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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챗챗
“왜?”
아기 고양이를 키우자는 말에 엄마는 단박에 이유부터 따져 물었다.
“다들 아기 고양이를 좋아하니까.”
치우의 대답에 엄마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치우야, 아기는 모두 자라서 어른이 돼.”
“그치만…….”
“치즈도 아기였던 때가 있었고, 치우 너도 아기였던 때가 있었잖아. 언제까지고 아기로만 사는 생명은 없어.”
엄마의 말투는 부드러웠지만 예상 외로 단호했다.
“무슨 말인지 알지?”
“누가 그걸 몰라? 그럼 뭐 해? 아무도 치즈한테 관심 없는걸!”
엄마는 결국 무서운 눈초리로 치우한테 소리를 바락 질렀다.
“이치우!”
치, 정작 아무것도 모르는 건 엄마면서.
그 뒤로 치우는 몇 차례나 사진을 더 찍었지만 별로 달라지는 건 없었다. 치즈는 그야말로 나이 들고 뚱뚱하고 못생긴 고양이일 뿐이었다. 그에 비해 키티는 아무것도 안 해도 사람들이 무작정 예뻐했다. 단지 아기 고양이라는 이유로.
“냐앙.”
치우의 마음을 알 리 없는 치즈가 꼬리를 일자로 바짝 세운 채 치우한테 다가와 울음소리를 냈다. 치즈가 기분이 좋을 때 하는 행동이었다.
“못생겼어.”
치우는 고개를 홱 돌려 버렸다. _23~24쪽에서
고양이 주인과 반려 인간
순간 제리가 치우 손을 거칠게 떼어 내고는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냈다.
“뭔가 착각하는 모양인데, 여긴 지구가 아니야. 인간은 그저 고양이가 키우는 반려동물일 뿐이라고. 무슨 말인지 알겠나? 어디 인간 따위가 허락 없이 감히!”
제리의 노란 눈동자가 무시무시하게 빛났다. 치우는 얼른 손을 거두며 어깨를 잔뜩 움츠렸다. 조금 전까지 안심했던 것이 그저 무색할 뿐이었다.
그제야 아까 제리가 한 말이 조금 이해되었다. 고양이를 좋아한다고 해서 고양이한테 반드시 좋은 인간이라고 할 수 없듯이, 인간을 좋아한다고 해서 인간한테 반드시 좋은 고양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 하지만 나는 제리랑 달라.’
치우는 다시금 제리 목을 꽉 감싸안았다. _65쪽에서
반려 인간으로 사는 법
종일 먹은 거라고는 영양제와 물이 전부였다. 치즈는 강에서 사냥해 온 물고기를 구워 먹으면서도 치우한테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영양제 먹으면 괜찮아. 하루에 필요한 영양소는 충분히 들어 있으니까.”
배가 고프다고 화내는 치우한테 고작 한다는 소리가 그랬다.
펠리는 지구 시간으로 세 시간마다 낮과 밤이 바뀌었다. 치우가 검역소에 갇혀 있을 때 시간을 가늠하지 못했던 건 그 때문이었다.
고양이들은 대체로 밤에 활동했다. 치즈도 마찬가지였다. 낮이면 나무 집 어딘가에서 늘어지게 누워 있다가 밤이 되면 사냥이나 산책을 나가고는 했다.
고양이가 영역 동물이라는 것도 다 지구에 한정된 이야기였다. 웜홀 가이드 말처럼, 펠리는 고양이들이 행복한 세상이었고, 위험할 게 하나도 없는 곳에서 치즈는 그야말로 ‘고양이답게’ 살았다. 자기 멋대로, 자기 내키는 대로.
그에 비하면 치우는 마음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었다. 치즈가 주는 대로 먹어야 했고, 밖에 나가려 해도 치즈한테 허락을 받아야 했다.
치즈는 걸핏하면 사다리를 치워 버리고는 했는데, 그러면 치우는 꼼짝없이 나무 집에 갇히는 신세가 되었다.
팔에서 자꾸만 달그락거리는 팔찌도 빼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펠리에 사는 반려동물이라면 팔찌를 꼭 차고 있어야 했다. _77~78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