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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 셰프


  • ISBN-13
    979-11-5740-445-2 (03810)
  • 출판사 / 임프린트
    네오북스 / 네오픽션
  • 정가
    15,8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4-11-11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서윤빈
  • 번역
    -
  • 메인주제어
    문학연구: 소설, 소설가, 산문가
  • 추가주제어
    -
  • 키워드
    #문학연구: 소설, 소설가, 산문가 #우주 #셰프 #요리사 #심야식당 #한국과학문학상
  • 도서유형
    종이책, 무선제본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16 * 183 mm, 208 Page

책소개

“우주가 어두운 이유는

 도처에 죽음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상상만으로도 입맛이 돋아나는 ‘우주’ 음식과 우리네 ‘이야기’로 우주 곳곳을 탐험시켜줄 서윤빈 작가의 『유니버설 셰프』가 〈네온사인〉의 열 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인 ‘오멜레토 컴보’는 우주 심야 식당을 운영한다. 어느 날 아무런 예고도 없이 떠나버린 ‘아내’를 찾는 ‘컴보’는 자신과 똑같이 결핌을 겪고, 언제 닥칠지 모를 우주의 위협에 몸을 사리고, 행성과 행성을 떠돌며 온기를 잃어가는 손님들에게 가장 따뜻한 맞춤 요리를 내어준다. 그 요리는 손님들의 하루를, 어쩌면 삶 자체를 달콤하게 만들어줄지도 모른다. 과연, ‘컴보’를 찾아온 손님들은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을가? 그리고 ‘컴보’는 실종된 ‘아내’를 찾을 수 있을까?

 

목차

오멜레토 컴보의 노트:

다이어트를 하기에는 너무 달콤한

 

초무침

한니발 버섯

코그

차가운 알리오 에 올리오와 베이크드 번 토마토

베텔게우스 초콜릿

델피움

 

오멜레토 컴보의 노트:

우주에서 아름답게 먹기

 

작가의 말

본문인용

아내는 우리에게 노후 대비 자금이 충분하지 않다는 걸 지적하면서, 결혼하기 전에 비해 내 몸이 복리이자처럼 비대하게 불어나버렸다고 결론지었다.  (13쪽)

 

고향 별에서 지낸 시간이 아침 식사 정도에 불과하다면, 이제는 저녁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 셈이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아침 식사를 하다가 입가에 묻은 고춧가루가 신경 쓰여 입가를 닦는다면 그게 치매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24쪽)

 

초무침은 기억하는 대로였다. 물에 불린 듯 질퍽한 모양새와 미끈거리는 촉감과 쫄깃하다기보다는 타이어같이 딱딱하고 질긴 식감을 가졌지만, 새콤달콤한 맛 뒤에 남는 야릇한 달콤함에는 분명 거부하기 어려운 중독성이 있다.  (47쪽)

 

맛에 대한 추구에는 언제나 광기가 곁들어 있다. 그건 지구 탓이 아니라 인간 탓이다. 특히 지구 식자재를 사용할 수 없는 우주에서 그 광기는 심해지면 심해졌지 약해지지 않았다.  (56쪽)

 

여론은 물기를 제대로 제거하지 않고 기름에 넣은 해산물처럼 사방으로 터져나갔다. 한 타블로이드지는 노인이 연쇄살인마이며, 죽은 사람들의 몸에 버섯을 키우고 있노라는 추측성 기사를 그럴 듯한 통계와 함께 발표했고, 다른 곳에서는 노인이 시체가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을 묶어놓고 그들의 배에 버섯을 길렀다고 주장했다.  (69쪽)

 

“제가 무슨 말을 하든 말 한마디로 당신이 치유되지는 않겠죠. 마찬가지로 말 한마디로 사람이 몰락할 수는 없는 겁니다. 무언가 말 한마디로 이루어졌다면, 그 일은 예비되어 있던 겁니다. 무슨 채소를 넣든 카레는 완성되기 마련이죠. 설령 채소를 넣지 않았더라도요.”  (78쪽)

 

그렇게 벌써 여자를 셋이나 떠나게 한 에스칼의 식습관이 무엇인가 하면, 바로 쓰레기를 먹는 것이었다. 물론 아무 쓰레기나 먹는 건 아니었다. 그가 재처리장의 미생물도 아니고, 어떻게 모든 것을 소화하겠는가. 그는 오직 음식물 쓰레기만을 먹었다.  (125쪽)

 

