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이 봄에 또 살아갈 이유다”
독자들이 꼭 한번 따라 써보길 바라는 마음으로!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 「대숲 아래서」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한 나태주 시인이 2025년으로 등단 55년을 맞는다. 이를 기념하여 그간 수많은 독자에게 꾸준히 사랑을 받아온 시 「풀꽃」을 비롯하여 대중들의 가슴에 선명하게 아로새겨진 주옥같은 시 88편을 골라, 시를 읽고 또 따라 써보는 라이팅북으로 엮었다. 시인은 이번 시집 출간을 두고, 읽고 베끼는 과정을 통해 “나태주의 시집을 떠나 시집을 베끼는 독자분의 시집으로 바뀌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글을 베끼다 보면 그 글이 나의 마음 안으로 들어와 안기는 것을 느끼는데, 이것은 참 신비로운 경험”이라면서 이번 시집을 통해 그런 ‘신비한 경험’을 해볼 것을 권한다. 『오늘은 이것으로 좋았습니다』는 위로, 사랑, 행복, 희망 등 4개 키워드에 각각 22편의 시, 그리고 1편의 산문으로 구성되었다. 특별히 이번 작품에는 꽁꽁 언 마음에 들려주는 나태주 시인의 따뜻한 선물 같은 시인의 필사 시 4편도 함께 수록되었다. 반세기를 훌쩍 넘은 시인의 내공이 잔잔한 감동과 함께 짙은 울림을 준다. 지나온 삶의 내력을 구구절절 읊어내기보다 일상의 빛나는 찰나들을 단 몇 마디 순일한 시어로 뽑아낸 생의 하이라이트 같은 글들이다. ‘대한민국이 지금 가장 사랑하는’ 나태주 시인의 사려 깊고 따스한 감성이 독자들의 마음에 더없이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세상을 선사한다.
“지금도 좋은가 있으면 서슴없이 따라 적는다”
읽는 시에서 손끝으로 만지고 가슴으로 느끼는 시로!
나태주 시인은 책의 서문을 통해 “선배 시인 한 분은 한용운 선생의 시를 30편가량 외우다 보니 저절로 말문이 터져 시인이 되었다”고 말한다. 그뿐인가. 시인 안도현은 백석의 시를 ‘필사적(必死的)으로 필사(筆寫)했다’고 밝힌 바 있다. 좋은 글을 베끼다 보면 눈으로 읽는 것보다 더 깊게 그 글을 이해할 수 있다. 그렇게 베껴 쓴 문장들은 하나하나 쌓이고 쌓여 나만의 글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글의 내용을 닮아가는 삶으로 이어진다. 필사의 효과를 이보다 더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을까? 나태주 시인 역시 “지금도 좋은 시, 남의 시가 있으면 서슴없이” 베낀다고 토로한다. 우리가 사소하다고 여기는 것들에 애정 어린 시선을 주고 생의 빛나는 찰나들을 눈부신 언어에 담아낸 나태주 시인의 시를 읽고 베껴 쓰는 과정에서 독자들 역시도 생의 빛나는 찰나들을 만끽할 수 있으리라.
“오늘도 이것으로 좋았습니다”
시를 베껴 쓰는 일상의 짧은 시간, 그것으로 충분하다
“자 오늘은 이만 자러 갑시다 / 오늘도 이것으로 좋았습니다 / 충분했습니다” 시인의 아내는 텔레비전을 보다가 잠들고 시인은 방에서 책을 읽다가 잠이 든다. 시인은 거의 매일처럼 이어지는 이와 같은 일상의 풍경을 이렇게 시로 옮겼다. “오늘 하루 좋았다 아름다웠다 / 우리는 앞으로 얼마 동안 / 이런 날 이런 저녁을 함께할 것인가!”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들을 더 사랑하고 알뜰히 살피고 마음 깊이 감사하는 시인은 독자로 하여금 세상을 더 깊고 아름답고 섬세하게 바라볼 수 있는 눈과 귀를 열리게 한다. 오늘 고생했다고, 이만하면 충분하다고 어깨를 토닥여주는 시인의 따스함에 기대려 어떤 이들은 나태주 시인의 시집에 실린 모든 시를 소리 내어 읽었다고 한다. 이제 읽는 것에서 멈추지 말고 하루 한 편씩 손으로 써서 내 마음에 오래도록 새겨두자. 소소한 하루의 일상을 마무리하는 시간, 한 줄 한 줄 시인의 시를 옮겨 적는 그 시간은 얼마나 행복할 것인가! 그런 오늘이라면 그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좋았다, 아름다웠다, 말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