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심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게다가 혼란스러웠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나? 정립된 과학적 이론에 따르면 이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나를 키운 어머니는 영양학 전문가로, 자격증을 지닌 영양사였다. 식사는 보건기관이 권장하고 식품 피라미드가 지시하는 대로 정확히 따랐다. 이렇게 자란 내가 이 나이에 벌써 이러면 안 되었다. 모범생답게 잘해온 내가 저승 문턱으로 향하고 있었다. 충격을 받은 머리에서 경종이 울렸다. 의료계의 무언가가 크게 잘못됐다. 그동안 실컷 거짓말만 들어왔다는 건데, 진실이 궁금했다.
--- 「(의대에서) 배운 대로 하고도 저승 문턱까지 갔던 이야기」 중에서
교실 수업에서건 다른 의료인이 참가하는 학술 토론회에서건 대사 문제는 거의 거론되지 않았다. 설령 드물게 언급되더라도 대사는 단순하되 중요한 문제이지만, 질병 치료만큼 중차대한 관건은
또 아니었다. 시간을 내어 영양학을 공부해두면 좋긴 하겠지만, 영양실조 환자라도 진료실 문을 두드리지 않는 한 그런 일은 없겠다 싶었다. 내가 고혈압과 당뇨병을 겪을 때조차도 주변에 있는 모든 이와 마찬가지로 대사를 그렇게 바라보았다. 대사란 몸이 음식을 소화하고 사용하는 방식이며, 그게 전부라고 말이다. 앞서 1장에서 알츠하이머병과 심장병과 당뇨병을 언급했는데, 셋 다 대사성 질환이다. 그중 두 가지 질병의 증상이 내게 나타났는데도 그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다. 아니, 대사란 영양학계가 신경 쓸 일이었다. ‘진짜 의료인’인 우리는 심장병을 예방하기보다는 병이 생기면 치료하는 데 더 집중했다. 발병하기 20여 년 전부터 심장병을 다스려나간다는 생각은커녕 말이다.
--- 「신진대사 거짓말」 중에서
힐은 미국인들이 매일 100kcal씩만 에너지 균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면 “인구 대다수의 체중 증가를 방지할 것”이라고 계산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그가 권장한 해법은 “에너지 섭취를 줄이고 신체활동을 늘리는 습관”이었다. 곧, 적게 먹고 더 운동하라는 얘기였다. 힐은 사실 오랫동안 탄수화물, 특히 설탕을 섭취할 때 얻는 가치를 옹호해왔다. 체중을 감량하기 위한 도구라는 거였다. 타우브스는 저서에서 이렇게 그를 고발했다. “다이어트 식단에도 설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글을 심지어 제당협회 돈을 받고 썼다. 고탄수화물, 하물며 설탕 범벅인 식사가 ‘일부 인기 있는 다이어트 이론에서 주장하듯 과식 가능성을 높이기는커녕 오히려 낮출 것’이라고 가정했다.”(힐이 쓴 내용은 이렇다. “당분을 섭취하면 곧 인슐린 수치가 증가하고, 그 때문에 과도하게 지방이 쌓인다는 이론은 입증되지 않았으며, 생물학적으로도 설득력이 없다.”)
힐이 밝힌 이런 견해의 맥락을 온전히 이해하려면 그가 받은 자금의 출처를 한번 짚어볼 필요가 있다. 힐은 코카콜라, 크래프트, 마즈(스니커즈, 엠앤엠즈, 마즈 초코바 제조사)에서 컨설팅 비용을 받았다고 인정했다. 설탕과 탄수화물이 잔뜩 든 가공식품을 만들어 파는 회사들이다.
--- 「비만 거짓말」 중에서
그렇다면 혈중 포도당의 적정한 양은 얼마일까? 미국당뇨병학회가 제시한 당뇨병 진단 수치는 이미 소개했다. 하지만 정상으로 쳐야 마땅한 수치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꽤 낮은 수치다.
이상적인 혈당량을 알아보자. 사람의 정상 혈당치는 약 90mg/dL이다. 이 수치는 5mM(ℓ당 밀리몰, mmol/L)과 같다. 포도당 분자 C6H12O6의 분자량이 약 180g/mol이므로 계산해보면, 정상적으로 혈액에 실려 인체를 순환하는 포도당의 총량은 약 4g(일반 성인의 혈액량을 5ℓ로 쳤을 때)이 된다. 티스푼 하나만큼이다. 이 정도를 넘어서면 그 양이 얼마가 됐든 몸은 과잉된 분량을 제거하려고 정말 부단히 애를 쓴다. 섭취한 당은 곧장 혈류로 녹아들기 때문에 우리가 당이나 정제 탄수화물을 이 정도 소량 이상 섭취하면 우리 몸은 고혈당 상태에서 신체를 보호하려고 경보를 울리며 인슐린 체계를 발동한다. 그래서 인슐린 반응을 일으키지 않으려면 설탕을 한 티스푼이 안 되게 섭취해야 한다. 음식으로 환산하면 얼마나 되는 양일까? 식빵 한
조각에만 약 다섯 티스푼이 들었다. 그중 한 티스푼이 신체의 요구를 채워주면, 나머지 네 티스푼은 인슐린 반응을 일으킨다.
