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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모르는 진짜 농업 경제 이야기

기아와 미식 사이, 급변하는 세계 식량의 미래


  • ISBN-13
    979-11-89797-22-5 (03320)
  • 출판사 / 임프린트
    세이지(世利知) / 세이지(世利知)
  • 정가
    21,0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4-10-25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이주량
  • 번역
    -
  • 메인주제어
    농업, 영농 및 식품산업
  • 추가주제어
    경제 , 거시경제학 , 미시경제학 , 경제전망 , 국제경제학 , 경제, 금융위기, 재난 , 경제학 / 특정분야 , 농업경제학 , 비즈니스, 경영 , 비즈니스: 일반 , 비즈니스전략 , 산업 및 산업연구 , 영농 및 1차산업
  • 키워드
    #농업, 영농 및 식품산업 #경제 #거시경제학 #미시경제학 #경제전망 #국제경제학 #경제, 금융위기, 재난 #경제학 / 특정분야 #농업경제학 #비즈니스, 경영 #비즈니스: 일반 #비즈니스전략 #산업 및 산업연구 #영농 및 1차산업
  • 도서유형
    종이책, 무선제본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50 * 220 mm, 368 Page

책소개

먹을 것이 넘쳐나는 미식과 먹방의 시대, 

우리가 모르는 농업이라는 근원의 먹거리 산업 이야기

 

밥맛이 매해 달라지고 품종에 따라 밥물도 다르게 잡는다. 애플수박, 골드사과, 킹스베리 등 매년 새로운 과일들이 출시돼 소비자를 유혹한다. 인기 연예인들이 TV에 나와 쇠고기의 부위별 맛과 특징을 도축업자처럼 읊는다. 해외에서 접해본 낯선 식재료가 저녁 식탁에 올라온다. 먼 곳에서 온 식재료와 우리 것을 섞어 만들어 파는 식당에 긴 줄이 이어진다.

유명 미식을 실시간으로 소비하는 시대이지만 음식의 유래를 거슬러 농업에 이르면 우리는 백지상태가 된다. 1970~1980년 한국의 도시 인구 90%는 농촌 출신이었다지만 불과 몇십 년 사이에 농촌과 농업은 오래되고 촌스러운 것이 되어버렸다. 해외에서 유래한 농업 지식은 고급 테이블 교양이지만 한국에서 일어나는 농업 이슈는 어쩐지 나와는 무관한 것 같다. 식량은 수입해서 먹어도 될 것 같은데 왜 쌀값에 휘둘리고 농업에 세금을 쓰는지 모르겠다. 

 

가장 많이 먹고, 싸게 먹고, 멀리서 가져다 먹는 시대에 우리가 모르고 있는 것들 

세상의 모든 산업은 농업에서 시작됐다. 산업뿐 아니라 인류가 성취한 과학기술의 상당수는 굶주림과의 투쟁에서 탄생한 산물이다. 현재 인류는 역사상 유일하게 가장 많이 먹고, 가장 싸게 먹고, 가장 멀리에서 가져다 먹는 짧은 행운 타임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불투명하다. 식량 과잉생산 시대가 종언을 고하고 있고 식량난은 곧 다가올 미래이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선임연구위원이자 농업전문가인 이주량 박사는 『당신이 모르는 진짜 농업 경제 이야기』에서 농업이라는 인류 생존 인프라 산업에 대한 문명사부터 현재 치열하게 격돌 중인 글로벌 식량 산업에 대한 숨가쁜 리포트까지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하는 살아 있는 농업 이야기를 풀어낸다. 삼포식 농업부터 트랙터, 비료, 유전공학까지 굶주림의 공포와 맞서 싸운 인류의 도전과 응전의 역사, 세계 식량산업의 패권을 쥔 ABCD라는 공룡 기업 이야기, 선물거래의 탄생과 금융 발전 이야기, 식량을 둘러싼 열강들의 조용한 외교 전쟁, 한국 딸기의 달콤한 성공과 나아가야 할 방향, 투뿔한우와 치킨 산업의 이면, 우리가 모르는 통일벼 개발의 뒷이야기, 블루오션으로 떠오르는 글로벌 식량 산업 이야기 등 시대와 국경, 산업과 학문을 넘나들며 농업에 관한 거의 모든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한국인이 갖고 있는 농업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을 걷어낼 수 있도록 농업의 산업적 통찰과 학문적 시사점을 선물하며 우리가 농업이라는 산업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와 새로운 가능성을 밝힌다. 

