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에서 마주한 한인 이주 역사
1900년대 초, 혼란하고 가난했던 조선에서 벗어나 하와이에 정착한 이민 1세대의 이야기를 다룬 이 책은 영화 〈하와이 연가〉에서 보여준 121명의 사연을 집약해서 담았다.
우리는 일제 강점기라고 하면, 그저 일본이나 일본의 눈을 피하고자 도망쳤던 중국만을 떠올린다. 그리고 어지러운 국제 정세 속에서, 광복을 위해 고군분투했던 수많은 선조를 떠올린다.
하지만 하와이에도 우리 민족은 있었다. 그들은 가난하고 힘들었지만, 조국의 독립을 위해 사탕수수밭에서 일하며 후원금을 모으고, 한국의 얼을 잇기 위해 사진만으로 신부를 간택해 조선인과 결혼했다. 그들은 연인으로, 동지로, 조국의 한 일원으로 서로 사랑했으며, 그 사랑의 발자취가 여기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 책을 통해, 교과서에서 들어보지 못했던 코리안 디아스포라를 만날 수 있으며, 격변과 혼동의 시기에 살아남고자 애썼던 우리 민족의 슬프지만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역사는 반복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꼭 읽어야 하는 것, 그것만으로 이 책을 읽을 이유는 충분하다.
미지의 섬, 그곳에 우리가 있었다
이 책은 낯선 타국 땅 하와이에서 악착같이 살아남았던 조선인뿐 아니라, 그 후손들이 남아 하와이에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것까지 보여준다. 이민 3~4세대의 일부는 하와이에서 놀랄 만큼 대단한 업적을 남겼으면서도, 대한민국인이라는 정체성을 마음속에 새기고 있다.
이 책의 저가인 이진영 감독은 그들의 정신을 ‘희생정신’이라 칭하며, 특히 문대양 전 대법원장의 이야기를 인용하여 그들의 마음가짐을 이렇게 표현했다.
“아버지는 늘 말씀하셨어요. ‘우리는 모두 지구라는 행성에 세 들어 살고 있으니 어떤 식으로든 그 대가를 지불해야만 한다고요.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돕건 노숙자를 위해 봉사하건, 자신이 속한 사회에 어떤 식으로든 보탬이 되어야 한다는 말씀이었지요.”
하와이의 화려하고 잔잔한 풍광, 그 가운데 눈물 어린 한민족의 역사는 독자들의 가슴을 울릴 것이며, 힘들고 고통스러운 와중에도 조국의 독립과 남을 도우려고 애썼던 선조들의 이야기는 우리가 앞으로 살아가야 할 방향과 진정한 삶의 가치에 대해 알려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