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플하고 귀여운 캐릭터와 크래파스 톤의 채색
페이퍼독 출판사의 행운의 일곱 번째 창작 그림책 [럭키 덕희].
매튜 작가의 원고와 스케치를 처음 본 순간부터 우리는 ‘덕희’의 매력에 빠져들고 말았다. 사실 작가의 원제는 [LUCKY DUCKY]였다.
여기에 한국식 유머 한 스푼으로 ‘ducky’는 ‘덕희’가 되었다.
[럭키 덕희]는 두 번째 그림책 작업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매튜 작가의 스토리 전개와 등장 캐릭터 모두 흠잡을 곳 없었다.
두 번째 책이 아닌 마치 열 두권 정도 그림책을 창작한 경력이 있는 작가의 느낌이 들었다.
아마도 그건 그가 영화 연출을 전공한 것과 꾸준히 웹툰으로 다져온 저력이 그림책에 묻어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메튜 작가만의 유머는 이것이 영국식 유머인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재미있는데 이국적인 정서가 있다.
그의 첫 책 [당신은 아름다워요, 두꺼비 씨]와 이번 신작 [럭키 덕희]를 보시면 독자분들도 느끼실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캐릭터 이야기를 해보자. 먼저 주인공 덕희의 다양한 표정과 몸짓은 우리를 웃다가도 짠하게 만든다.
덕희뿐만 아니라 주변 등장 캐릭터들의 다양한 특징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우선 귀엽기 짝이 없는 네 마리 아기 오리, 보기만 해도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는 듯한 대왕 거위, 노란 눈에 번쩍이는 무서운 이빨로 덕희를
꿀꺽 삼키려는 오렌지색 여우, 동그란 몸통에 다리만 있는데도 친근한 개구리, 얼굴만 보아도 덕희에 대한 사랑이 넘쳐 보이는 푸근한 부모님 오리
그 밖에도 달팽이 아줌마, 지렁이까지. 모두 굿즈로 제작하고 싶을 정도다.
너무너무 너어무 사랑스러운 형태와 컬러를 가지고 있는 다양한 동물 캐릭터들을 그냥 지나치지 마시고 꼼꼼하게 살펴봐 주시기를 바란다.
매튜 작가는 등장 동물의 형태적 특징을 최대한 심플하고 세련되며 친근하게 잡아낸다.
이러한 표현은 정말 많은 훈련과 타고난 감각이 없으면 절대 쉽지 않다.
[럭키 덕희]에서 캐릭터 표현 방법을 좀 더 분석해 보면 형태는 심플한 블랙 아우트라인으로 군더더기 없이 동물들의 형태적 특징을 살렸다.
또 오렌지, 핑크, 노랑, 초록.... 화려하고 다양한 칼라감으로 그림책에 경쾌한 활력 감을 준다.
채색에 마띠에르는 마치 아이들이 그린 크레파스 그림 같은 질감으로 부드럽고 따뜻하다.
페이퍼독은 이러한 그림 톤을 그대로 살려 주기 위해 인쇄용지도 도화지를 선택하였다.
표지는 자연스러운 질감을 최대한 강조하기 위해 마분지로 제작되었다.
[럭키 덕희]의 그림과 스토리의 따뜻함을 독자들은 책의 질감에서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머피의 법칙? 아니, 덕희의 법칙!
[럭키 덕희]의 이야기 전개는 무척 빠르다. 지독히도 안 풀리는 덕희의 하루와 안타까운 사건들은 독자들의 마음을 웃다가도 금세 짠하게 만든다.
이야기의 절정에 이르러 고생 끝에 좋아하는 비가 오고, 이를 즐기려는 덕희가 벼락까지 맞고 민둥오리가 돼버리는 장면에서 우리는
‘아이고....’하고는 할 말을 잃고 만다.
이렇게 되는 일이 없는 상황을 ‘머피의 법칙’이라 하던가.
머피 못지않게 힘든 덕희지만 그래도 우리의 덕희에게는 따뜻하게 안아주는 부모님과 그것을 감사하게 여기고,
희망을 잃지 않는 ‘긍정 오리’ 덕희의 의지가 있다. 앞 이야기에서 빌런이던 아기 오리 네 마리도 어느덧 덕희의 추종자가 되어 덕희를 따른다.
우리도 긍정적이고 힙한 덕희의 뒤를 따르는 다섯 번째 오리가 되고 싶지 않은가?
앞으로 힘들지만 뭔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을 느낌이 들 때 ‘덕희의 법칙’ 혹은 ‘럭키 덕희!’라고 외쳐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