“잘못 섞으면 독이 되는 식재료들이 있습니다. 이 시대의 요리사들은 기본적으로 그런 조합을 피하도록 교육받죠. 하지만 모든 요리사가 훌륭한 요리사라고 할 수 있을까요? 세상에는 아무 자격증 없이 요리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어쩌면 시한폭탄과도 같은 세계를 살아가는 것인지도 모르죠, 우리는.”  (144쪽)

 

“당신한테서 하늘을 올려다보는 돼지 냄새가 나.”  (147쪽)

 

이상하게도 범법자들은 법을 어기면서도 법이 최소한의 원칙을 지키리라는 것은 의심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158쪽)

 

“베텔게우스 초콜릿은 계속 작아지고 있다. 그것만이 진실인지도 모르지.”  (174쪽)

 

그는 정말로 관에 들어갈 것이다. 가사 상태로. 하지만 장례식이 끝나고 관이 우주로 쏘아 올려질 무렵에는 목숨이 끊어지도록. 며칠이 지난 뒤에 죽음을 맞도록 해주는 독을 만드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정말로 어려운 건 찾아온 아내의 입을 여는 것이었다. 물론 그조차도 자비 라군이 장례식에 왔을 때의 이야기지만 말이다.  (181쪽)

 

마침내, 오멜레토와 펜 피 앞에 음식이 서빙되었다. 둘이 받은 음식은 달랐다. 오멜레토의 것에는 독이 들어 있었고, 펜 피의 것은 그렇지 않았다. 하지만 양쪽 모두 별미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186쪽)

서평

 

광활한 우주에 점점이 빛나는 여러 이야기와

별들 사이에 떠오른 환상적인 우주 음식들의 만남

 

주의

두 음식의 조합은 독성물질을 생성합니다. 그래도 만드시겠습니까?

재료

정말로 만드시겠습니까?

요리법

살인자 자식.

 

찬란한 별들이 수놓인 우주에는 그만큼 무수한 이야기가 부유하고 있다. 지구 시대를 지나 우주 시대가 도래한 세상에서, 행성과 행성을 오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러모으는 사람이 있다. 요리 비평가이자 요리사인, 이 소설의 주인공 ‘오멜레토 컴보’다. ‘컴보’의 우주선은 우주를 항해하며 장場이 서는 날마다 특정 행성에 우주선을 착륙시키고 문을 개방한다. 화려한 네온사인이 빛나고 손님들로 북적이는 수많은 우주선들 틈에서 ‘컴보’의 우주선은 허름하기 짝이 없고 소박하기 그지없지만, 그의 우주선에서 풍기는 고소하고 달짝지근한 냄새가 손님들의 발걸음을 단번에 잡아끈다.

‘아지즈 샤리’도 그렇게 이끌려 ‘오멜레토 컴보’의 우주선에 발을 디뎠다. 이미 두 차례나 술집에 들러 취기가 오를 대로 오른 ‘아지즈’에게 ‘컴보’는 주문하겠느냐고 묻는다. 고향 별을 떠나온 지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늘 이방인 취급을 받던 ‘아지즈’는 자신에게 친절한 ‘컴보’의 태도에 한 번, 메뉴판에 덩그러니 적힌 유일한 메뉴에 또 한 번 놀란다. 메뉴 이름이…… ‘아무거나’였기 때문이다. 이 얼마나 무심하면서도 자극적이란 말인가. 재료만 있으면 손님이 원하는 요리는 무엇이든 만들어주고 추억의 음식을 복원도 해준다는 ‘아무거나’의 가격은 10T(저렴한 칵테일 한두 잔 값)였다. 방랑자가 많은 “우주에서는 비싼 건 위험하지만 싼 건 더 위험하다.” 위협을 느끼고 급히 우주선을 벗어나려던 ‘아지즈’는 ‘컴보’의 제안을 듣고 우뚝 멈춰 섰다. 메뉴가 저렴한 대신 ‘조건’이 있는데, 그 조건이란 음식과 얽힌 손님의 ‘사연’을 들려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번거롭고 수고스러운 대접의 조건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거라니. ‘아지즈’는 더 의문스러웠다.

