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인류학자 엄마와 역사학자 아들이 안내하는 음식의 새로운 세계
그 모든 여정이 지금, 식탁에서 시작된다!
음식과 요리에 대한 관심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먹방, 맛집 탐방 등의 콘텐츠 유행과 소비가 이를 증명한다. 그중에서도 요리 대결을 내세운 콘텐츠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최근에 이슈가 된 〈흑백요리사〉를 비롯해 저마다 비슷한 포맷임에도 불구하고 매번 주목받아 왔다. 아마도 재료를 선택하고, 손질해 요리하는 모든 과정에서 묻어나는 개인의 고유성과 정체성 때문일 것이다. 한 접시의 음식은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다.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고 우리 앞에 왔다.
『다른 방식으로 먹기』는 그런 음식의 이야기들을 시대와 나라를 가로질러 풀어낸다. 특히 문화인류학자 엄마 메리 I. 화이트와 역사학자 아들 벤저민 A. 워개프트 모자(母子)가 함께 쓴 음식 인문 교양서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두 명의 저자는 농업의 기원에서 시작해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역사 속에서 음식이 어떻게 다뤄졌고, 어떤 기능을 해왔는지를 야망, 호기심, 무모함 등으로 점철된 인류 역사를 중심으로 이야기한다. 이 책은 특별한 것 없는 음식들을 다룬다. 일상적으로 먹고, 마시고, 요리하는 음식과 그 재료들을 우리의 식탁을 규정해 온 사회적 규범과 연관 지어 음식을 이해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다. 이로써 음식이란 아주 오래된 사회, 문화적 산물이자 매개체라는 점을 깨닫게 한다.
영토 전쟁과 권력, 식민지와 향신료, 요리법과 도구, 소울푸드의 등장까지….
음식으로 다시 읽는 세계사
허쉬는 오늘날 어떻게 초콜릿의 대명사가 되었을까? 베네딕토회 수도승들은 왜 대중에게 적극적으로 맥주를 추천했을까? 일본 도쿄에서 요리를 할 때 절대 생선 배부터 가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흥미로운 질문들에 답하기 위해서는 음식이 생존 문제를 넘어 역사적으로 다양한 욕망과 이해관계의 중심에 놓여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고대 페르시아와 그리스 간의 묘한 기싸움 또한 다름 아닌 음식에서 시작되고, 발현되었다. 페르시아 제국은 비옥한 영토, 지리적인 이점, 목축의 발달 등으로 생태-문화적으로 풍부하고 균형 잡힌 요리가 발전했다. 그 시기는 당시 그리스 아테네 전성기와 겹쳤고, 페르시아는 그런 그리스인들을 초대해 코스별 고기와 설탕, 꿀로 범벅된 디저트를 대접하는 등 세련된 식문화를 보여주며 사회적 지위를 드러내고자 했다. 그들의 식문화를 두고 그리스는 지나치게 화려하며 탐욕적인 것으로 평가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후 페르시아에서 쓰였던 양념으로 만든 고상한 요리들이 그리스에 발전하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페르시아의 식문화가 자리 잡게 되었다. 이는 음식을 통해 고대 페르시아 왕국의 영토 장악력과 영향력을 직관적으로 잘 보여준다. 페르시아뿐만 아니라 연회석에서 지배국의 음식을 전시한 로마 상류층, 산 정상으로 노예를 보내 얼음 간식을 가져오게 한 중국 왕족에 관한 이야기 또한 음식의 상징성을 드러내고 있다.
내가 먹는 음식을 생각한다는 건
곧 ‘나’에 대해 생각하는 일이다
같은 식재료를 두고도 사람마다 떠올리는 추억이 다 다르다. 그 재료들의 조합으로 만들어낸 음식은 더더욱 그렇다. 지역별로, 세대별로 경험한 식재료와 식문화가 너무도 다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떡’에 대해 이야기하려 할 때 누군가는 하굣길에 친구들과 함께 사서 나눠 먹던 떡꼬치를 떠올리고, 누군가는 온 가족이 다 같이 모여 먹던 새해의 떡국을 떠올릴지 모른다. 또 누군가는 할머니 방앗간에서 갓 뽑아 꿀에 찍어 먹던 가래떡을 떠올릴지 모른다. 그리고 이러한 기억들은 어떤 것들보다 마음속에 오래 남는다. 이는 결국 우리가 어떤 음식을 기억하는 데 단순히 무엇을 먹었는지가 아닌 무엇을 ‘언제’ ‘누구’와 먹었는지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음식은 그저 취향과 기호의 영역으로만 설명되는 문제가 아니다.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져 온 한 사람의 발자취다. 이러한 사실을, 음식이 하나의 트렌드처럼 금세 뜨거워졌다가 금세 식어버리고 마는 오늘날 다시금 돌아볼 필요가 있겠다.
■ 저자 소개
메리 I. 화이트
하버드대학교에서 인류학, 비교문학, 사회학을 전공한 후 보스턴대학교 인류학 교수로 있다. 일본의 음식, 여행, 식문화 연구를 통해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문화인류학자다. 일본의 카페에 관해 연구하던 중 캄보디아 농민들의 커피 수출 문제를 돕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고, 이들을 일본의 커피 시장과 연결 해 캄보디아 지역 사회 개발 및 발전을 도왔다. 주요 저서로는 『국수의 향연Noodles Galore』 『많은 사람을 위한 요리Cooking for Crowds』 『일본에서의 커피 생활Coffee Life in Japan』 등이 있다. 그 리고 아들 벤저민 A. 워개프트와 함께 『다른 방식으로 먹기Ways of Eating』를 공동집필했다.
이 책에서 그는 욕망과 호기심, 무모함으로 점철된 인류의 삶 속에서 음식은 어떤 기능을 해왔고, 어떤 사회적 의미를 지녔는지를 문화인류학자의 관점으로 바라보고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