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는 신성한 행위’라는 오래된 금기를 깨고
비(非)독서를 포함하는 새로운 독서 패러다임을 제시한 책!
베스트셀러, 스테디셀러, 고전, 명저…. 소위 교양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혹은 웬만하면) 읽어야 한다고 꼽히는 책들. 여기저기서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막상 실제 대화 속에 그 책의 이름이나 내용이 등장하면 미처 책을 읽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당혹감을 느낀다.
특히 지식인이라는 교수나 작가들이 “그 책을 읽지 않았다”라고 털어놓으면 “저 사람 지식인 맞아?” 하고 사기꾼 취급받기 십상이고, 일반인들도 대화하다가 “아직 그 고전을 읽지 않았다”라고 고백하면 순식간에 교양 없는 사람으로 낙인찍히고 만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 피에르 바야르는 말한다. 읽지 않은 책에 대해서도 얼마든지 열정적이고 창조적인 대화가 가능하며, 이것이 바로 진정한 독서의 목적이며 진실이라고 말이다. 책은 우리가 태어나기 전부터 세상에 존재했고, 이미 도서관을 꽉 채우고 있었으며, 수백만, 수천만 권이나 되는 책을 ‘전부’ 읽었다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부지런히 읽는 독자라고 해도 컴퓨터 같은 저장장치를 가진 것이 아니라면, 책장을 넘기는 순간 앞 장의 내용을 잊어버린다. 그러므로 저자는 말한다. ‘모든 책을 다 읽기, 그것은 인간이 가닿을 수 없는 부질없는 꿈’이라고.
피에르 바야르는 ‘독서를 지성의 행위, 비독서를 게으른 무식’으로 구분하는 편견은 과감하게 버리라고 조언한다. 대신 책은 홀로 존재할 수 없고, 그 책이 세상에 나오기까지의 맥락 속에서 존재하므로 ‘책의 내용을 정확히 몰라도 그 책에 대해 말할 수 있다’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하며, 그것이 바로 ‘총체적 시각’이라고 말한다.
이렇듯 독서란 각 권의 구체적인 내용을 알기 위한 것이 아니라 책과 책, 책과 독자 사이의 네트워크를 파악해 전체적인 지식 지도를 그려내는 ‘총체적 독서’를 지향함에 그 목적이 있다. 그러한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저자는 이 책에서 무질, 폴 발레리, 발자크, 오스카 와일드에서 소세키, 그레이엄 그린, 움베르토 에코에 이르기까지 문학의 대가들을 인용하고 분석하며 총체적 독서를 위한 각종 비독서의 방식과 미덕을 논한다.
피에르 바야르는 우리가 전통적으로 당연시해 온 독서문화와 이에 대한 금기를 되짚어가며 독서의 목적과 방법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프랑스에서 출간 즉시 최고의 화제작으로 떠오르며 영미권 평단과 언론의 열렬한 찬사를 받은 이 책은 아이러니하게도 제목의 파격과는 달리 ‘독서의 중요성과 사회적·개인적 필요성’을 주장하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책을 멀리하는 시대, ‘아직도 그 책을 안 읽었다고?’라는 질문부터 제거하자. 그 대신 이제 말하자. “그래, 나 그 책 아직 안 읽었다”라고. 읽지 않았으므로 읽을 수 있고, 부정확한 기억 때문에 다시 펼쳐보는 것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