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이 정신건강에 중요할 수 있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많은 여성처럼 나도 음식 선택을 단순히 체중 조절을 위한 수단으로 여겼다. 나는 주로 껍질을 벗긴 닭가슴살, 생선, 채소, 통곡물 시리얼, 두유, 후무스, 무지방 요구르트, 다이어트 콜라로 구성된 저지방, 고섬유질 식단을 먹었다. 칼로리가 얼마인지 계산하고 꾸준히 운동했다. 그런데 40대 초반이 되자 편두통, 피로, 복부 팽만감, 몸살, 복통 등 여러 가지 당혹스러운 새 증상들이 찾아왔다. 전문가 여러 명이 붙어 노력했지만 아무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고 의료 검사 결과도 모두 정상이었다. 의사들 중 누구도 내가 무엇을 먹는지 묻지 않았다. 그저 이미 먹고 있던 저지방, 고섬유질 식단을 따르라는 일반적인 조언과 약 처방전을 받아들고 진료실에서 나왔다.
이 증상을 나의 뉴노멀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서 본능적으로 식단을 실험하기 시작했다. 음식과 증상 일지를 쓰며 패턴을 찾았다. 약 6개월간의 시행착오 끝에 아주 특이한 육식 식단에 이르렀고, 내 인생 그 어느 때보다 기분이 좋아졌다. 통증과 피로가 사라졌을 뿐 아니라 기분, 집중력, 생산성도 좋아졌다. 내가 이 분야 전문가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지만 이 파격적인 식습관이 뇌에 좋다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 서문
정신건강과 마찬가지로 신체건강도 최근 수십 년 동안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1990년부터 2019년 사이에 심장병 발병 사례가 거의 2배 증가했으며, 비만인 비율도 1960년대 이후 거의 3배나 증가했다. 전 세계 성인 중 제2형 당뇨병에 걸린 비율은 1980년에서 2016년 사이에 2배로 늘었고, 체중도 꾸준히 증가해왔다. 1975년부터 2015년 사이 전 세계 비만율은 여성의 경우 2배 이상, 남성의 경우 3배 이상 증가했다. 비만, 제2형 당뇨병, 심혈관 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우울증, 양극성 장애, 조현병 같은 정신 질병을 앓을 가능성이 훨씬 더 높으며 이는 우연이 아니다.
정신적·신체적 건강 상태는 서로 무관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함께 발생한다. 특히 이 질병들은 염증, 산화 스트레스, 인슐린 저항성이라는 근본적인 병인을 공유한다.
염증과 산화 스트레스는 면역 체계가 보이는 최초 반응의 일부이므로 적당한 수치는 정상적이고 건강에도 좋다. 그러나 과도할 경우 몸의 모든 세포에 매우 해로울 수 있으며, 뇌세포도 예외는 아니다.
- 1장 정신건강 문제의 원인은 무엇일까
우리는 식단이 신체건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쉽게 받아들인다. 뇌라고 왜 다르겠는가? 우리가 먹는 음식은 신체의 다른 부위와 마찬가지로 건강하고 탄력 있는 뇌세포를 만드는 데 필요한 건축 자재와 활력을 위한 연료를 제공한다. 올바른 음식을 먹지 않으면 우리 몸의 세포 중 어느 것도 제대로 발달하거나 기능하지 못하며, 어떤 약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약물은 뇌 화학을 바꿀 수 있어 그 나름의 쓰임새가 있다. 하지만 나는 뇌 화학을 바꾸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음식이라고 확신한다. 애초에 뇌 화학물질이 음식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신경전달물질은 음식으로 만들어지고, 뇌세포도 음식으로 만들어지며, 이들 세포를 둘러싸는 체액도 음식으로 만들어진다. 최적의 정신건강을 위해서는 뇌 전체가 올바른 재료로 구성되어야 한다. 따라서 어떤 종류든 정신적(또는 신체적) 문제가 있는 경우 가장 먼저 살펴봐야 할 곳은 약 보관함이 아니라 식료품 창고다.