 

한국이 선진국이 된 바탕에는 농업이 있었다

통일벼가 포니 자동차라면 지금 우리 논에 심어진 벼들은 제네시스다. 통일벼가 64K D램이라면 지금 논에 심긴 벼들은 6세대 HBM 경쟁에 들어가 있다. 우리 눈에만 똑같아 보일 뿐이다. 한국은 통일벼로 대표되는 1970년대 녹색혁명과 1980년대 백색혁명을 차례로 성공시키며 쌀을 자급자족할 수 있게 됐고 토지 생산성과 노동 생산성을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향상시킨 나라가 되었다. 

한 나라의 경제가 성장하는 데 농업이 불안하면 제조업과 서비스업으로 산업 구조가 고도화되는 진행 자체가 불가능하다. 6.25전쟁 후 굶어 죽는 나라에서 제조 강대국이 되기까지 '한강의 기적'으로도 불리는 성장 뒷면에는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농공병진정책(農工竝進政策)이 있었다. 1962년 농공병진정책을 채택한 이후 농업의 성장속도가 공업을 능가했고 농업에서 나온 잉여 노동력과 자본이 상위 산업으로 이동하면서 제조업의 성장이 가능했다.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전후 70년 만에 선진국 농업 수준으로 따라잡은 한국 농업의 치열한 발전사와 통일벼의 개발의 자세한 뒷이야기를 '4장 한국 농업의 숨가쁜 발전사'에서 자세히 설명한다. 

 

한우, 딸기부터 불닭볶음면, 화장품 수출까지

다시 블루오션으로 떠오르는 식량 산업 이야기

한국의 농업 과학기술은 세계적 수준이다.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품질의 쌀밥과 딸기, 사과를 먹고 있으며 세계 최고 수준의 프리미엄 우유를 마시고 있다. 원재료와 식단의 다양성도 탁월하다. 우리만 모르는 우리의 일상이다. 한우와 딸기 같은 고급 식재료 수출은 물론 불닭볶음면이나 커피믹스 같은 가공식품의 급격한 성장, 거기에 화장품이나 건강기능식품, 의약품의 원료까지 각광을 받고 있다. 현재 한국의 농식품 산업 역량은 한국 경제의 수비수는 물론 미드필더 역할까지 충분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좁은 농지와 열악한 기후조건, 인구 규모 등을 감안할 때 이 정도의 농업을 일구었다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 한국의 농업기술 수준이 높았기 때문에 가능한 업적이다. 저자는 최신 해외 동향과 국내 농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다양한 사례를 통해 한국의 농업 과학기술의 과거와 현재, 나아가야 할 미래를 생생히 보여준다. 왜 농업이 새로운 글로벌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우리가 어떤 전략으로 경쟁우위를 선점할 수 있을지 이 책을 통해 구체적으로 알 수 있을 것이다. 

 

