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한 동네 분들이 아니신가봐요. 친구분들이 다 떨어져서 사시네요.”
“우리? 친구 아닌데?”
“친구 아녀. 여기서 다 처음 봤어.”
“친구 사이도 아니신데, 따님 이혼한 얘기도 다 하시는 거예요?”
“수다 떠는 데 사람 가릴 게 어딨어? 다 같이 죽을 날 받아둔 마당에.”
“그렇지. 오늘 봤다고 내일 또 본다는 보장이 어딨어. 말 통하는 사람 만나면 다 털고 가는 거지.”
할머니들의 강력한 한 방에 간신히 입 밖으로 새어 나오려는 웃음을 참아냈다.
“재고, 따지고 하다 보면 속 시끄러워. 입 닫고 살다가 울화병 터져. 할 수 있을 때 하고 싶은 거 뭐든 해야지!”
- ‘비가 오더라도 나가겠습니다’ 중에서
백수도 고정 지출은 존재한다. 보험료, 휴대폰비, 개인연금, 적금, 생활비, 병원비 등등……. 참아서 줄일 지출은 생각보다 적었다. 참고 아껴 쓰는 것을 넘어서 소액이더라도 수입을 만들어야 했다. 가계부를 쓰자 쌓이고 쌓여 큰 금액이 된 하루하루의 커피값을 보고, 예전처럼 내가 커피를 마시고 싶을 때마다 사 마실 수는 없겠다는 들었다. 커피를 포기할 때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자괴감이 들어 하루의 기분을 망친 적도 있었다. 나는 이런 기분을 느끼려고 퇴사를 한 건 아니었다. 스트레스를 줄이고 나 스스로 더 행복해지고자 선택했던 퇴사였다. 그러므로 나는 행복해지기 위해 돈을 대하는 태도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 ‘엄마, 아직은 돈을 벌지 않아’ 중에서
긴장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채, 어안이 벙벙한 상태로 면접장을 빠져나오는 나를 면접장으로 안내했던 여직원이 따라 나왔다.
“수고하셨어요. 혹시 택시 불러드릴까요?”
일반 버스가 다니지 않는 외곽에 위치한 회사였기에 내가 집으로 돌아갈 일이 신경 쓰이는 듯 물었다. 퇴사 후 바로 차를 처분해서 택시를 타고 왔다는 내 말을 기억하고 있었나 보다.
“아니요, 걷는 걸 좋아해서 좀 걷다가 알아서 가면 돼요. 신경 쓰지 마세요. 감사해요.”
처음 보는 나를 이렇게까지 신경 써주는 그녀에게 고마움과 따뜻함이 느껴졌다.
‘이 회사, 생각보다 괜찮을 수도 있겠다.’
- ‘면접관에서 면접자가 되었다’ 중에서
면접 떨어진 화풀이로 괜히 동생에게 투덜댔다.
회사를 그만두기로 마음먹은 순간부터 남동생은 늘 말했다, 언제든 아르바이트하러 오라고. 그 ‘언제든’이라는 말에 나보단 동생이 더 나를 필요로 하고 있으니, 내가 말만 하면 할 수 있는 단순하고 쉬운 일이라 가벼이 여기기도 했다.
역시 자영업도 ‘사람’이 가장 큰 변수다. 나를 힘들게 할 수도, 기쁘게 할 수도, 보람차게 할 수도 있는 ‘사람’이라는 존재.
다음 주 수요일, 열다섯 살 어린 매니저에게 와플 굽는 법을 배우러 가기로 했다. 기고 들어가야 할 땐 기똥차게 알아채는 타고난 눈치로 나이는 어리지만 배울 점이 많을 매니저님께 깍듯이 존대하며 열심히 배워보기로 다짐했다.
- ‘마흔, 와플을 구워보기로 했습니다’ 중에서
그래 맞다. 가장 중요한 건 와플빵이다. 빵이 맛있어야 한다는 걸 빵순이인 내가 왜 간과하고 있었지?
기본에 충실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하면 깔끔하게 생크림을 바르고 예쁘게 토핑을 얹을지보다도 와플빵이 중요하다. 내가 소비자라도 와플빵에 발린 생크림의 모양보다 와플빵의 굽기와 바삭함이 더 중요할 것이다. 이런 세심함을 짚어내는 건 개인의 능력보다는 일에 대하는 온도차다. 나는 와플 아르바이트를 잠깐 할 아르바이트라고, 점장이 사촌동생이라고 조금 가벼운 자세로 대한 건 아니었을까? 점장님과 나의 온도차를 발견하는 순간이다.
- ‘와플을 잘 구우려면 일기예보를 확인하세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