- 1장 정신건강 문제의 원인은 무엇일까
1980년에 발표된 미국 최초의 식생활 지침은 포화지방과 콜레스테롤이 비만과 심장마비를 유발한다고 경고하면서 “달걀 섭취를 줄이세요”, “버터는 조금만 드세요”, “고기를 먹을 때는 과도한 지방을 잘라내세요”라고 권고했다. 대형 식품 제조업체들은 이 새로운 식품 규정을 활용해 무지방 과자와 옥수수유, 카놀라유, 마가린 같은 콜레스테롤 무함유 지방을 시장에 쏟아부었다. 미국 식생활 지침은 비만, 제2형 당뇨병, 심장병과 같은 현대 건강의 유행병을 포화지방과 콜레스테롤 탓으로 돌림으로써 우리를 고기와 달걀 등 영양가 있는 자연식품에서 떨어뜨려 초가공식품 산업의 품으로 몰아넣었다. 지난 50년 동안 식품의 산업화와 점점 커지는 고기 반대 정서, 지방과 콜레스테롤 공포증이 마치 폭풍처럼 밀려오며 우리의 영양학적 생활방식을 극적으로 변화시켰다. 즉 동물성 지방 식단을 떠나 정제된 탄수화물과 식물성 기름 위주의 식단으로 전환하게 되었다. 다른 국가들도 대부분 미국의 지침을 따라 각자의 식품 지침을 만들기 때문에 이는 곧 전 세계가 거대한 영양과학 실험에 참여하게 되었음을 의미했다. 식단의 변화는 실로 엄청난 결과를 가져왔다.
- 2장 새로운 과학의 희망
인간의 기억은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왜곡될 수 있다. 어떤 사람은 자신이 실제보다 더 건강하게 먹는다고 믿을 수도 있고, 또 어떤 사람은 자신이 형편없이 먹는다는 것을 알고 음식을 고를 때 수치심을 느낄 수도 있다. 이런 감정은 설문자들의 답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성인 240명에게 ‘영양 연구에 참여하게 된다면 식단을 묻는 질문에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물었을 때 29%는 솔직하게 대답하지 않겠다고 답했고, 46%는 정확하게 대답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측정’과 달리 음식 빈도를 묻는 설문지는 왜곡되고 주관적인 추정치를 생성한다. 설상가상으로 연구자들은 정확성에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앞서 살펴본 베리류 설문지는 상당히 모호하고 임의적인 제공량(‘1조각’이나 ‘작은 잔’ 등)을 제시했다. 이는 무의미하고 비과학적인 양이다. 실험실 화학자를 위한 프로토콜에 ‘작은 유리컵 1잔’만큼의 염산이 필요하다고 적혀 있는 것을 상상할 수 있겠는가?
- 3장 대부분의 영양 지침이 잘못된 이유
당신에게 인슐린 저항성이 있고, 그럼에도 계속 건강에 해로운 방식으로 식사를 한다고 가정해보자. 곧 뇌의 포도당 수치가 불안정해지고 인슐린 활동이 낮아지면서 뇌가 에너지를 생산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과도한 포도당은 중요한 뇌 물질을 당으로 코팅해 염증과 산화 스트레스를 일으키고, 인슐린이 부족한 뇌는 그에 맞서 싸울 힘과 자원이 없다. 산화 스트레스를 중화하고 염증을 치료할 자원이 없으면 뇌의 취약한 환경은 끝없이 타들어갈 것이다.
만성 염증, 산화 스트레스, 뇌의 느린 포도당 처리는 정신건강에 정확히 어떤 영향을 미칠까? 나는 유전자, 가족력, 유아기의 영양 상태, 노출된 환경이나 삶의 경험이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기분과 집중력, 불안, 사회적, 행동적, 기억력 문제는 당신이 타고난 생물학적 요소와 지금까지 살아온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용기를 가져라. 당신의 과거가 어떻든, 취약점이 무엇이든, 당신에게는 뇌가 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능력이 있다. 그것이 모든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 8장 인슐린 저항성: 뇌의 조용한 적
우리는 다채로운 과일과 채소가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한 영양의 원천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람들이 잘 모르는 영양과학적 사실이 있다. 음식에 어떤 영양소가 포함되어 있다고 해서 우리 몸이 반드시 그 영양소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많은 식물 영양소는 ‘생체 이용률’이 낮다. 즉 우리가 사용하기 어려운 형태로 제공되거나 식물 내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한 ‘항영양소’라고 불리는 물질이 추출, 흡수나 활용을 방해한다. 어떤 과일과 채소는 비타민 C, 비타민 E, 비타민 K1이나 엽산(비타민 B9)의 훌륭한 공급원일 수 있지만, 고기는 식물에는 전혀 없는 영양소를 포함해 다른 모든 필수 영양소를 탁월하게 공급해준다.
