 25년에 처하는 유력한 증거로 사용되었다.
---p.195 「나의 아름다운 영웅, 만나러 갑니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