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건강 문제로 힘든 청소년이 5명 중 1명인 시대
30년 동안 청소년 마음을 돌본 정신과 의사가 건네는 위로
2024년 5월 보건복지부에서 전국 청소년 정신 건강 실태 조사 자료를 발표했다. 결과는 다소 놀라웠다. 정신 장애 진단을 충족하는 청소년의 비율이 18%로 나타난 것이다. 간단히 생각하자면 우리나라 청소년 5명 중 1명은 정신 장애 경험이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들 중 정신 건강 서비스의 도움을 받은 청소년의 비율은 겨우 5.6%였다. 대다수는 자신이 아직 상담 센터나 병원을 찾을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거나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문제가 해결될 것 같다고 답했다.
이처럼 마음이 아파서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이 많지만, 대부분 개인의 문제로 생각하고 의지만으로 이겨 내려고 한다. 그럴 때 지금 너로도 괜찮다고, 남들과 다른 네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에서부터 고민의 실마리를 풀어 가자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그 사람이 더구나 30년 동안 청소년 마음을 돌본 정신과 의사라면 어떨까? 작은 불씨가 큰불이 되기 전에 마음의 소란을 잠재울 수 있지 않을까? 여기, 지금 마음이 힘든 청소년을 위해 아동 발달 전문 정신과 의사 혼다 히데오가 ‘읽는’ 상담소의 문을 활짝 열었다.
자기 긍정에서 자기 자비로
내 맘에 드는 내가 되기를 선택하기
읽는 상담소의 문이 열렸다. 상담소에서는 ‘내가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부터 점검하고 청소년 시기에 가장 큰 고민인 ‘친구’ 관계, ‘노력’해도 나아지지 않는 문제, ‘보통’의 기준에 맞추기 어려운 상황 등을 예로 들어 다양한 고민을 살펴본다. 여기까지는 여느 청소년 고민을 다룬 책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정신과 의사인 저자가 제시하는 해결책은 사뭇 신선하다.
‘친구 때문에 가슴이 답답하다’는 고민에는 친구에게 맞추지 말고 ‘내가 즐거운 방법’을 찾으라는 조언을, ‘정리를 못 해서 자꾸 혼난다’는 고민에는 ‘모든 물건을 제자리에 두려고 하지 말고 커다란 상자 하나에 모든 소지품을 넣어 두는 방식’으로 정리하라는 제안을, ‘수업 시간에 자꾸 딴생각이 든다’는 고민에는 ‘네 문제가 아니라 선생님의 지루한 수업이 문제’라는 색다른 관점을, ‘아무리 노력해도 나아지지 않는다’는 고민에는 ‘잘 못하는 것을 극복하기보다 잘하는 것을 발전시키는 게 자연스럽지 않냐’는 반문을 한다. 이 모든 이야기의 중심에는 바로 ‘자기다움’이 놓여 있다. 나를 잃지 않고 친구를 사귀고, 나다운 방식으로 노력을 하고, 평균이 아닌 나만의 ‘보통’의 기준을 세우는 것. 결국 내 마음에 드는 내가 되기를 선택한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안정감과 편안함을 청소년 스스로 느끼기를 바라는 것이다.
정신 승리가 아니라 멘탈 관리를 위한 힌트
청소년기 지나 어른의 세계에서도 통하는 주문
학교에서 학원에서 SNS에서 남들과 비교하고 경쟁하다 지칠 수밖에 없는 세상이다. 공부하다가도 ‘멘붕’, 친구를 사귀다가도 ‘멘붕’, 조금만 스트레스를 받아도 ‘멘붕’을 외치는 시대를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소설 《아큐정전》의 아큐처럼 자기 합리화가 지나쳐 볼품없는 모습일 때 흔히 ‘정신 승리’라 일컫는다. 그러나 때로는 내 탓이 아닌 남 탓도, 내 부족한 부분보다 장점을 더 바라보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타인의 시선이 아닌 내 속마음이 가리키는 곳을 향해 우직하게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힘을 기르는 것이 바로 멘탈 관리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남들과 다른 나와 마주하고 ‘나다움’을 소중히 여기는 태도는 청소년기를 지나 어른의 세계도 거뜬히 돌파하는 힘이 되어 줄 것이다.
다들 환한 햇살 아래 웃고 있는 것 같은데 내 머리 위로만 먹구름이 드리운 것 같은 때 이 책을 펼쳐 보자. 꼭 한 권을 다 읽지 않아도 괜찮다. 내 고민과 들어맞는 부분만 읽고 덮어도 된다. 한 번쯤 상담 센터를 찾고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정신적으로 이상 있는 애’라는 낙인이 찍힐까 봐 두려웠던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멘탈 문제로 고민에 빠진 10대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부모를 비롯한 주변 어른과 함께하도록 안내한다. 그러니 청소년과 함께 지내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어른들에게도 추천한다. 요즘 10대의 진짜 고민을 함께 살펴보고 멘탈 관리 비법의 힌트를 얻는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