파티는 끝나고 식량전은 시작됐다 

세계 인구 100억 명을 돌파하는 것이 확정된 2050년, 인류는 지금보다 60% 더 많은 식량이 필요하지만 지구에는 농경지와 자원이 남아 있지 않고 기후 위기는 식량난 속도를 앞당기고 있다. 사막 국가 아랍에미리트(UAE)나 도시국가 싱가포르처럼 농업 여건이 극단적으로 불리한 나라들조차 마이크로농업이나 논 농사를 도입하는 등 생산 농업과 자국 내 식량 생산을 늘리는 추세다. 한국 역시 식량 안보에 취약한 국가로, 한국은 전 세계에서 3번째로 곡물을 많이 수입하는 나라다. 식량은 강력한 전략물자로 조용히 돌변하는데 실제로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를 둘러싼 갈등에 대두 수출 분쟁 카드도 얽혀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혹자들은 농업이라는 산업을 과연 국가가 유지해야 하는지 의문을 갖는다. 농업이 힘든 상황이라면 식량은 전부 수입해서 사다 먹으면 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안보와 경제 차원에서 식량 필요량의 25~30%는 전략적으로 국내 생산이 꼭 필요하다고 이 책은 설명한다. 또한 푸드테크 산업이 커지는 글로벌 추세에 발맞추어 산업전략 측면에서도 국내 생산 농업이 존재해야 미래 산업으로 도약할 수 있으며, 국가의 부가 커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농업은 선진국 산업이다. 농업 선진국이 진정한 선진국이라는 말도 요즘 자주 회자된다. 저자는 농업의 진정한 핵심 가치가 국부창출의 중심이 아닌 안정적인 생산 기반을 유지하여 국가 필요식량의 적정 비중을 안정적으로 책임져주는 일이라고 말한다. 이를 뒷받침하려면 사람들이 농업의 산업적 특성과 기반적 특성을 구별할 수 있고, 국제 식량 가격과 상관없이 국가 식량의 4분의 1 정도를 국내에서 생산하는 것이 가장 경제적인 선택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지지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모쪼록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농업의 구조와 산업적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농업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과 철학을 공유해 진정한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발견하길 기대한다. 

목차

프롤로그 

가장 많이 먹고, 싸게 먹고, 멀리서 가져다 먹는 시대에 우리가 모르고 있는 것들

 

1장 굶주림과의 투쟁, 식량에서 산업이 되기까지 

열매가 맺지 않으면 죽는 세상에서 살아남는 법

트랙터의 탄생, 생존 농업에서 상업 농업으로 

거름의 생태경제학 

질소를 땅에 넣자 기아에서 벗어나다, 비료의 등장 

현대 농업의 질적 성장, 진화론과 유전학의 탄생

우장춘 박사가 한국에 남긴 축복 

인류의 굶주림을 해결한 녹색혁명의 핵심, 왜성 유전자 

 

2장 치열하게 돌아가는 글로벌 식량 산업 

세계 식량의 패권을 쥔 글로벌 기업 이야기 

곡물 기업들이 금융회사를 운영하는 이유, 선물거래 

농업과 금융을 함께 발전시킨 선물거래 시장 

세계 최초의 선물 시장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현대 선물거래소의 원형, 시카고 상품거래소 

CIA를 능가하는 글로벌 식량 기업들의 첩보전 

식량 생태계를 바꾸는 식량 기업들의 인수전 

ABCD 패권에 균열을 내는 신생 농업 기업들 

한국이 곡물을 비싸게 수입하는 이유, 곡물 엘리베이터 

소수 기업들이 독식 중인 글로벌 종자 시장 

 

3장 왜 어떤 나라는 풍족하고 어떤 나라는 굶주리는가

미국은 어떻게 농업 최강대국이 되었나 

미국의 두 번째로 큰 행정부처가 농무부인 까닭 

좋은 땅에 좋은 일들이 더해지는 미국 

미국이 전후 유럽을 지원하며 바뀐 힘의 균형 

하나의 국가처럼 움직이는 유럽 농업의 힘, CAP 

농업 없는 나라 싱가포르에 닥친 위기 

식량 안보는 생존이다, 싱가포르의 뼈저린 각성 

아프리카는 왜 여전히 굶주리는가 

배고픈 아프리카는 왜 식량 대신 커피를 재배할까 

 

4장 한국 농업의 숨가쁜 발전사

선진국 필리핀과 최빈곤국 한국은 어떻게 달랐나 

한강의 기적을 만든 농업정책 이야기 

통일벼의 탄생 

통일벼의 진정한 성과는 쌀이 아닌 시스템 

농업정책이 전국에 뿌리내리기까지 

우리가 농사를 짓지 않을 때 벌어지는 일 

농업의 구조를 나눠 보면 블루오션이 쏟아진다 

 

5장 왜 농업 선진국은 원예산업에 집중하는가

감자로 읽는 세계사 

감자로 촉발된 아일랜드의 비극 

유럽 플로리스트는 네덜란드 꽃을 새벽배송으로 받는다 

케냐에서 키운 '네덜란드 꽃'은 전 세계로 수출된다 

한국 딸기의 달콤한 성장 

뉴질랜드의 제스프리처럼 조직화가 필요한 한국 딸기 

 

6장 투뿔한우와 삼겹살, 치킨의 경제학 

우리 땅에 식용만을 위한 소가 길러지기까지 

인류는 어떻게 소에 기생하며 살았는가 

투뿔 한우가 탄생하기까지한우, 육우, 젖소, 같은 소인데 뭐가 다를까? 

