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바람입니다.
어느 따뜻한 봄날
아주 여린 노랑나비의 날갯짓으로 태어난 아기바람이었지요.
이제는 세상 어디든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설렘 가득한 바람입니다.
나에게는 거대한 바다라는 친구가 있습니다.
제 친구는 많은 생명을 품고 있지요.
하지만 바다는 땅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무척 궁금해 합니다.
나는 낮이면 땅으로 날아와 많은 이야기를 머금고,
밤이 이슥해지면 바다로 달려갑니다.
바다는 그 넓은 가슴을 출렁이며 나를 반깁니다.
오늘 아침에는 바다로 나왔어요.
갈매기들의 겨드랑이를 간질이며 하늘 헤엄을 치고 놀아요.
갓 잡은 고등어를 파는 시장을 둘러봐요.
상인들의 땀방울을 식혀주며 곳곳을 돌아다녀요.
어머나! 생선상자 위에서 고양이가 졸고 있네요.
배불리 아침식사를 하고는 나른한 잠을 청하고 있어요.
나도 여유로운 마음을 품고 저 멀리 보이는 산능선을 타봐야겠어요.
나는 이렇게 이야기와 느낌을 머금고 스쳐가는 것이 무척 재미있어요.
따뜻한 숨결이 느껴지는 곳을 지날 때면 그 감정을 느낄 수 있거든요.
그들이 풍기는 감정의 향기가 이야기가 되고, 바다에게 들려줄 거리가 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