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의 누추함을 뚫고
빛나는 존재로 도약하는 사람들,
제 생을 소환하고 진리와 맞부닥칠 준비가 된 사람들,
울 때 목 놓아 울고, 웃을 때 힘껏 웃는 솔직한 사람들은
위대한 정신으로 충만한 괴테 시집을
읽을 자격이 충분하다.
우리의 잠든 감각을 일깨우고 정화시키는
괴테의 시 100편을 필사로 만난다
나를 울게 두오!
끝없는 사막에서 밤에 에워싸여 울게 두오
낙타들이 쉬고, 몰이꾼도 쉬고
아르메니아인 조용히 앉아 돈을 헤아릴 때
나, 그 곁에서 먼 길을 헤아리네
_요한 볼프강 폰 괴테
출판사 서평
고갈된 심연에 새로운 힘과 의지를 채워주는 괴테의 시 100편 수록
좋은 시는 우리 안에서 일렁이는 불안과 초조함을 잠재우고 마음을 고요하게 다독인다. 나아가 고갈된 내면에 힘과 의지를 채우고, 우리를 기어코 일으켜 살게 한다. 우리의 잠든 감각을 일깨우고 마음을 정화시키는 괴테의 시를 만나보자. 제 운명에 당당하게 맞서지 못한 채 항상 회피하고 도망치기 바빴는가? 불행한 운명에 엮이는 것을 두려워하였는가? “어떤 운명이라도 좋다! 오라, 운명이여, 몇 번이라도 좋다!” 괴테는 시를 통해 자칫 무르고 약해지기 쉬운 우리에게 운명에서 도망치지 말고 당당하게 맞서라고 권한다. 이런 의연함이 더욱 간절한 요즘이라면, 무의식적인 정신의 풍부함을 만끽하면서도 그 자발성을 파괴하지 않고 거기에 성찰의 빛을 부여한, 독일 최고의 지성, 대문호 괴테의 시를 추천한다.
인류의 스승으로 꼽힐 만한 독일 문학의 거장 괴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파우스트》와 같은 명작들로 절대적인 명성을 얻은 그의 문학적 특성은 시 작품에서 더욱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괴테는 스스로도 시인이라는 데에 크나큰 긍지를 느꼈다. 어린 시절부터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시인으로서의 즐거움과 소명을 놓지 않았던 괴테가 아니던가! 감각적이면서 동시에 깊은 사색의 시간으로 우리를 끌어당기는 괴테의 시는 그가 얼마나 무수히 많은 밤을 고뇌하고 시에 투신하였는지를 잘 보여준다. 본질을 직시하고 세상 이치의 핵심을 꿰뚫는 괴테의 시, 누구보다 솔직하였던 괴테의 시 100편을 《나를 울게 두오!》로 엮었으니, 대문호이기 전에 한 명의 인간으로 그가 어떤 고민과 열망을 가졌는지 펼쳐보길 바란다.
서두르지도 않으나 걸음을 멈추지는 않으리라,
삶과 인간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 쓰는 기쁨으로 피어나다
혹자는 괴테를 “항구에 정박하지 않고 항해하는 배”라고 말하였다. 근심에 찬 무수히 많은 밤들, 충족되지 않는 무언가를 찾아 헤매는 발걸음, 삶과 인간에 대한 끊임없는 그의 탐구가 괴테로 하여금 안주하지 않고 생애 내내 바다를 헤매게 하였으리라. 거기에는 낙천적이면서도 회의적인 성격도 한몫하였으리라. 서두르지도 않고 쉬지도 않으면서 탐구하고 한 걸음 한 걸음 자기의 세계를 확장해 나간 괴테! 그의 시 작품을 보지 않고 문학과 철학을 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이네, 니체, 엘리엇을 비롯한 많은 사람이 그를 향해 깊은 경외감을 표현하며 추앙한 이유, 괴테의 시를 더욱 가까이 두고 읽으며 발견하길 바란다. 아울러 누구보다 평범하고 솔직했던 괴테를 발견하길 바란다. 괴테를 직접 만난 나폴레옹이 “여기 인간이 있다.”라고 그를 가리켜 말했듯이, “수많은 괴로운 밤을 울며 지새운”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본” 독자라면, 똑같이 고뇌하고, 울고 웃고, 방황하고 도전하였던 괴테를 만나 깊은 위로를 받고 삶의 기쁨을 되살릴 수 있을 것이다.
〈쓰는 기쁨〉-괴테 시 필사집《나를 울게 두오!》에는 바이마르 초창기부터 생애 끝자락까지 쓴 괴테의 시 중 100편을 선별하여 수록하였다. 시마다 더욱 깊이 있게 숙독할 수 있도록 필사란을 마련하였기에 음미하고 마음을 정화할 수 있을 것이다. 산다는 것에 대한 찬미, 첫사랑을 위한 노래, 고전의 아취, 인생 경험에서 길어낸 자양분을 머금은 아포리즘들로 이루어진 괴테 시집을 고요하고 평화로운 가운데 필사하는 시간, 자신을 위한 가장 효과적이고 멋진 투자가 아닐까 싶다.
추천사
누구나 살다 보면 울 때가 있고 웃을 때도 있다. 자기감정에 솔직한 사람은 울 때 목 놓아 울고 웃을 때 힘껏 웃는다. 자기감정을 속이지 않는 사람은 누구보다도 선량한 사람일 것이다. 밤의 사막 한가운데서 혼자 우는 사람이 그렇듯이. 어느 호젓한 저녁, 나는 ‘울기 좋은 방’을 떠올리며 《나를 울게 두오!》를 읽는다. 쓰러진 자에게 일어설 용기를, 복잡한 감정을 단순하게 만들 영감을 주는 시에 진실로 감사하며! _장석주(시인,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