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항준 영화감독 추천!
★“누구를 ‘미치게 사랑한다’는 것은 모든 장르의 이야기에서
강력한 동력이 된다는 것을 다시 확인시켜주는 소설.”
“직캠이 터졌다. 트위터 2만 알티를 타고
유튜브까지 퍼져 인급동에 올랐다.”
망돌 출신 ‘지세준’을 대박 연예인으로 만든
네임드 홈마의 덕질 이야기!
한때 아이돌로 데뷔했다가 ‘망(한 아이)돌’이 된 ‘지세준’은 트로트 가수로 전업하기를 제안받은 뒤 엠마트 개업 무대에 오른다. 엠마트 정육 코너에서 일하는 ‘연희정’은 그날 지세준을 처음 만난다. “복근이 살짝 드러나는 크롭 티” “리듬감 좋게 돌아가는 골반” “믹 재거”를 떠올리게 하는 지세준의 무대에 중년 여성들이 관심을 보이는 것도 잠시, 마트 행사에 우루루 몰려간 후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때 끝까지 홀로 남아 지세준의 “회심의 안무”를 보고 있던 연희정은 지난 사십 년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감정에 휩싸인다.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을 설명하라고 한다면 자신과 지세준이 만난 엠마트는 그야말로 역사적인 장소가 아닐 수 없다. 지세준에게 마음을 빼앗긴 연희정이 자신이 촬영한 직캠을 SNS에 업로드하면서 이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진다. 직캠이 SNS에서 크게 유명해지고, 유튜브 인급동에 올라 하루아침에 지세준을 유명 연예인으로 만든 것이다.
“안심했습니다.
세준도 나처럼 사랑을 갈구하고 있다는 것을,
그 노골적인 골반 튕김이 구애의 춤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엠마트 직캠은 지세준과 연희정 두 사람의 삶을 뒤바꿔놓는다. 유명세를 바탕으로 지세준은 이미 예선이 끝난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되고, 물밀 듯이 밀려오는 행사의 주인공이 된다. 한편 지세준을 향한 단순한 애정으로 시작된 ‘덕질’도 잠시, 연희정의 홈마 생활은 지세준의 사생활을 왜곡하거나 그의 집 안까지 들어가는 등 보편적으로 이해받을 수 없는 형태의 ‘사랑’으로 이어지기 시작한다. 소설은 자신이 지세준을 위해 행했던 모든 일들이 “선의”였노라 말하는 연희정을 보며, 최애의 사랑을 갈구하는 팬의 욕망이 어떤 맥락에서 연속적인 동력을 얻는지 흥미롭게 되묻게 만든다. 자, 최애를 위해 인위적으로 편집되고 해석된 언행을 벌인 홈마 연희정의 사랑이 옳지 않다고 한다면 우리는 이 마음을 무엇이라고 말해야 할까?
“사생들이 꿔준 것 없이 나를 쫓아다니는 악덕 사채업자 같다면,
연희정은 필요악이었다.”
최애의 집 앞에 찾아가기, 개인 전화번호로 연락하기, 사적인 연애 생활 염탐하기.
홈마 연희정에게는 사랑이자 선의로 점철된 일들은 더욱 집착적이고 일방적으로 변해간다. 지세준을 은밀하게 지켜봐 오던 연희정은 우연하게 열려 있던 차고 문을 통해 지세준의 집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러다 지세준의 전 여자친구 ‘박린아’와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를 몰래 듣게 된다. 그 내용은 박린아가 임신을 했고, 지세준에게 돈을 요구한다는 것.
박린아는 사실과 무관하게 짜깁기된 음성 파일을 세상에 공개하고, 지세준은 순식간에 전 여자 친구에게 낙태를 종용한 파렴치한이 되고 만다. 녹음 파일은 엠마트 개업 무대 직캠보다 더 빠른 속도로 SNS에 퍼져나가기 시작하고, 연희정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지세준을 구원해줄 수 있는 사람은 자신뿐이라고 믿으며 새로운 방안을 찾아 나선다.
“덕질 비즈니스에서 중요한 건 최애와 팬의 윈윈이다.”
누구든 사랑 앞에서 승자이자 패자가 된다
그 역설의 중심에서 새롭게 읽는 미친 사랑의 메커니즘
이후 누군가에게 폭행을 당한 것으로 보이는 박린아가 쓰러진 채 발견되면서 지세준과 연희정이 연관되어 있음이 암시된다. 전직 강력계 형사 출신인 ‘민성연’이 사건에 함께 연루되면서 소설은 끊임없이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다양한 성격과 서사를 가진 인물들의 이야기가 각자의 시점으로 서술되는 소설의 구조는 자칫 일차원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최애와 팬의 세계를 다층적으로 읽어내도록 한다.
흔히 가볍고 진실되지 못한 것으로 치부되는 “덕질 비즈니스”는 최애와 팬이 서로의 니즈를 채워가면서 작동된다. 그 과정에서 담긴 서로를 향한 진심은 다른 누구도 아닌 사랑의 당사자들만이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선을 넘어서까지 상대를 향한 사랑을 유지하고 싶어 하는 사람의 모습이 ‘미친 것’으로 보일지언정 누군가는 그 미친 사랑의 메커니즘에 기꺼이 자진할 것이다.
미치거나, 미치지 않았거나. 최애와 팬의 사랑은 그렇게 한 끗 차이로 달리 보이기도 하지만, 무엇이 우리를 사랑에 돌진하게 만드는지 『날 사랑하는 미친 누나』에서 유쾌하고도 기묘한 질문을 계속 이어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