‘오멜레토 컴보’는 이처럼 손님들에게 은밀한 조건을 내걸었다. 말 한마디로 한 노인의 삶을 파멸시킨 ‘루카 나이트’에게, 죽음을 나누는 다이버들과의 삶을 마무리하고 술 한잔하는 것으로 모험을 즐기는 ‘퍼트리샤 시머’에게, 음식물 쓰레기를 먹어 여자 친구에게 매번 이별 통보를 당하는 ‘에스칼 포르스카푸스’에게. 그리고 그들이 주문한 음식 레시피를 노트에 적었다. 자, 여기까지는 여느 심야 식당의 훈훈한 이야기 같다. 그러나 ‘컴보’의 레시피를 들여다보면 ‘아무거나’ 속에 감춰진 진짜 비밀을 알 수 있으리라. 어쩌면 한 명은 이미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컴보’의 음식을 먹은 ‘퍼트리샤’는 그가 음식에 의도적으로 수면제를 탔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니까. 지훈’은 한때 제 상사였던 ‘컴보’의 냉동창고로 가 식재료들에 스캐너 침을 찔러 넣었다. 시간이 흘러도 자신을 어리게만 보는 ‘컴보’의 거만한 표정에 의기소침해진 ‘지훈’은 이상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수차례 식재료들을 꺼내 보았다. 그런데 일곱 번째로 스캐너 침을 꽂은 순간, 삑 하는 소리와 함께 빨간 경고등이 켜졌다.

 

 

사라진 아내를 찾아 항해하는 요리사와

잃어버린 추억을 찾아 방랑하는 손님들의 만남

 

“사랑했던 이를 위해 죽음을 택한다니.”

“‘사랑했던’이 아니라 ‘사랑하는’일세.”

“아직 늦지 않았네.”

“늦지 않았기에 이렇게 하는 거야.

 자네가 아는지 모르겠지만 그게 요리라네.”

 

우주선에 홀로 남은 ‘오멜레토 컴보’는 ‘지훈’을 떠나보낸 뒤 ‘펜 피’라는 동료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이제는 때가 되었음을, 자신이 설정한 ‘타임 리미트’에 가까워졌음을 알렸다. ‘펜’은 되돌릴 수 없는 결정이라며 ‘컴보’를 말렸으나, ‘컴보’는 단호했다. 이 순간을 위해 끝없는 우주를 해항해왔으므로. 그 되돌릴 수 없는 결정이란 ‘죽음’이었다. ‘컴보’가 지금껏 손님들의 이야기를 수집하며 우주를 항해한 이유는 단 하나,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아내를 찾기 위해서였다. 서로의 인생에 있어 “긴 정찬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디저트”가 되기로 약속했던 ‘컴보’와 ‘자비 라군’의 결혼 생활은 갑자기 들이닥친 사건으로 순식간에 망가졌다. ‘컴보’는 ‘자비’가 떠나기 직전 남긴 말을 되뇌었다. “죽은 생물의 몸을 먹는 게 즐거워?” ‘자비’는 어째서, 그런 의문을 남기고 홀연히 가버린 걸까.

‘오멜레토 컴보’는 무작정 행성들을 돌아다니기보다, 저마다의 행성에서 온 손님들의 이야기에서 아내에 대한 단서를 찾기로 했다. 실제로 손님들의 사연에서 ‘자비 라군’의 흔적을 발견했다. ‘컴보’가 기억하던 ‘자비’의 모습과 정반대의 소식뿐이라는 게 문제였지만. 전직 군인이었던 ‘자비’는 누군가의 아내로서의 흔적을 모조리 지우고 무한한 심연에 가라앉기를 선택했다가,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기를 선택하는 등 좀체 종잡을 수가 없었다. 주방에서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주던 ‘컴보’를 그 누구보다 사랑스럽게 바라봤던 ‘자비’를 떠올리며, ‘컴보’는 결심했다. 자신이 찾아낼 수 없다면, ‘자비’가 찾아오게 만들겠다고 말이다.

마침내 ‘오멜레토 컴보’와 ‘펜 피’의 앞에 최후의 만찬이 놓였다. 둘이 받은 음식은 의심할 것 없이 별미임이 틀림없었으나, ‘컴보’의 음식에는 독이 들어 있었다. ‘컴보’와 ‘펜’이 마지막 건배를 나누고 삼십 분 뒤, ‘컴보’는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펜’은 ‘컴보’를 관에 옮기고 그의 머리에 전극을 붙였다. “어때, 들리나?” ‘펜’의 물음에 ‘컴보’의 생각을 읽은 컴퓨터 음성이 대신 답했다. “어어, 그래. 잘 들리는군.” 미룸 장례를 택한 ‘컴보’는 장례식이 끝나고 우주로 쏘아 올려질 무렵 완전히 숨이 끊길 것이다. 과연, ‘자비 라군’은 장례식에 올 것인가? 그리고 ‘컴보’는 수명을 다한 별처럼 존재를 감추려는 ‘아내’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

 

저자소개

저자 : 서윤빈
「루나」로 제5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부문 대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영원한 저녁의 연인들』, 소설집 『파도가 닿는 미래』 『날개 절제술』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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