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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다고요? 누가 죽음에 관해 얘기했었나요? 절대 풀 수 없는 계략을 몇 개 구상해뒀어요. 언젠가 시카고나 뉴욕에서 시작할 수도 있을 거고 내 아이디어를 돈 받고 팔 수도 있겠죠. 완전범죄에 대한 아이디어도 많이 갖고 있고요.” 브루노는 도전하는 듯한 눈빛으로 가이를 빤히 올려다보았다.
“날 이곳으로 데려온 건 그런 계획 때문이 아니길 바랍니다.” 가이가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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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위해 당신 아내를 완전범죄로 처리해줄까요? 언젠가 써먹고 싶을지도 몰라요.” 브루노는 가이의 시선을 의식하며 몸을 움츠렸다.
가이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좀 걷고 싶군요.”
그러자 브루노는 손뼉을 탁 쳤다. “굉장한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우리 둘이 서로를 위해 살인을 하는 겁니다. 난 당신의 아내를, 당신은 우리 아버지를 죽이는 거죠. 우린 기차에서 우연히 만났으니 우리가 아는 사이라는 사실은 아무도 몰라요. 완벽한 알리바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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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브루노가 나지막이 말하자 그녀가 뒤돌아보았다. “혹시 이름이 미리엄이에요?”
미리엄은 그를 쳐다보았지만 형체를 거의 알아볼 수 없었다. “네. 그런데 누구세요?”
브루노는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 냉소적으로 물었다. “우리 어디에선가 만난 적 없나요?” 향수 냄새가 다시 훅 끼쳤고, 미리엄의 형체는 어둠에 가려 흐릿했다. 브루노는 온 정신을 집중하고 손을 쫙 펴서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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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인스 씨.”
가이는 깜짝 놀라 면도날에 얼굴을 베였다. 그는 면도기를 놓고 문으로 갔다.
“가이, 이제 준비됐어요?” 전화기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이른 아침의 불쾌함과 늦은 밤의 추잡함이 묻어 있는 목소리였다. “아직 뭔가가 더 필요해요?”
“성가시게 하지 말아요.”
수화기에서 브루노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가이는 몸을 떨면서 전화를 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