축산 농가가 국제 정세에 민감한 이유 

요즘 소는 컴퓨터가 키운다 

소는 왜 신이 내린 선물일까 

돼지를 잘 기르는 노하우 

돼지고기가 민심인 중국, 그리고 미국과의 기싸움 

식량전에 대배하는 중국의 전략, 돼지 아파트 

왜 한국의 닭 맛은 똑같을까? 양계 산업 이야기 

프랑스의 닭은 스토리로 경쟁한다 

인류와 닭의 이야기 

 

7장 현대 농업은 연구 전쟁, 종자부터 GMO, 농약, 유기농까지

식물에서 작물로 동물에서 가축으로, 품종개량 이야기 

품종 개발, 버리기 위해 연구한다 

인간의 욕망이 낳은 스타 품종의 함정 

포마토에서 GMO까지 품종개량 기술의 발전 

우리는 오래전부터 GMO를 먹어왔다 

유기농업이 탄생하기까지 

한국의 유기농업 이야기 

유기농은 정말 좋은 걸까? 

미래 환경을 보존하는 유기농법 

인류에게 농약이 없었다면 

엄격하게 관리되는 한국의 농약 사용 제도

 

8장 모두가 토지 보상을 꿈꾸는 시대의 농지 이야기

'비님 오시는 날' 비와 물을 다루는 법 

정조가 사비를 털어 만든 저수지 

태종이 모내기를 금지한 이유 

농사 지을 땅을 지키는 유럽의 농지 정책 

잘게 쪼개지고 건물이 들어서는 한국의 농지 

 

9장 다시 블루오션으로 떠오르는 글로벌 식량 산업

위기에 처한 해피타임 

현실이 되고 있는 기술 비관론자들의 경고 

팜유와 맞바꾼 지구의 허파 

한국인처럼 살려면 지구 세 개가 필요하다 

딸기가 자라는 모습을 데이터화할 수 있다면

데이터로 농업계의 구글을 지향하는 존디어 

몬산토의 종자와 농약 패키지 사업 성공, 그 이후

식량 위기가 닥치면 인간은 뭘 먹고 살까?  

빌게이츠도 투자한 대체육 산업, 가능성은? 

대장암 환자를 위한 고기, 알레르기 없는 땅콩잼 

한국이 미래 식재료 개발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 

도시에서 농사를 짓는다면  

농업 선진국 미국이 도시 농업에 투자하는 이유

농업은 공업만큼 에너지를 소비한다 

프랑스 와이너리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이유 

농사도 짓고 에너지도 생산하는 N잡 농업 시대

 

10장 우리가 모르는 K-농업의 잠재력

우리만 모르는 K-식품 산업의 잠재력  

제로섬 산업에서 플러스섬 산업으로, 바이오 산업

실명을 막는 쌀, 상추에서 추출한 수면보조제

삶을 바꾸는 푸드테크 혁명은 진행 중  

커피믹스, 불닭볶음면을 잇는 히트상품 개발을 위하여 

종자를 수출하면 농약과 농기계도 함께 팔린다 

한국 농업을 지켜줄 세 가지 지속 가능성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한국 농업의 모습

본문인용

현대 농업은 그다지 목가적(牧歌的)이지 않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거대하고 조밀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의 합에 가깝다. 그리고 그 안에는 자본의 탐욕과 국제 정치 논리, 기아와 미식 사이의 원초적 욕망이 들끓는다.

