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 나갈 때도 그 나라의 인사말을 배우고 들어가는데, 인터넷이라는 미지의 공간에 들어갈 때에는 그들의 문법조차 배우지 않습니다. 만약 당신이 인터넷과 거리가 먼 사람이라면 ‘인터넷에서 한 달 살기’도 수행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11p 들어가며)
인터넷에 떨어진 여러분 환영합니다. 여러분들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은 바로 나와 동류의 인간을 찾는 겁니다. 나와 다른 존재들과 두루 어울리는 것을 즐기는 분들이라면,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인터넷의 ‘다른 존재’는 여러분의 접근을 극구 거부할 것입니다.
(14p 1장 우리 ‘부족’을 찾아라!)
하지만 인터넷 세계에서 살아남는 법은 이런 세태를 비판하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보다 빠르게 이것을 흡수하는 것이지요. 내가 조롱받는 것을 감안한다면, 여러분은 이 세계의 어떤 사람이어도 비웃을 수 있는 존재가 됩니다. 완전히 파괴된 이 세계에서는 여러분이 깔고 앉을 수많은 조롱 대상이 있으니까요.
(56p 1장 우리 ‘부족’을 찾아라!)
“가만있음 긁, 반응하면 긁, 이미 진 싸움 아님 뭐냐고.”
대체 그 ‘긁’이라는 게 무슨 말이길래. 어떤 정서를 내포하길래 이런 가사가 나온 걸까요?
(60p 2장 쿨함에 ‘긁히다’)
인터넷 커뮤니티는 역설적 공간입니다. 커뮤니티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것을 용서하지 않습니다. 친목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좆목’이라는 이름으로 거절됩니다.
(110p 2장 쿨함에 ‘긁히다’)
과몰입도, 좆목도, 셀털도 할 수 없는 우리는 서로가 같은 부족임을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의식으로 밈을 사용합니다. 서로를 “게이야”라고 불러봅시다. 이름을 부르거나 친밀한 애칭을 부르는 것만큼은 못하겠지만, 우리가 ‘같은 존재’라는 것이 느껴집니다.
인터넷은 살아남기 힘든 공간입니다. 하지만 위 수칙들을 잘 지키면서 밈을 공유하고, 밈으로 공격하고, 밈으로 방어를 하며 밈적 사고52 속으로 빠져봅시다. 외부에서 보기에는 여러분이 정말 이상한 사람으로 보이겠지요.
(114p 2장 쿨함에 ‘긁히다’)
젊은이들은 기성세대에 신물이 났습니다. 국민연금 문제와 출산율 문제에 기성세대는 진지하게 접근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기성세대에 젊은이들은 이제 싸움을 걸지도 않
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으로 응수합니다. 이 슬픈 이야기를 조금 우스운 환담으로 풀어봅시다. 트위터에 이런 글이 있습니다. 자신이 애니메이션의 오프닝 송을 부르니까 가족들이 화답하듯 같이 불러줬다는 망상글입니다. 그 글은 조롱의 목적으로 인터넷에 널리
퍼졌지만, 그 글을 통해 알 수 있는 인터넷의 진리가 있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그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를 인정해 주는 것뿐이라는 거죠.
(192p 3장 혐오 속에서 ‘도태’ 되다)
우리 세계에서 사랑은 두렵고, 괴롭히는 건 쉽습니다. 그건 나 스스로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를 사랑하라는 말은 기만같이 들립니다. 하지만 나 스스로를 괴롭히면 사람들이 호응해 줍니다.
아마 우리가 원하는 인정은 이런 건 아닐 겁니다. 사랑받고, 자신을 사랑하고, 타인에게 좋은 영향력을 뿌리는 사람이 되고 싶었을 겁니다. 하지만 인터넷 세계에서 그런 것을 할 수는 없습니다. 비틀린 세계에선 비틀린 인정욕구를 발현해야 합니다.
우리는 정석적인 인정을 받을 수 없습니다. 인터넷은 심술덩어리입니다. 사회에서 통용되는 인정욕구를 드러내면 조롱으로만 응수할 겁니다. 내가 잘났다는 것을 드러내지 맙시다. 내가 얼마나 우스운 존재인지, 내가 얼마나 만만한 존재인지 어필하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입니다.
(196p 4장 그래도, 인터넷에서 살아남기)
인터넷 밈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여러분은 훌륭한 인터넷의 생존자입니다. 하지만 인터넷의 원주민이 되기 위해서는 기라성 같은 업적을 남길 필요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자신이 단 댓글에 많은 사람들이 호응해 주는 것, 좋아요를 많이 받는 것, 내 게시물이 베스트 게시물로 선정되는 것 등등으로 시작해 봅시다.
그리고 다음 스텝은 밈을 창조하는 겁니다. 내가 이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이전에 말한 수많은 인터넷의 밈들을 창조한 사람은 유명한 연예인도 정치인도 아닙니다. 조롱을 유달리 잘하고 인터넷 감성을 잘 이해한 일반인이 만들어낸 말들이 대다수입니다.
(198p 4장 그래도, 인터넷에서 살아남기)
인터넷의 사람들의 행태를 비웃었을 수 있지만, 여러분의 무의식과 인터넷 유저의 무의식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인터넷 커뮤니티는 젠틀한 의식의 세계에 사는 우리들의 혼란스러운 무의식일 수 있습니다.
(237p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