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미의 동시는 시의 본질에 충실합니다. 군더더기 없는 표현으로 단아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줍니다. 화려한 기교나 특별한 시적 장치를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깊은 감동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특히 그의 동시는 구체적인 경험을 토대로 하고 있어, 하나 같이 진정성이 느껴집니다.
벚꽃잎 앉았다 가고
물소리 앉았다 가고
새소리 앉았다 가고
육거리 시장 나온
할아버지도
앉
았
다
가
고
- 「무심천 돌다리」 전문
이 동시는 첫머리를 장식하고 있는 것으로, 청주 도심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무심천의 돌다리를 노래한 작품입니다. 그런데 위에서 보듯이 시인은 이 동시에서 시적 대상인 ‘돌다리’를 직접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대신 “벚꽃잎 앉았다 가고” “물소리 앉았다 가고” “새소리 앉았다 가고”와 같은 비슷한 문장구조를 반복 사용하여 ‘돌다리’의 고즈넉한 풍경을 만들어냅니다. 더욱이 “벚꽃잎”, “물소리”, “새소리”와 같은 자연물과 “육거리 시장 나온 할아버지”를 나란히 놓음으로써 물아일체의 경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돌다리의 형태를 모방해 서술어 ‘앉았다 가고’를 한 행에 한 자씩 배열한 점도 무척 인상적으로 다가옵니다.
용곡리 깊은 골짜기에 살던 이무기 한 마리, 하루만 지나면 용이 되어 하늘로 승천할 수 있었대. 그런데 마을 어르신이 이무기 꼬리를 잘라 버린 거야. 그래서 이무기는 한평생 골짜기에 숨어 살 수밖에 없었대. 화가 난 이무기 심술을 부려 동네 잔칫날만 되면 주룩주룩 비를 뿌리는 거래. 억울한 이무기 이야기가 할아버지 고향 전설이란다.
우리 할아버지 고향은 충북 제천시 제원군 청풍면 용곡리 353번지
- 「용곡리 전설」 전문
이 동시는 4부에 수록된 ‘할아버지 고향’ 연작시 12편 가운데 하나입니다. 청풍호가 들어서면서 지금은 수몰된 ‘용곡리’의 전설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마을 어르신이 이무기 꼬리를 잘라” 버려 용이 되지 못한 이무기가 화가 나서 심술을 부린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들 연작시는 지금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과거 우리 조상들의 삶의 모습과 사고방식 등을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함으로써 또 다른 재미와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