--- 「당뇨병 거짓말」 중에서
벽화 속 인물이 거위에게 강제로 모이를 먹이고 있다. 지방간을 만든 역사상 최초의 기록일 터다. 푸아그라를 만들려면 일단 오리나 거위가 평소 먹지 않는 것을 먹여야 한다. 그마저도 평소 먹는 양보다 많이 먹여야 한다. 대체 무엇을 억지로 먹이는 것일까? 일단, 술은 아니다. 이론상 ‘술
먹인 푸아그라’도 가능하기는 하지만 말이다. 바로, 다량영양소 중 하나를 강제로 먹이는 장면이다. 다량영양소이므로 지방, 단백질, 탄수화물 중 하나일 것이다. 언뜻 생각하면, 로마인이나 이집트인이 지방간 거위를 만들려고 했으니 지방을 먹였을 거라고 넘겨짚기 쉽다. 하지만 요즘 연구 결과를 보면, 콜레스테롤과 포화지방을 먹는다고 해서 혈관에 지방이 쌓여 심장 발작을 일으키는 죽상반이 생기고 여기에 기름이 끼는 것 같지는 않다. 플리니우스가 답을 알려준다. 그는 프랑스어인 푸아그라 대신 라틴어로 이에쿠르 피카툼iecur ficatum이라고 했다. ‘이에쿠르’는 간이라는 뜻이고, ‘피카툼’은 무화과를 가리키는 단어인 피쿠스(ficus)에서 왔다. 결국, 간을 기름지게 만드는 핵심 재료는 지방도 아니고 심지어 단백질도 아닌 무화과, 정확히 말하면 무화과에 든 당이었다. 그러니까 범인은 탄수화물이다.
--- 「지방간 거짓말」 중에서
정말로 그럴까? LDL이 높으면 심장 발작이 일어나기 쉬울까?
질문이 잘못된 것으로 밝혀졌다. 단순히 LDL만으로는 심장 발작이 일어날 가능성을 예측하기 어렵다. 그보다는 실제 혈관을 관찰해서 어떤 손상이 있는지 들여다보는 편이 낫다. 다행스럽게도 혈관을 보려고 살을 쨀 필요는 없다. 심장을 컴퓨터로 단층 촬영하면 된다. 쉽게 말해 CT를 찍는 것이다. 수치를 보고 짐작하는 대신 CT 촬영을 하면 혈관 속에 형성되는 죽상반을 X선 영상으로 관찰할 수 있다. 그래서 심장발작의 위험을 더 정확하게 가늠할 수 있다. LDL 수치가 다양한 2만 3143명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LDL과 죽상동맥경화증 위험 사이의 상관관계는 없었다. 대신 동맥에 있는 석회화된 죽상반이 주요한 위험 요인이었다. 죽상반이 적게 있으면 위험도가 낮았다. 그리고 죽상반이 많을수록 위험성은 커졌다. LDL 수치와 죽상반도 상응하지 않았다.
《미국심장저널》에 실린 2009년 연구는 심장질환으로 입원한 13만 6905명 환자 중 4분의 3이 LDL 수치에서 정상이었다고 보고했다. 요점을 말하자면, LDL은 그것이 중요하다는 주장만큼 중요하지는 않다.
--- 「심혈관계 질환 거짓말」 중에서
때는 1901년이었다. 독일군은 U보트 잠수함에 쓸 더 나은 윤활제가 필요했다. 독일 과학자들이 액체인 식물성기름에 수소를 첨가해 부분적으로 굳힌 고체 유지를 만드는 법을 궁리해냈다. 이 제조법은 나중에 프록터앤드갬블에 팔렸고, 이 미국 회사는 그 기름을 제빵과 튀김에 쓰는 식용유로 팔기로 결정한다. 바로 크리스코라는 쇼트닝제 품이다. 이렇게 트랜스지방이라는 것이 생겨나 심장질환이 폭증했으니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크리스코는 이후 제조법을 조금 바꾸어 1회 섭취분당 트랜스지방을 0.5g 이하로 줄였다. 제품의 영양 성분표에 트랜스지방 함량을 0g으로 표기할 수 있게 해준 편법이었다. 이어서 프록터앤드갬블은 미국심장협회에 170만 달러를 지불하고 신제품 크리스코를 홍보하면서, 이 기름으로 요리하면 동물성 지방을
쓰는 것보다 건강하다는 거짓말을 퍼트렸다. 나는 씨앗기름과 식물성기름을 되도록 먹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여기에는 염증을 일으키는 오메가6 지방산(리놀레산)이 가득 들었다. 이 여덟 가지 기름은 종종 ‘건강한 식물성’ 기름으로 홍보된다. 사실이 아니다. 버터와 우지牛脂, 기ghee라는 인도식 버터기름. 코코넛 기름, 야자유, 올리브유, 아보카도 기름 등이 건강한 기름이다.
--- 「건강 설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