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에서
내가 겪은 차별을 더는 묵인하지 않겠다고 결심한 날, 거리에서 함께 행진하며 작은 목소리라도 더해 보자고 약속한 날 그리고 차별과 폭력으로 세상을 떠난 이들을 추모하며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힘을 모은 날, 이런 날들을 ‘인권의 날’이라고 부릅니다. -5~6쪽
세월호 참사를 겪은 이후 인간의 존엄이 존중받는 사회, 생명과 안전을 보장받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민의 생명을 앗아 가는 참사가 계속 발생하고 있어요. 건물이 무너져서, 화재가 발생해서, 폭우와 폭염으로 인해 생명을 잃기도 합니다. 다만 이 모든 참사는 충분히 예방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국가의 역할과 책임이 무엇이어야 하는지 다시 한번 묻게 됩니다. -31쪽
역사는 기억하기 위해 기록되고, 기록을 통해 다시 기억된다고 합니다. 개인의 기억은 유효기간이 있지만, 우리 사회 구성원이 함께 기억하고 기념한다면, 그 기념은 ‘살아 있는 기억’이 될 것입니다. 다시 말해 광주 민주화 운동을 기억한다는 것은 민주주의와 인권을 지키는 일입니다. 그리고 여전히 계속되는 역사 왜곡과 비방에 맞서 진실을 지키는 일이라 할 수 있어요. - 42쪽
‘위안부’가 일본이 쓰는 표현임을 정확히 하고, 이 의미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따옴표를 써요. 위안은 원래 ‘위로하여 마음을 편하게 하다’라는 뜻인데요. ‘위안부’는 일본이 ‘피해자가 강제로 끌려갔다’는 점을 숨기려고 만든 단어입니다. 또, 범죄의 주체를 명확히 하기 위해 ‘위안부’ 앞에 일본군을 붙여서 쓸 것을 권장하고 있어요. -52쪽
흔히 청소년을 미래의 주인공이라고 합니다. 스스로 삶의 주체가 되고자 노력하는 청소년들에게 어른들은 기특하다고만 말하죠. 하지만 이러한 생각들은 청소년의 정치의식이 미약하다거나, 이들이 미래 세대이기에 제쳐두는 배제적 관점일 수도 있겠습니다. 오히려 청소년은 사회와 정치적 상황을 직시하고 있는 ‘현재’의 주인공입니다. 역사 속에서 세상과 학교를 바꾼 청소년이고 시민이죠. 그러니 자신의 권리를 되찾으려는 청소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59쪽
세계 여성의 날은 100여 년 전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각국에서 여성들이 더 나은 삶과 노동 환경 등을 끊임없이 요구해서 만들어진 날입니다. 생존권인 ‘빵’과 존엄을 추구할 권리인 ‘장미’로 희생된 여성들의 삶을 기억하기 위해 제정되었어요. 그렇기에 세계 여성의 날은 축제이기도 하지만, 많은 사람의 죽음, 애도, 노동, 권리의 가치를 기리는 날이기도 합니다. -76쪽
혐오와 차별을 경험한 성소수자가 스스로 ‘나, 여기 있다’라고 말하려면 많은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렇기에 시험 답안지에 다양한 성별을 기재할 수 있게 되거나, 성별 자체를 밝히지 않아도 될 때 우리 사회는 더 건강한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성소수자 혐오가 사라지는 것이 우선입니다. -84쪽
2000년대 이후 저출생이 사회 문제가 되면서 임신중지는 다시 죄가 되었습니다. 2009년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은 “낙태율을 반으로만 줄여도 출산율 증가에 큰 도움이 된다”라는 발언을 했어요. 이 발언만 보아도 임신중지를 처벌하려는 국가가 출생률을 높이기 위해 여성의 신체를 통제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90쪽
여성폭력은 성폭력 같은 성에 관한 부분만 해당될까요? 그건 아닙니다.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여성폭력 철폐 선언’에 따르면 여성에 대한 폭력이란, 젠더를 바탕으로 둔 폭력 행위 내지 그러한 행위를 하겠다는 협박, 강제, 임의적인 자유의 박탈로 인해 공적 혹은 사적인 모든 영역에서 여성에게 신체적, 성적, 심리적 침해나 괴로움을 주는 모든 행위를 말합니다. 국내에서는 폭력 방식 또는 제도에 따라 가정폭력, 스토킹 혹은 데이트폭력, 성폭력, 디지털 범죄 등으로 구분하고 있어요. -108쪽
흔히 산재 사망 사건이 발생하면 개인의 부주의를 탓하거나 불운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잘못은 기업에게 있습니다. 기업은 안전한 일터를 만들려고 하지 않았어요. 노동자들의 죽음을 책임지려고도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위험한 업무를 비정규직 노동자 같은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이들에게 떠맡기곤 합니다. 개인에게는 환경과 단체를 바꿀 힘이 부족해요. 그렇기에 사망한 이들의 죽음을 불운으로 여겨서는 안 됩니다. -134쪽
2022년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2년이 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쟁이 진행되는 동안 러시아의 침략에 반대해서 구금될 위기에 처한 정치인, 활동가, 학생 등이 먼 타국으로 이동해 난민 신청을 하는 상황이죠. 2024년 8월 기준으로 한국에 난민 신청을 한 러시아 난민이 8800명이나 된다고 하지만, 2024년 6월에 단 한 명만 난민으로 인정되었다고 해요. 난민 신청을 거부당한 나머지 난민들은 난민 인정 소송을 진행하며 영종도 출입국 지원 센터에 갇혀 있습니다. 이처럼 평화수감자들은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160쪽
