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마음만큼 잘 변하는 게 있을까
희고 부드러운 눈발 같았다가 녹으면서 성질이 변한다 ―「블랙 아이스」 중에서
이 조류는 태초부터 날지 않았을지, 지상의 먹이들 놔두고 굳이 날 필요 없으니까 서서히 날개가 퇴화하여 날 수 없게 된 건지, 쓸 수 없는 날개는 왜 생겨난 건지…… 내가 새였을 때, 나는 고난이 오면 도피했다. 스트레스받지 않았다. 멀리 날아가 버렸다. ―「내가 새였을 때」 중에서
아무도 안 데려가면 안락사. 너도 어렸을 땐 안락사가 아주 따뜻하고 다정한 사람 품에 안겨 죽는 건 줄 알았니? ―「인사하러 왔어」 중에서
북극여우도 살지 않는 설원에서 길은 끝나고 심장과 마음을 잇는 선이 사라질 즈음
나에게서 가장 멀리 떠나온 거기에서
그 극지의 눈보라 속에서 너에게 미래를 부칠 수 있다면 ―「일방통행로」 중에서
젊은 시절에 나는 안락의자를 샀다고 말했던가? 이 의자에 눕다시피 앉아 나는 열 권의 책을 쓰고 서른한 번의 겨울을 보냈다
날이 밝았어 이제 밑도 끝도 없는 이 의자에서 일어나 마지막으로 새어머니를 만나러 가야 한다고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그렇다 서른 번 넘게 지껄였다 ―「마지막으로」 중에서
어둠이 없는 데가 지옥이죠
밤에도 불을 꺼주지 않는 곳이 감옥입니다
70여 년 만에 무죄 선고를 받아 명예를 회복한 할머니
수감 생활을 말씀하신다
우리는 머리 맞대고 뉴스를 본다
밥 먹으며 휴대폰 보는 습관을 나는 못 고쳤고
너는 스스로 만든 손목 흉터 가리려고 소매 잡... 더보기
왜 나는 내가 앉아도 된다고 생각했지? 둘이서 서서 가위바위보를 할 순 없잖아! 이긴 사람이 앉기예요. 이건 이상하잖아! 내가 얼씨구 하며 앉았던 첫 번째 이유는, 옆에 서 있던 저 사람이 나보다 한참 어려 보여서. 두 번째 이유는, 내가 곧 쓰러질 정도로 피곤했기 때문에. 세 번째 이유는,
없군! 더는 없어. ―... 더보기
나를 해외 입양이라도 보내지 그러셨어요. 병든 아버지에게 내가 이 말을 했던가.
내게 무엇이 없었다면 시를 쓰지 않았을까.
떠나지 않은 여기가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곳 같아서
나의 동료들은 영원히 아무것도 아닌 것에 관해 시를 쓴다. ―「이민자의 말」 중에서
깨어날 일은 없을 거예요
악몽은 우리가 싸우는 방식이죠
슬퍼하지 말아요
숲에 거의 다 왔어요 ―「얄팍하고 먼지투성이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