흔히 식량을 수출하는 국가가 많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지구상에서 반도체를 수출하는 나라가 우리나라와 미국, 대만 등 몇 곳 되지 않는 것과 똑같다. 충분한 물량의 식량을 수출할 수 있는 나라는 미국과 호주, 러시아, 우크라이나, 브라질, 캐나다, 인도 등 몇 나라 되지 않는다. 수입하는 나라는 훨씬 많다. 그리고 양과 종류는 다르지만 식량을 전혀 수출하지 않는 나라는 거의 없다. _프롤로그 중에서

 

최근 농업과 농촌을 다루는 방송들은 대부분 예능이나 먹방으로 농업, 농촌을 희화화하거나 도시의 삶과는 동떨어진 제3의 공간으로 분리해 보여준다. 농업 농촌이 도시나 2, 3차 산업과 연결되지 않은 채 독립적으로 존재하거나 며칠 놀러 가는 공간 정도로 이격된 것이다. 하지만 농업과 농촌 공간은 희화화하거나 분리된 공간이 되어서는 안 된다. 도시와 농촌, 농업과 제조업은 긴밀하게 연결된 한 몸이며 그래야 우리가 살아갈 수 있다. 농업은 산업인 동시에 기반이다. 반도체나 자동차처럼 산업의 성격도 있는 동시에 국방이나 의료처럼 사회를 지탱하는 기반의 성격도 있다. 농업 전체를 해외에 의존해서도 안 되고 그렇게 할 수도 없다. 농업의 많은 문제는 다른 산업과는 달리 철학과 선택의 문제로 귀결된다. 보통의 기업들처럼 매출이 선(善)인 산업과는 다르다. 

_ 프롤로그 중에서 

 

지금까지 인류가 개발한 과학기술 중에서 10억 명을 살릴 수 있는 기술은 농업과학기술이 거의 유일하다. 우리의 인식과 달리 농업과학기술의 연구 과정과 결과물들의 기술적 복잡성과 난이도는 달 탐사나 반도체 산업에 뒤지지 않는다. 이런 면에서 20세기에는 반도체, 정보통신, 자동차 등 엄청난 과학적 업적이 쏟아져 나왔지만, 수십억 인류를 굶주림에서 해방시킨 농업기술은 인간이 만든 가장 위대한 기술로 칭송받을 자격이 있다. 

_1장 굶주림과의 투쟁, 식량에서 산업이 되기까지

 

전 세계 곡물의 80%는 ABCD로 불리는 거대 곡물 메이저 기업에 의해 교역이 이루어진다. ABCD는 세계 농업 및 곡물 시장에서 주요한 역할을 하는 대형 기업 그룹으로 모두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ABCD는 '아처 대니얼스 미들랜드(ADM, 미국)', '벙기(Bunge, 미국)', '카길(Cargill, 미국)', '루이 드레이퓌스(Louis Dreyfus, 유럽)'의 앞 글자를 따온 것이다. 이들 기업은 농업과 곡물은 물론 가공, 운송, 금융과 관련된 다양한 사업을 펼치며 세계 식량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ABCD 기업들은 모두 설립 초기에 큰 창고를 지어 곡물을 사들이고 이를 여러 곳으로 보내 교역하고 가공하는 것에서 시작했다. 처음에는 곡물의 운송, 교역, 가공 중 한 곳에 특화되어 시작하다 점차 리스크는 줄이고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오늘날의 거대 농업 기업의 모습을 갖추었다. 

_2장 치열하게 돌아가는 글로벌 식량 산업

 

대체로 국민소득이 3만 달러가 넘어가면 그 나라 국민들은 농업 노동을 거의 하지 않는다. 대신 자국민들은 농업 경영자의 위치로 이동한다. 자국민들에게는 농업 노동 이외에도 다른 노동 대안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농업은 동남아 사람들, 미국 농업은 멕시코를 포함한 히스패닉 사람들, 네덜란드 농업은 폴란드 사람들, 스페인 농업은 알제리 사람들의 노동력에 의존하는 식이다. 코로나 팬데믹은 글로벌 식량 공급망을 당연하게 생각하던 전 세계 많은 사람들에게 농업과 식량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글로벌 식량 공급망에서 충분한 식량 생산은 최소한의 필요조건에 지나지 않는다. 식량 생산이 충분하더라도 글로벌 식량 공급망이 교란되는 이유는 얼마든지 있다. 코로나 팬데믹은 생산에 문제가 없어도 식량 공급망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다양한 사례를 확인시켜주었다. 

