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국가에 있어 기본권 보장의 실현과 민주공화제의 유지라는 두 가지 목표를 실천하기 위한 통치구조와 국가권력은 민주적 정당성을 구비하여야 한다. 국가권력의 민주적 정당성(demokratischeLegitimation)의 요구는 모든 통치권의 창설과 그 행사가 국민적 합의에 바탕을 두어야 정당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통치기관의 헌법적 권한이 그 기관이 바탕으로 하고 있는 민주적 정당성의 크기와 일정한 균형관계를 유지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통치권의 참된 민주적 정당성은 인정하기 어렵게 된다. 통치기관의 선출 방법과 그 통치기관에 주어지는 헌법적 권한 사이에는 불가분의 상관관계가 성립될 수밖에 없다. 예컨대 직선제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과 간선제로 선출된 대통령의 권한이 같을 수 없는 이유는 직선 대통령의 민주적 정당성이 간선 대통령보다 크기 때문인 것이다. 민주적 정당성의 구현 방법으로는 선거제도, 국민투표, 정당활동의 자유, 표현의 자유 및 헌법기관의 구성에 국민대표기관인 국회의 관여를 인정하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제1부 1장 권력구조의 기본이념과 대의제 원리 중에서
민주적 선거제도에 있어서 선거의 자유는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 형성을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이 선거의 자유 없이 선거의 공정을 기대한다는 것은 무의미하므로, 선거의 자유의 가치는 선거의 공정의 가치에 우선하거나 적어도 그것과 동등한 지위에서 보장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할 것이다. 선거의 자유가 보장되는 헌법적 근거로는 국민주권의 원리와 대의제 민주주의, 참정권 보장을 들 수 있으며, 선거의 기본 원칙 중 하나로서 자유선거의 원칙도 선거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적 근거가 된다.
-제1부 2장 대의제의 구성요소로서 선거제도 중에서
한국 정당정치의 개혁을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정당 구성원인 국회의원의 의식개혁이 중요하다. 우리나라 정당정치와 의회주의의 병폐는 정당 소속 의원들이 정당의 규율과 강제에 지나치게 구속되고 있다는 데 있다. 의원은 정당의 대리인 내지 구성원이기 이전에 전체 국민의 대표자임을 재인식하고 국가이익을 우선해야 하는 헌법상의 의무(제46조 제2항)를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 정당의 정치적 목적이 권력의 획득과 유지에 있다고 하더라도 정당 소속 의원들은 당리당략보다는 국가이익을 우선해야 하는 것이 그들에게 요구되는 국회의원의 양심이며 헌법의 명령임을 명심해야 한다. 의안에 대한 국회 표결에서도, 당론이 채택된다고 해서 무조건 따를 것이 아니라 당론을 존중하면서도 의원의 양심에 따라 국가와 국민 전체의 이익을 우선하는 입장에서 자유투표에 임할 수 있어야 한다.
-제1부 3장 대의제 민주주의와 정당제도 중에서
국회는 국가의 입법기관이다. 대의제와 권력분립원리를 전제로 하여 국가의 입법기능은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에 귀속하게 된다. 그러나 오늘날 국가기능의 확대와 입법 대상의 증대로 말미암아 입법에 고도의 전문성과 기술성이 요구됨에 따라 입법과정에 있어서 행정부의 역할이 증대되고 있고, 또한 의원의 정당에의 기속 등으로 인하여 의회의 입법기능이 저하되고 있다.
우리 헌법은 제40조에 “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라고 하여 국회 입법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모든 국가작용의 근거가 되고 국민생활을 규율하는 법률은 국회가 제정한다. 국회 입법의 원칙은 국가의 법규범 중에서 핵심을 이루는 ‘형식적 의미의 법률’의 제정은 국회가 단독으로 의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헌법상 정부의 법률안제출권이나 대통령의 법률안거부권이 인정되고 있지만 이것은 법률제정에 있어 입법부와 행정부의 상호협조 내지 상호통제를 위한 것이며, 법률제정의 본질적 과정인 법안의 심의와 의결은 국회가 단독으로 행사한다.
-제2부 1장 국회 중에서
이처럼 국회의원의 이중적 지위가 충돌하는 경우 어느 지위를 우선하여야 하는 것인가? 헌법상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할 의무가 있으며(제46조 제2항), 「국회법」에 의하여 자유투표제(제114조의2)가 보장되기 때문에 의원은 국민의 대표자로서 소속 정당의 의사에 기속되지 아니하고 양심에 따라 투표하여야 한다. 또한 의원은 정당국가적 현실에 있어서도 탈당의 자유가 보장되고 의회의 표결에 있어 비밀투표가 보장되어 있으므로 국민 대표자로서의 지위가 정당 대표로서의 지위에 우선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제2부 2장 국회의원 중에서
국가원수로서의 대통령은 국내적으로 국정의 최고책임자로서의 지위를 가진다. 대통령의 국정의 최고책임자로서의 지위는 구체적으로 헌법의 수호자로서의 지위, 국정의 통합·조정자로서의 지위, 헌법기관구성권자로서의 지위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헌법 제66조 제2항은 “대통령은 국가의 독립·영토의 보존·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다”라고 하고, 제69조에 “대통령은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라고 선서하게 하는 것은 대통령이 국가와 헌법의 수호자임을 천명한 것이다. 국가 위기 시의 대통령의 비상적 권한인 긴급 명령권(제76조)과 계엄선포권(제77조) 등도 국가와 헌법의 수호자로서 대통령에게 부여된 권한을 의미한다. 헌법은 권력분립원리에도 불구하고 국가기능의 효율성을 유지하고 국론을 통일하기 위하여 대통령에게 국정의 통합·조정권을 부여하고 있다. 즉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의 국민투표부의권(제72조), 헌법개정안발의권(제128조 제1항), 법률안제출권(제52조), 국회임시회 집회요구권(제47조 제1항), 사면·감형·복권에 관한 권한(제79조) 등이 이에 해당한다.
-제3부 1장 대통령 중에서
사법권의 독립에 있어서는 법관의 정치적 중립성이 매우 중요하다. 법관에게 정치 관여를 금지하는 것은 재판의 주체가 정치적 파당성을 띠는 것을 방지하고 법관이 외부의 정치적 세력과 연계하거나 정치적 이해관계 속에서 당사자의 어느 한 편에 기울어지는 재판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법원조직법」은 법관의 정치적 중립성 유지를 위하여 법관이 국회 또는 지방의회의 의원이 되거나 행정부서의 공무원이 되는 일을 금지하고 있으며, 정치운동에 관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동법 제49조 제1호~제3호). 여기서 ‘정치운동’의 개념이 명확하지 않으나 넓게 해석하는 것이 법관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의 정신에 비추어 타당하다고 할 것이며, 법관이 정당에 가입하거나 정치활동에 참여하는 행위 등은 허용될 수 없다. 그러나 법관이 법원 업무의 개선이나 사법권의 독립을 확보하기 위하여 내부적 또는 외부적으로 개인이나 집단의 단위로 의사표시를 하거나 활동하는 것은 법관에게 금지되는 정치운동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제4부 1장 법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