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 시간에 네 명씩 한 조를 이뤄서 달리기를 했어요. 그중 빨리 들어온 두 사람을 따로 모아서 다시 달리기를 했어요. 그렇게 계속 달리다 보면 가장 빠른 사람 한 명이 남게 되니까요.
다라는 양 손바닥으로 이마를 감싸 쥔 채 달렸어요. 그런데도 세찬이의 말처럼 언제나 제일 먼저 들어왔어요.
선생님은 다라가 이상한 몸짓으로 뛰는데도 속도가 빨라서 놀란 것 같았어요.
“다라야. 팔을 힘차게 저으면서 뛰어 봐. 네가 전체 1등을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다라는 깡총한 앞머리도, 톡 튀어나온 이마도 드러낼 마음이 없었어요.
26~27p
“네 앞머리는 거북이 같아서 사람들 눈에 아주 아주 천천히 뛸 거야. 그 대신 달리기할 때의 발은 진짜 진짜 빠르기 때문에 사람들은 너의 발만 볼 거라고.”
“정말?”
다라는 솔깃해졌어요.
“응. 네 앞머리가 짧은지, 네 이마가 짱구인지 사람들은 볼 틈이 없어. 네 발이 겁나게 빠르니까 말이야.”
“그래? 그럴까? 그럼 일단 가 보자.”
다라는 쭈그리고 앉았어요. 그런 다음, 풀어진 운동화 끈을 꽉 조여 맸어요.
“그리고 다라야, 네가 말하지 않으면 짱구인 거 아무도 모를 거야. 나도 몰랐거든. 너는 입술만 예쁜 게 아니라 검은 눈동자도 엄청 크고 예쁘잖아. 너를 딱 보면 예쁜 눈이 반짝반짝거려서 앞짱구 따윈 보이지도 않아.”
“그거 정말이야?”
40~41p
“이건 먹는 즉시 용기가 솟는 ‘용감한 핫케이크’야.”
“야, 용감한 핫케이크? 그런 게 어딨냐?”
수지의 말에 세찬이가 못 믿겠다는 투로 말했어요.
“이거 ‘진짜 용감한 핫케이크’라니까. 특별히 ‘용기 백 배 바나나’를 넣어서 만든 거라고.”
“맞아, 이걸 먹으면 넌 배도 안 아프고 그림도 엄청 잘 그리게 될 거야. 진짜야!”
다라와 수지가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말했어요.
그 말에 세찬이의 표정이 환해졌어요.
“그런데 뭐 그려야 돼? 다른 애들은 벌써 그리던데….”
수지가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어요.
“주제는 ‘가장 기쁜 날’이야. 근데 언제 가장 기뻤는지 생각이 안 나서 고민 중이야.”
세찬이는 손으로 턱을 괴며 생각에 잠겼어요.
“그게 왜 고민이야? 너, 지금 안 기뻐? 우리가 왔는데도?”
다라가 세찬이를 보며 물었어요.
“그래, 맞아. 우리가 용감한 핫케이크까지 만들어 왔는데 기뻐해야지.”
수지도 맞장구를 쳤어요.
“그야, 당연히 기쁘지.”
세찬이가 수지와 다라를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어요.
“그럼, 뭘 고민해? 이걸 그려.”
“아!”
세찬이는 다라의 말을 듣고는 아이디어가 떠오르는지 고개를 끄덕였어요.
“좋아. 좋아. 용감한 핫케이크를 멋지게 그려야겠어. 그리고 핫케이크를 가져다준 너희들도 그리고.”
세찬이는 도화지 위에 스케치를 하기 시작했어요.
68~69p
그때 갑자기 다라의 머릿속에 ‘반짝’ 하고 불이 들어왔어요.
“맞다. 효재, 너 핼러윈 데이 때 내 머리띠 부러워했잖아.”
“아! 그 뿔 달린 악마 머리띠?”
“그래. 나 그거 팔려고 갖고 왔어. 이 손가방이랑 바꾸는 거 어때?”
다라가 효재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물었어요.
“좋아. 그럼 그거 가지고 와. 바꾸자.”
효재도 다라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어요.
“야호!”
다라와 세찬이는 공중으로 뛰어오르며 하이파이브를 했어요.
94~95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