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함께 읽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동시
◎ 서평
유은경 시인의 동시는 몇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하나는 언어를 다루는 솜씨가 무척 뛰어나다는 점입니다. 잘 알다시피 시는 언어예술입니다. 따라서 시인이 어떻게 언어를 다루느냐에 따라 시의 맛이 사뭇 달라집니다. 유은경 시인의 동시는 간결하면서도 일정한 규칙에 따라 문자가 배열되어 있어 읽다 보면 저절로 리듬감을 자아냅니다.
해와 달이 사이좋게 시소를 탄다
해가 내려가면 달이 올라오고
달이 내려가면 해가 올라오고
고장 나지 않는 시소
- 「하루」 전문
이 동시는 ‘하루’라는 시간 개념을 해와 달이 ‘시소’를 타는 것에 빗대어 표현하고 있습니다. 발상도 재미있지만, 군더더기 없이 꼭 필요한 시어만을 사용하여 시상을 전개한 것이 인상적입니다. 특히 2행과 3행을 대구법 즉, 말의 가락과 표현이 비슷한 어구를 나란히 늘어놓음으로써 리듬감을 만들어내어 가만히 읊조리다 보면 저절로 노래가 됩니다. 이 작품 외에도 유은경의 동시에는 대구법과 비유법, “죽죽” “으슬으슬” “사라락 사라락“과 같은 다양한 음성상징어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들 역시 이 동시와 마찬가지로 시적 효과를 높이는 데 크게 한몫하고 있습니다.
해가 쨍쨍한데도
열무는 쑥쑥 자란다.
기특해.
과꽃은 보라 꽃을
다섯 송이나 피웠다.
기특해.
논둑에 백로는
누굴 기다리나?
기특한 뚝새풀
기특한 땅강아지
기특한 방아깨비
꽃밭에 물 주는
나도 기특해.
- 「기특해」 전문
유은경 동시의 또 다른 특징은 시적 진정성이 강하게 느껴진다는 점입니다. 좋은 시란 시인이 일상에서 발견한 삶의 진정성을 자신만의 개성적인 시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이 동시에는 ”열무“, ”꽈꽃“, ”백로“, ”뚝새풀“, ”땅강아지“, ”방아깨비“ 등이 등장합니다. 그런데 이들은 비록 소소한 존재들이지만, 실제로 시인이 경험하지 않고서는 발견해내기 어려운 것들입니다. 이는 유은경 시인의 작품 대부분이 관념이 아니라 몸소 보고 듣고 겪은 사건을 토대로 창작되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이런 사실은 그가 시를 대하는 자세나 평소 주변 사물을 대하는 태도가 무척 진실하다는 것을 알게 해줍니다.
난 원하지 않아요.
시시콜콜 간섭하는
헬리콥터 엄마
뭐든 척척 해결해 주는
제설기 아빠
스스로 일어서게
내버려 두세요.
스스로 날아가게
지켜봐 주세요.
- 「제발」 전문
마지막으로 꼽을 수 있는 유은경 동시의 특징은 기본적으로 그의 동시는 아이들의 처지를 대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아무리 동시가 아이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하더라도 여전히 동시의 주된 독자가 아이들인 것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아이보다 어른의 목소리가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동시가 많습니다. 사정이 그렇다 보니 아이들에게 외면당하기 일쑤입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보듯이 유은경의 동시는 아이들의 목소리에 더 많이 귀를 기울입니다. 그리고 그들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습니다. 유은경의 동시가 어린 독자들에게 널리 사랑받고 있는 것은 아마도 그 때문일 것입니다.
◎ 시인의 말
이번 동시집에는 이런 친구들이 나옵니다.
오늘부터 자기 이름을 불러주기로 한 아이, 매미가 처음 부르는 노래를 응원하는 아이, 애벌레를 만나면 살짝 웃어주는 아이, 흰뺨검둥오리가 되어 친구를 만나러 가는 아이, 라면을 끓일 때 가장 설레는 아이, 그리고 우는 친구 옆에 있어 주고 때로는 같이 울어주는 아이.
이 아이가 바로 여러분입니다.
어둠 속에서 친구를 기다렸다가 같이 가는 백로처럼, 우리 함께 손잡고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 가면 좋겠어요.
- 〈시인의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