놀라운 사실은 더 있다. 이론적으로 우리는 동물성 식품만으로도 필요한 모든 비타민과 미네랄을 얻을 수 있다. 일부 내장육을 포함하기만 하면 된다. 대표적으로 간은 살코기(특히 뼈 없는 부위)에서 얻기 힘든 비타민 A, D3, E, K1, K2나 엽산을 충분히 공급해준다. 동물성 식품은 보통 과일과 채소에 비해 비타민 C 함량이 낮지만 너무 익히지만 않으면 일일 요구량은 충분히 충족할 수 있다. 실제로 신선한 고기에는 괴혈병을 치료하고 예방하기 충분한 비타민 C가 들어 있다.
- 10장 고기: 원조 ‘슈퍼푸드’
우유와 마찬가지로 모든 종자식품은 성장을 위한 자연의 레시피, 즉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이라는 세 가지 주요 영양소를 모두 적당량 포함한다. 그러나 이 둘에는 치명적인 차이점이 있다. 우유의 다량 영양소는 특정 포유류 종의 새끼를 위한 것이지만 종자 다량 영양소는 완전히 다른 왕국, 즉 (우리가 속한 동물의 왕국과는 반대되는) 식물 왕국의 새끼를 위한 것이다. 그러므로 식물들의 다량 영양소 구성이 인간의 영양에 최적이 아니라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우리는 종자식품에 식물성 단백질과 복합 탄수화물이 풍부하고, 포화지방이 적으며, 콜레스테롤이 없기 때문에 몸에 좋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이들 단백질은 일반적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아미노산을 균형 있게 함유하지 못했고, 대부분의 단백질과 탄수화물은 소화하기 어렵다. 그리고 포화지방이나 콜레스테롤은 피할 이유가 없다.
- 12장 곡물, 콩, 견과류와 씨앗: 주의 대상
사람들은 덧셈의 힘을 믿고자 한다. 원래 먹던 식단에 각종 과일과 채소 추출물이 포함된 알약을 하나 더 추가하는 일은 쉽다. 덧셈은 적극적이고 긍정적이며 힘을 실어주는 느낌을 주지만, 사실 건강에 유익한 것은 덧셈이 아니라 뺄셈이다. 우리는 이미 과도한 염증과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원인이 무엇인지 안다. 주요 용의자는 고도로 정제된 탄수화물, 정제된 식물성 기름, 알코올과 과식이다. 나는 당신에게 권한다. 음식이 당신의 몸에 해를 끼쳐서는 안 된다. 설포라판과 같은 식물화학물질을 추가해 세포를 항산화 과잉 상태로 전환하는 대신, 먼저 주요 용의자를 제거해 염증과 산화 스트레스를 진정시키는 것이 좋지 않을까?
- 14장 슈퍼푸드, 보충제, 그리고 항산화에 관한 미신
식단을 바꾸기 전에 당신의 개인적인 동기를 파악하는 시간을 잠시 가지자. 왜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꼈는가? 왜 하필 지금인가?
최근 감정이나 몸 상태가 어땠는지 최대한 자세히 떠올리고, 식단을 변경함으로써 개선하고 싶은 정신적·신체적 증상 목록을 작성해라. 6주 후에 다시 보고 들을 수 있게 음성이나 영상으로 기록을 남기는 것도 좋다. 글에는 담을 수 없는 말투, 에너지, 태도까지 포착할 수 있기 때문에 특히 강력할 것이다.
다음으로 당신의 기분 상태가 어떻게 변하면 좋겠는지 최대한 구체적으로 기록해라. 원하는 바를 단기 목표(“좀 더 활력이 넘쳤으면 좋겠어요”)와 장기 목표(“항우울제를 끊고 싶어요”)로 나누면 더 좋다. 지금은 단기 목표에 집중할 시간이다.
17장 조용한 팔레오 식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