_3장 왜 어떤 나라는 풍족하고 어떤 나라는 굶주리는가

 

통일벼가 포니 자동차라면 지금 우리 논에 심어진 벼들은 제네시스다. 통일벼가 64K D램이었다면, 지금 논에 심긴 벼들은 6세대 HBM 경쟁에 들어가 있다. 우리 눈에 똑같아 보일 뿐이다. 매일 최고급 쌀을 먹고 있지만 한국의 치열한 농업 연구 성과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삶의 일부가 되어버려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한국 농업이 지나온 길은 어찌 보면 기적에 가깝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한국은 세계적으로도 유래가 없는 농업 압축 성장에 성공한 유일한 나라다. 한국 농업은 선진국 이 수백 년에 걸쳐 완성한 농업의 생산성을 광복 이후 불과 70여 년 만에 따라잡는 데 성공했다. 

_4장 한국 농업의 숨가쁜 발전사

 

국가가 부유해지면 국민의 입맛도 변한다. 후진국에서는 칼로리의 대부분을 곡물 위주의 탄수화물로 흡수하지만 소득이 높아지면 식단의 서구화와 다양화가 빨라진다. 칼로리의 주원천도 탄수화물에서 육류 단백질로 옮겨간다. 

선진국이 될수록 땅을 갈아 경작해 수확하는 경종의 비중은 줄고 축산의 비중이 늘어난다. 세계 최고의 시설원예 강국으로 알려진 네덜란드도 생산액만 보면 축산 국가다. 산지가 90%로 경종을 위한 농지가 턱없이 부족한 스위스도 축산 중심의 농업을 전개한다. 우리나라도 비슷한 추세다. 1984년 한국인 1인당 쌀 섭취량은 130kg이었지만 2023년에는 56kg까지 떨어졌다. 2023년 한국인의 3대 육류(돼지고기, 소고기, 닭고기) 소비량은 60.6kg으로 쌀 소비량보다 많다. 한국인은 더 이상 밥심으로 사는 민족이 아니라 고기 힘으로 사는 민족이 되었다.

_6장 투뿔한우와 삼겹살, 치킨의 경제학

서평

경제를 다루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으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다. 옛날 어딘가의 농촌 풍경에 멈춰 있는 우리 머릿속의 농업과 전혀 다른 세계를 보여주는 생생한 산업 리포트다. 이 책을 읽으면서 신선한 충격을 받을 것이며 이 분야를 그동안 제대로 몰랐구나 하는 생각도 들 것이다. 이주량 박사만큼 농업을 새롭게 인식하게 하는 전문가도 없을 것이다. 농업 이야기뿐 아니라 인류 문명사까지 넘나드는 지적 즐거움은 덤이다. 

- 장태평, 전 농림축산식품부장관, 현 대통령 소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장

 

원고를 받자마자 모두 읽어버렸다. 인류학부터 생태학, 농업경제학, 외교, 산업 인프라 등 경제 전반에 대해 다루고 있는 이 놀라운 책은 단단한 지혜와 산업적 통찰을 제공한다. 먼 인류의 이야기부터 현재 지구 곳곳에서 벌어지는 식량 이야기를 예리하게 큐레이션해 농업 지식뿐 아니라 사회 정치 경제 전반에 걸쳐 해상도를 높여준다. 당신이 어떤 분야에서 일하든 이제 농업을 모른다면 대단히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것이다. 

- 허태웅, 전 농촌진흥청장, 국립경상대 교수

 

연예인들이 TV에 나와 쇠고기의 맛을 도축업자처럼 이야기하는 시대지만 한편으로 한국에서 농업은 몰라도 되는 분야가 되어버린 듯하다. 이처럼 지적 불균형이 커진 한국 사회에서 농업에 대한 이해를 높여줄 좋은 책이 나왔다. 금융의 역사와 전기차 배터리를 공부하듯 우리는 농업을 공부해야 한다. 글로벌 기업들의 식량 전쟁을 불구경하듯 보고만 있다간 하루 세 끼도 보장할 수 없는 시대가 목전에 와 있기 때문이다. 

