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입문’은 중국 명나라 때 이천(李梴)이라는 학자가 편찬한 책이다. ‘동의보감’ 등 수많은 우리나라 한의학 서적들이 이천의 ‘의학입문’을 참고하였다. ‘의학입문’ 원문은 읽기가 매우 까다로운 책이다. 그래서 알기 쉽게 풀어서 평범한 일상용어와 말투로 재조명을 하였다. 누구나 편하게 읽도록 이 책을 구성하였다.
이 책에서 재조명한 부분은 ‘상한용약부’에 해당한다. 저자 이천은 ‘상한용약부’의 본문 작성에 공을 많이 들였다. 본문을 통해 이천(李梴)이 꼭 하고 싶었던 말은 결정적 단서(端緖)다. 하나의 처방으로 여러 가지 병이나 증상들을 치료할 수는 있지만, 어떤 처방이 가장 효력을 나타내는 증상은 “바로 이것이다”라고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반대로 하나의 증상에 쓰이는 처방이 여럿 존재하지만, 어떤 증상이 이런 증상과 함께 발현되면, 그런 증상들에 가장 확률이 높은 처방은 “바로 이것이다”라고 결정적 단서(端緖)를 주고자 했다.
사실, ‘상한용약부(傷寒用藥賦)’에 저자 이천(李梴)의 생각이 많이 묻어 나온다. 상한론에 나오는 기존 처방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소상히 밝히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전해져 내려오는 의학입문 인용문에서 가장 흔한 일은 가감방 부분을 생략하는 것이고, 의학입문 인용문 중 가장 어긋나는 부분은 처방의 약재 용량이다. 이천은 자기 나름대로 매우 엄격하게 량, 돈, 푼으로 구별하여 반(半) 개념을 정밀하게 적용하여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발간된 의서에는 의학입문에서 인용했다고 밝히면서도 용량이 서로 다른 경우가 허다하다.
세상에는 만병통치약이 있고, 그리고 의사가 단번에 약 1첩을 사용하여 쾌유시키면 얼마나 좋겠는가? 허황된 꿈같은 얘기다. 세상에 만병통치약은 없으나, 천만 가지 질병과 증상에 맞는 약은 수없이 많이 존재한다. 기록도 수천 년을 전해져 오면서, 임상 사례를 바탕으로 한 의서(醫書)들이 탄탄하게 존재한다. 환자도 의사를 믿고, 의사를 존중하면서, 자기에게 마땅한 탕약이 나올 때까지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야 한다. ‘시행착오’라는 생각보다는 ‘확률을 조금씩 높여 나가는 과정’이라고 여겨야 한다. 환자는 의사와 함께 적합한 약을 찾겠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환자와 의사가 한마음이 되어 약을 써보는 것(用藥)이야말로, 이천(李梴)이 ‘상한용약부(傷寒用藥賦)’라는 기록물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뜻이라 생각한다.
또한, 이천(李梴)이 강조한 부분은 약의 남용을 엄중히 경고한다. 다행히도 처방한 탕약이 병에 적중하면, 환자도 기뻐하고 의사도 보람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이천(李梴)은 냉정한 발언을 한다. 병을 몰아냈으면 복약을 당장 그쳐야 한다는 것이다(中病卽止). 약은 늘 먹는 음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복약도 중요하지만, 복약을 제때에 멈추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이것도 그는 용약(用藥)이라 불렀다.
‘의학입문’의 ‘상한용약부(傷寒用藥賦)’ 내용은 매우 놀랍고 감탄이 절로 나온다. 몇 글자 안 되는 한자성어로 환자의 상태를 생생하게 그림을 그리듯 그려내고 있어, 마치 희곡대본의 친절한 지문(地文)을 보는 느낌을 받는다. 과거 중국의 의사들이 얼마나 철저하게 환자와 대화를 나누고 자세히 관찰했는지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묘약이 없을까?”, “비방이 뭔가?” “효과가 있는 의안인가?” 이런 의술적 관점보다는 환자를 긍휼히 여기고 바라보는 옛 선인들의 마음가짐을 이천(李梴)의 글 표현에서 찾아보는 재미가 매우 쏠쏠하다. 이천(李梴)은 ‘상한용약부(傷寒用藥賦)’를 쓰면서, 원전인 ‘상한잡병론(傷寒雜病論)’에서 장중경이 펼친 수증치지(隧證治之) 철학을 그대로 계승하면서도 자기 나름의 독특한 해석을 추가했다.
이천(李梴)은 독자들이 본문 정도는 항상 암송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배려를 해놓았다. 어찌 보면, 한편의 시조 구절 같기도 하고, 요즘 대중매체에 나오는 광고 카피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책을 항상 옆에 놓고 수시로 읽는다면, 본문은 저절로 외워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