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은 국가형태와 정치체제에 관한 근본적 정치적 결단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정치공동체가 지향하는 일정한 가치체계 내지 이념을 담고 있다. 헌법은 헌법제정 당시의 정치공동체의 지배적 이념을 반영하고 있으므로 헌법에는 가치지향적이고 가치구속적인 헌법질서를 확립하는 것을 기본원리로 하게 된다. 우리 헌법은 제10조에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최고의 헌법이념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인간의 존엄성을 실현하기 위한 필수적 수단으로서 기본권보장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채택하고 있다. 인간의 존엄성 조항은 국민의 기본권보장의 이념적 전제가 되며, 국가와 개인의 관계에 관한 결정적인 방향 설정을 의미한다. 우리 헌법이 채택한 핵심적 가치질서는 인간의 존엄성을 최고이념으로 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고 할 수 있다.
-제1부 1장 헌법이란 무엇인가 중에서
켈젠의 견해처럼 헌법의 제1차적 수호자는 모든 국가기관이 되어야 한다. 대통령과 의회, 사법부는 헌법상 수권된 권한을 행사하는 데 있어 헌법을 준수하고 수호해야 할 책임을 진다. 또한 하나의 국가기관은 다른 국가기관의 권력을 통제하면서 헌법을 수호하게 된다. 다만 우리 헌법은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에 대하여 “국가의 독립, 영토의 보존, 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다”는 것을 명문화하고 있다(제65조 제1항). 대통령제의 정부형태에 있어서는 대통령이 국가원수이며 행정부의 수반으로서 국정운영의 중심에서 국정의 조정자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에 헌법의 수호자로서의 책무가 상대적으로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우리 헌법은 헌법재판소제도를 채택하여 헌법을 침해하는 모든 국가기관의 행위를 무효화 할 수 있는 권한을 헌법재판소가 가지므로, 헌법재판소가 최종적인 헌법수호자로서의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러나 국가기관에 의한 헌법수호가 불가능해지는 비상적 상태에서는 주권자인 국민이 최후의 헌법 수호자로서 그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결국 헌법의 수호는 헌법보장제도와 함께 최종적으로는 국민이 헌법을 존중하고 수호하려는 ‘헌법에의 의지’가 있을 때 비로소 그 실효성을 거둘 수 있는 것이다. 최후의 헌법 수호자로서 국민이 할 수 있는 역할은 저항권의 행사인 것이다.
-제1부 3장 헌법의 수호자와 헌법수호의 방법 중에서
1948년 헌법은 일제의 식민지통치시대를 마감하고 서구형의 새로운 민주주의헌법을 채택하면서 국민주권에 기초한 정치적 자유를 보장함과 동시에 사회적·경제적 영역에서의 평등 실현이라는 이중적 이념을 국가적 과제로 삼았다는 점에서 이상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헌법의 제정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헌법적 이념과 국가적 과제의 과부하는 결국 헌법의 실효성과 규범력을 유지하기 어려웠고, 헌법규범과 헌법현실이 괴리되는 명목적 헌법에 지나지 않게 되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여기에다 이승만 정부의 권위주의적 통치스타일과 위헌적이고 반민주적인 개헌에 의한 집권연장 등으로 자유민주주의의 헌법질서는 위협을 받게 되고 결국 3·15 부정선거에 대한 국민의 저항권 발동으로 제1공화국은 막을 내리게 되었다.
-제2부 1장 대한민국헌법의 제정 중에서
헌법 전문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라고 하여 대한민국의 국가적 이념과 기본적 정치질서는 자유민주주의적 질서의 확립임을 전제로 그 질서를 더욱 확고히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는 국민적 합의에 바탕을 둔 국가적 이념이며 우리 헌법의 핵심적인 정치적 기본질서를 의미한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의미에 관하여 헌법재판소는 “모든 폭력적 지배와 자의적 지배, 즉 반국가단체의 일인독재 내지 일당독재를 배제하고, 다수의 지배에 의한 국민의 자치, 자유·평등의 기본원칙에 바탕한 법치주의적 통치질서”라고 정의하고 있다. 헌법 전문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는 헌법 제4조의 평화통일조항에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통일정책”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헌법 제8조의 정당해산의 요건으로 ‘민주적 기본질서’도 헌법 전문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개념과 동일한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제3부 1장 헌법 전문 중에서
우리 헌법 제1조 제2항 후단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의미는 국가의 최고권력인 주권은 국민에게 있으며, 주권에 의해 구체화된 현실적 국가권력으로서의 입법권, 행정권, 사법권을 포괄하는 국가의 모든 권력(통치권)은 주권자인 국민의 의사에 의해 국가기관에 위임된 것이므로 모든 국가기관은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권력을 국민의 의사에 따라 행사하여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이 조항은 국민의 의사에 합치되지 않는 권력행사는 국민주권원리에 반하는 것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제3부 2장 국민주권의 원리 중에서
자유민주주의의 불가결의 요소로서 법치주의의 실현을 위해서는 사법부가 권력이나 정치적 세력으로부터 간섭을 받지 않고 철저히 독립되어 중립적 입장에서 공정한 재판이 이루어져야 함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사법에 대한 불신의 풍조가 불식되지 못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일부 재판 과정에서 ‘사법의 정치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법조계를 비롯한 언론기관과 학계 등이 사법권의 독립과 공정한 재판을 위한 제도개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제3부 3장 자유민주주의 중에서
헌법상 지방자치제도 역시 권력분립적 기능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지방자치제는 ‘민주주의의 원천이며 교실’이라고 불리는 바와 같이 풀뿌리민주주의를 강화하는 데 기본이념이 있는 것이지만, 더 나아가 오늘날의 지방자치제는 중앙집권주의를 견제할 수 있는 지방분권주의의 실현에 또 하나의 중요한 이념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점에서 오늘날의 지방자치제도는 민주주의의 기초를 다지고 단순히 주민근거리행정을 실현시키는 제도라는 전통적 인식 못지않게 헌법상 권력분립적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도 깊이 인식할 필요가 있다. 지방자치제는 국가권력의 ‘수직적 분립’을 의미하며중앙정부의 통치권 행사에 대한 견제적 기능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고 할 것이다. 지방자치를 통하여 지역의 고유한 사무를 지역적으로 근접한 지방행정이 수행하면서 중앙정부의 불합리한 정책 결정과 집행을 통제할 수 있다.
-제3부 4장 권력분리의 원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