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비웨이트 티셔츠와 리버스위브의 탄생,
미국 캐주얼웨어의 역사는 이 브랜드와 함께했다
빈티지 소비문화를 선도하는 브랜드
킹 오브 스웨트셔츠, 챔피온
전 세계적으로 중고의류 시장 규모는 가파르게 성장 중이며, 국내 또한 마찬가지다. 온라인 중고의류 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의 2023년 상반기 거래액은 5,200억 원으로 2021년의 3,400억 원 대비 50% 이상 증가했다. 이러한 메가트렌드 내 중고의류와 빈티지의류를 구분해 소비하는 흐름까지 생겨나고 있다. 저렴함이 특장점인 중고의류와 달리 빈티지의류는 오래될수록 희소성과 가치가 오르는 컬렉팅 가치를 지닌다. 그중에서도 이른바 ‘아메카지(‘아메리칸 캐주얼’을 줄여 부르는 일본식 조어)’ 열풍을 불러온 미국산 빈티지 캐주얼 의류의 인기는 단연 도드라진다. 그리고 빈티지 아메리칸 캐주얼을 소비하는 이들에게 상징과도 같은 브랜드가 있으니, 바로 챔피온이다.
지금은 캐주얼웨어로 인식되는 티셔츠와 스웨트셔츠가 최초에는 첨단의 스포츠웨어였음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챔피온은 모두가 울로 된 니트를 입을 때 가볍고 저렴하며 세탁까지 용이한 의류를 만들어내며 의류사에 크나큰 영향을 끼쳤다. 캐주얼웨어 대부분이 챔피온에게 큰 빚을 지고 있음은 자명하다. 챔피온에 대해 알아가는 것은 캐주얼웨어에 대해 알아가는 것과 일맥상통할 것이다.
《CHAMPION(챔피온)》에는 챔피온의 새롭고 다양한 면면이 담겼다. 챔피온이 대학 서점이라는 새로운 판로를 개척해낸 이야기, NBA 유니폼 라이센스를 두고 나이키, 아디다스 등 거대자본 회사와 경합한 사연, 또 리버스위브의 특허별 차이점과 그 이름의 탄생 비화, 그리고 챔피온 역사상 가장 빛나는 순간 중 하나로 꼽히는 올림픽 국가대표팀 유니폼의 제작 신화 등 그동안 어디서도 살펴볼 수 없던 이야기들을 확인해볼 수 있다.
전 세계 300여 명의 챔피온 컬렉터들이 참여해
집대성한 500점 이상의 세계 최대 빈티지 챔피온 컬렉션
《CHAMPION》의 저자 ‘태그 & 스레드(Tags & Threads)’는 미국 뉴욕에서 아메리칸 의류를 전문으로 다루는 독립출판사다. 빈티지 컬렉터 알렉스 고렛(Alex Goulet)을 필두로 《헤비듀티》(2018), 《아메토라》(2020) 등의 도서를 통해 국내 아메리칸 캐주얼 애호가들에도 익히 소개되어 온 미국 전통 의류 브랜드의 과거와 현재를 탐험하며 여러 책을 출간해 왔다.
그중에서도 챔피온은 태그 & 스레드가 가장 집중해서 조명해 온 브랜드다. 2020년에 빈티지 챔피온 아카이빙 서적 《It Takes A Little More: Selected Champion Products 1919-2002》를 이미 출간한 바 있는 태그 & 스레드는 자타공인 챔피온 전문가로서 큰 사명감을 가지고 정본이 될 이번 책을 기획했다. 그간 쌓아온 인력을 총동원해 전 세계 300여 명의 챔피온 컬렉터에게 500여 점의 선별된 챔피온 제품을 공수 받았다. 스웨트셔츠, 리버스위브, 티셔츠와 같이 잘 알려진 종류뿐만 아니라 사업의 첫 발판이 되어 준 스웨터부터, 전성기를 구가하게 해준 스포츠팀 유니폼, 그리고 포장에 쓰인 박스와 각종 판촉물까지 그야말로 챔피온의 모든 것을 담아내었다.
각 제품 사진은 모두 정밀히 촬영해 실었고, 망실이 잦은 태그의 경우에는 더욱 정밀히 확인할 수 있도록 그래픽 작업을 통해 깔끔한 이미지로 옮겨 담았다. 이로써 드디어 연도별로 복잡하게 변화해온 태그의 정확한 분류도 카테고리별로 명확히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이외에도 오랜 시간에 걸쳐 여전히 활용하고 있는 프린트 기법, 챔피온이 개발해 산업에 혁명을 불러온 다양한 소재, 공식적으로 사용되어 온 색상표 등 각종 세부 정보도 알차게 정리되어 있다.
빈티지 애호가들의 문화가
더욱 깊이, 또 널리 퍼질 수 있도록
빈티지 의류 시장에서 챔피온의 위상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높다. 더 보태고 뺄 것 없이 챔피온은 빈티지 의류의 상징 중 하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말로 읽을 수 있는 챔피온 아카이빙 서적이 없어 일본 잡지를 더듬어봐야 했던 점은 마니아들의 오랜 아쉬움이었다. 《CHAMPION》은 갈증을 해소해 줄 단비 같은 출간이자, 서브컬처 애호가들을 위한 도전적인 출간이다.
이 도전을 위해 국내 남성 패션계의 개척자 중 한 명이자 빈티지 애호가로 널리 알려진 강원식 대표가 사명감을 가지고 번역을 진행했다. 《CHAMPION》을 통해 다만 패션에 대해서만 알아가는 것이 아니라 미국 문화 전반을 이해할 수 있도록 자세한 주석을 다수 추가하는 등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다. 이렇듯 국내외의 빈티지 애호가들의 구슬땀이 빚어낸 《CHAMPION》을 통해 챔피온을, 또 아메리칸 캐주얼을, 더 나아가 미국 문화를 알아가 보는 것은 어떨까? 애정은 늘 깊이를 통해 더욱 넓어진다. 빈티지를 향한 애호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