- 이진우, MBC 〈손에 잡히는 경제〉 진행자, 삼프로TV 부대표

 

인류 역사상 가장 먹거리가 풍부한 시대에 살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건강하고 맛있고 가치 있는 먹거리를 찾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진다는 걸 식품 유통업에 종사하는 종사자로서, 맛있는 걸 좋아하는 소비자로서 동시에 느끼는 요즘이다. 인류 역사가 바뀐 주요한 이벤트의 중심에 먹거리 문제가 있었던 것을 돌아볼 때 전례 없는 기후변화와 전쟁을 겪고 있는 요즘, 이러한 이슈들이 어떻게 농업과 먹거리를 바꾸고 우리의 삶을 바꿀지를 돌아볼 때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농업이 인류의 역사를 관통하며 어떻게 바뀌어 왔는지, 그리고 그것이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줄지를 통찰력 있게 설명하고 동시에 앞으로 우리가 가야할 길에 대해서도 제시한다. 이 책을 읽으며 농축산물을 고르고 판매하고 소비하는 사람으로서 많은 아이디어와 깨달음을 얻었다. 삶의 근간인 먹는 것에 대한 통찰력을 얻고 싶은 업계종사자, 소비자들에게 강력 추천한다.  

 -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

 

F&B는 기획과 마케팅이 중요한 산업이지만 성패는 결국 맛으로 결정된다. 그리고 모든 맛은 농업에서 탄생한다. 이 책을 통해 비로소 농업 분야를 제대로 알게 되었다는 것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F&B 업계에서 일한다면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 아이디어가 계속 떠올라 마음이 바빠질 것이다.

- 최연미, 팀홀튼, 블루보틀 커피 전 최고 마케팅 책임자(CMO)

 

'진짜'라는 수식어에 질린 사람이 책 제목에 거부감을 느낄까 봐 말한다. 이 책은 다르다. 저자는 농업 현장에서 시간을 보내며 연구 경력을 쌓았다. 한국과 세계, 과거와 첨단의 농업 사례도 모았다. 감성 호소가 아닌 이성을 깨우는 방식으로 농업의 중요성을 말한다. 데이터를 토양 삼고 논리를 씨앗 삼아 농업의 중요성이라는 주제를 수확한다. 현장의 디테일과 거시적 철학이 함께 하는 책은 많지 않다. 그 주제가 농업인 책은 더 흔치 않다. '진짜' 귀한 책이다.

- 박찬용, 콘텐츠 에디터, 『모던 키친』 저자

저자소개

저자 : 이주량
한국의 농업 과학기술은 세계적 수준이다.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품질의 쌀밥과 딸기, 사과를 먹고 있으며 세계 최고 수준의 프리미엄 우유를 마시고 있다. 원재료와 식단의 다양성도 탁월하다. 우리만 모르는 우리의 일상이다. 좁은 농지와 열악한 기후조건, 인구 규모 등을 감안할 때 이 정도의 농업을 일구었다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 한국의 농업기술 수준이 높았기 때문에 가능한 업적이다.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식품공학과를 졸업했다. 연세대 경영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했다. 현재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선임연구위원이다. 한국의 과학기술계와 농업계 사이에서 정책적 간극을 조정하는 중재자 역할을 하고 있으며 농업 R&D에 투자되는 돈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도록 연구하고 정책에 반영하는 일을 하고 있다. 또 농식품 관련 해외 최신 동향과 정보를 수집하고 정부 사업을 기획, 평가, 조정하며 농식품 R&D 수행체계와 연구 프로그램을 개선하는 데 참여한다. 이 과정에서 공무원, 전문 연구자, 대학 교수, 투자자, 농민, 농산업체 종사자, 언론인 등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과 만나서 의견을 교환하고 토론한다.
대학 시절 어떻게 하면 농업과 식품과 멀어질 수 있을지 고민했다. 나와 농업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 외도도 했다. 하지만 운명처럼 다시 농업으로 끌려 들어왔다. 20대 젊은 시절에는 어색했던 농업의 시간들이 나이가 들수록 이렇게 편안하고 재미있을지 몰랐다. 가장 좋아하고 보람을 느끼는 시간은 현장 농업인들과 함께 할 때다. 99번 현장을 가본 정책연구자와 100번 현장을 가본 연구자는 다르다는 것이 지론이다. 정책과 현장의 가교 역할을 하는 연구자이자 한국에서 농업 현장을 가장 잘 이해하고 가장 활발히 소통한 연구자로 기억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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