이주민단체 활동가들은 정부가 이처럼 미등록 이주민을 ‘불법’으로 간주하고 단속을 강화하는 것을 지적합니다. 미등록 이주민들이 내국인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며, 사회에 혐오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형성하기 때문입니다.-170쪽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하는 문제는 시민의 대립이나 찬반의 싸움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닙니다. 내 것이 보장된다고 해서 남의 것을 훼손하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인권을 지키는 방법입니다. 국가가 나서서 사회 인프라를 마련하고 이후 시민들은 소수자의 시선에서 그들의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178쪽
태어날 때부터 난민인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난민은 자신이 사는 나라에서 종교와 정치적 사상 또는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생활에 위협을 느껴 피난처를 찾는 과정에서 난민이 되기 때문입니다. 한국에 온 난민 중에는 정부의 박해를 받던 소수 민족도 있어요. 군부 쿠데타로 동료를 잃은 언론사 기자도 있고, 성 정체성을 이유로 형사 처벌을 받은 트랜스젠더도 있죠. 결국 전쟁 또는 폭력이나 인권 침해 피해를 겪은 사람들이 난민이 됩니다. -186쪽
인권과 동물권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인권과 동물권은 전혀 다른 권리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아요. 우선 인간도 동물에 속하기 때문에 ‘인간’이라는 동물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죠. 나아가 결코 분리될 수 없는 인간과 생태계가 어떻게 관계를 맺으며 공생할 수 있을지 인간보다 더 넓은 의미인 동물로서 생각해 보아야만 합니다. -201쪽
장시간 저임금 노동, 비인간적인 주거 생활 환경으로 고통받는 이주 노동자들은 더 나은 일터로 이직할 수 없을까요? 안타깝게도 한국의 ‘고용허가제’는 이주 노동자가 3년 동안 이직이 가능한 횟수를 3회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그마저도 사용자 허락 하에만 가능하기에 일터를 변경하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217쪽
‘홈리스Homeless’는 집이 없는 상태를 나타내는 말입니다. 이 단어는 거리에서 생활하는 사람뿐 아니라 쪽방, 비닐하우스 등 적절한 주거지가 아닌 공간에서 불안정하게 살아가는 사람 전부를 뜻하기도 해요. 그런데 홈리스가 인간답게 살아갈 권리를 보호하는 법인 ‘노숙인복지법’에서는 홈리스를 ‘노숙인 등’으로 부릅니다. 이는 잘못된 용어입니다. 쪽방이나 고시원 등에 사는 전체적인 주거 취약 계층을 포괄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노숙인 등이라는 용어보다는 홈리스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더 적절합니다. -225쪽
모든 노동자가 동등한 권리를 누리려면 먼저 노동자 스스로 ‘노동자’라고 생각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해요. 지금 우리 사회에서 노동자라는 용어가 몸을 힘들게 사용하는 육체 노동자를 가리키는 단어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하는 모든 사람이 노동자입니다. 자신이 노동자라는 것을 알고 사회에 노동 환경과 조건 등이 부당하다는 목소리를 내다 보면 언젠가 잃어버린 노동자의 권리를 찾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246쪽
여전히 빈곤한 사람들의 죽음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도시 곳곳은 화려하게 변하고 있지만, 그 모습에 가려진 빈곤과 불평등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빈곤의 책임은 사회적 이윤을 독점하고, 독점하는 구조를 유지하는 권력에 있습니다. -266~267쪽
인종, 성별, 장애 등 남과 다른 차이로 차별이 발생할 때 ‘인권’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됩니다. 인권은 항상 존중하고 존중받아야 한다는 교육을 받기 때문일까요. 흔히 인권이라는 말을 쓰지만, 누군가 인권의 정의를 묻는다면 대답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인권의 역사를 살펴본다면, 인권의 의미가 무엇인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게 될 거예요. -27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