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히 중요하며 진정한 혁명을 알리는 책” — 칼 포퍼
“정신병은 은유다”
정신의학의 성채를 폭파한 문제적 고전!
2022년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의하면 정신병 환자는 2017년 340만 명에서 2022년 465만 명으로 약 37퍼센트 늘어났으며, 우울증 치료를 받는 사람은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어섰다. 우울증, 조울증, ADHD, 공황장애, 사이코패스, 게임 중독…… 이제 정신병은 우리 일상을 설명하는 주요한 언어가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겪는 갈등과 감정을 포착하는 데 정신의학의 지식과 치료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일상을 침범하는 과잉 의료화와 정신병 환자를 양산하는 정신의학 분류 방식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정신병의 범주는 왜 계속 늘어만 가는가? 정신병 진단을 받은 환자는 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가? 진짜 정신병과 가짜 정신병의 경계는 어떻게 나뉘는가?
반정신의학의 선구자이자 정신의학의 전복자 토머스 사스는 《정신병의 신화》에서 “정신병은 은유”라고 선언하며 자기 분야에 가장 날카로운 비판의 칼을 들이댔다. 사스는 현대 정신의학이 정신병 개념을 이용해 개인의 자유와 존엄을 근본적으로 억압하고 훼손하는 방식을 꿰뚫어봄으로써 정신의학의 토대를 뒤흔들었다. 이 책은 격리, 방치, 잔인한 실험(전기 충격 요법, 전두엽 절제술, 신경 약물 과다 투여 등)으로 점철된 20세기 정신의학의 비인간적 관행을 되돌아보게 하고, 결코 침범할 수 없는 개인의 자율성과 단지 병으로만 치환할 수 없는 인간의 고통에 주목하게 한다.
“정신병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정신병은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발명되는 것이다!”
토머스 사스의 주된 관심은 ‘신경증’ ’정신분열증’ ‘히스테리’ 같은 정신병의 언어가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못하는 사람들을 강제 입원과 강제 치료의 대상으로 격하하고, 범죄자들을 심신 미약으로 정당화해 잘못된 행위를 면제해주는 수단으로 오용된다는 것이었다. 사스는 이러한 의료화의 구조를 ‘치료 국가’라는 개념으로 포착해 비판하고, 일평생 정신의학의 지나친 권력 행사를 법적으로 제한하기 위한 활동을 펼쳤다.
사스의 핵심 사상을 담은 대표작 《정신병의 신화》는 주류 정신의학계에서 ‘불온서적’으로 배척당하기도 했지만, 정신의학의 본질과 그 실천의 사회적·도덕적 의미를 되물은 이 책의 기조는 어빙 고프먼, 미셸 푸코의 사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고, 반정신의학(antipsychiatry), 매드 프라이드(Mad Pride), 폐지주의(abolitionism)의 토대가 되었다.
생물학적 환원주의와 정신분석을 거부하는
정신의학 패러다임의 혁명적 전환!
20세기는 정신의학의 격변기였다. 생물학과 해부학이 발전하면서 정신병을 뇌 ‘기능’의 이상으로 보는 생물학적 정신의학이 주류를 이루었고 정신과 의사들은 전기 충격 요법(ECT)과 전두엽 절제술(lobotomy)을 비롯한 ‘위험한’ 외과적 처치를 거침없이 시행했다. 한편 독일에서 탄생한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은 미국에서 대유행하며 정신과 의사의 역할을 ‘신경증’ ‘히스테리’ 같은 심리적 원인에서 비롯된 정신 현상을 발견하고 치료하는 일로 바꾸어 놓았다. 토머스 사스의 《정신병의 신화》는 정신병의 원인을 두고 심리(무의식)를 강조하는 쪽과 신체(뇌)를 강조하는 쪽으로 나뉘어 서로 다른 치료법이 격돌하던 시기에 탄생했다.
이 책에서 사스는 정신병의 존재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며 전통적인 병리학적 질병 정의에 의하면 정신병은 성립할 수 없다고 결론짓고, 현대의 정신의학을 연금술, 점성술 같은 유사 과학(pseudo-science)으로 비판한다. 생물학적 정신의학은 인간의 고통에 영향을 끼치는 사회문화적 요소에 대한 이해를 결여한 채 생물학적 환원주의에 빠져 있고, 정신분석은 무의식이라는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없는 비과학적 관념에 기대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사스는 언어학, 사회학, 철학의 언어를 빌려 정신의학이 ㄹ정신병이라는 허상에 매달리는 기존의 의료 모형에서 벗어나 사회문화적 모형을 따르는 복합적인 인간 행위 이론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정신의학의 패러다임 자체에 도전한다.
정신의학의 궤도를 뒤흔든 문제작,
반정신의학의 바이블!
1961년 《정신병의 신화》가 미국에서 출간되자 학계와 시민 사회에서 큰 논란이 일었다. 주류 정신의학계와 보건 당국은 정신의학을 부정하는 사스의 입장에 거세게 반발했고, 사스를 교수직에서 해임하라는 압박을 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주장은 정신병의 실체에 관한 논쟁에 불을 붙였으며, 비판적 사회 담론과 운동에 지적인 영감을 주었다. 특히 정신의학의 실천과 권력을 분석한 사회학자 어빙 고프먼과 철학자 미셸 푸코의 작업에서 사스의 문제 의식을 확인할 수 있으며, 1972년 정신병원이 가짜 환자를 구분할 수 있는지 확인한 데이비드 로젠한의 실험과 사회문화적 맥락에서 질병이 이미지화되는 방식을 탐구한 수전 손택의 대표작 《은유로서의 질병》(1978년)에서도 동일한 관점을 발견할 수 있다.
1970년대 이후 본격화된 반정신의학 운동에서 《정신병의 신화》는 교본이었다. 비록 사스 자신은 반정신의학자로 불리기를 거부했지만, 개인의 삶을 옥죄는 정신의학의 억압적 개입을 철저히 반대한 그의 활동은 정신장애 당사자들이 자체 조직을 구성하고 캠페인을 벌이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으며, 이는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확대된 ‘매드 프라이드’로 이어지고 있다. 사스의 반대자들조차 그가 “방치와 잔인함으로 점철된 20세기 정신의학의 관행이 개선되도록 이끌었다”고 인정할 만큼, 사스는 미국 정신 보건 시스템이 환자의 인권과 자율성을 존중하도록 변화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