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마음을 보듬어 주는 ‘빵점 빵집’ 이야기
우리나라에서 학생이면 어김없이 무한 경쟁이라는 열차에 오르게 된다. 오직 1등, 안되면 상위권이라도 유지하겠다는 것이 목표이다. 하지만 모두 상위권에 오를 수 없을뿐더러, 1등은 꿈도 못 꿀 일이다. 그런데 1등에 모두 매달려 있다.
이런 상황에서 빵점을 맞은 아이는 그 심정이 어떨까? 부끄럽기도 하고 더러는 나머지공부도 해야 하니, 마음이 아플 수밖에 없다. 누가 빵점짜리를 보듬어 줄 수 있을까?
받아쓰기 시험을 빵점 맞은 지혁이와 혜영이는 서로 마음을 보듬으며 터덜터덜 걷는다. 길가 기와집이 수리 중이더니, 그곳에 ‘빵점 빵집’ 간판이 붙어 있다. 지혁이와 혜영이는 ‘빵점’에 마음이 끌려 슬며시 가게 안을 들여다본다. 주인 할머니는 빨간 두건을 쓰고 빨간 사과 무늬가 그려진 앞치마를 입고 있다. 그리고 옆에는 흰 바탕에 까만 사과 무늬가 있는 고양이 한 마리가 얌전히 앉아 있다. 지혁이와 혜영이를 본 할머니가 문을 열고 나와서 손가락으로 입구에 붙은 종이를 가리킨다. ‘빵점 빵집’은 1차 이벤트 중이다. 빵점 맞은 사람에게 일주일 동안 사과빵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런 횡재가 또 있을까? 빵점 맞은 덕분에 지혁이와 혜영이는 사과빵을 공짜로 얻어먹는다. 그런데 태어나서 처음 먹어보는 최고의 맛이다. 빵점 맛은 슬픔은 어느새 날아가 버렸다. 소문이 학교에 퍼지자, 아이들은 물론 선생님들까지 사과빵에 호기심을 갖는다. 그리고 아이들은 어떻게 해서라도 빵점을 맞으려고 안달한다.
할머니는 왜 빵점에게만 사과빵을 주는 것일까? 할머니에게는 늘 빵점을 달고 살던 아픈 시절이 있었다. 이름이 이영숙인데 별명이 이빵숙이 되었다. 하지만 그 아픔 때문에 빵점 아이들을 보듬는 건 아니다. ‘빵점 빵집’엔 신기한 비밀이 숨겨져 있다.
비밀을 알아갈수록 마음이 따듯해지는 이야기이다. 세상에는 소외된 존재들이 너무 많다. 서로 보듬으며 살아가면 그들에게도 큰 행복이 주어진다. 이빵숙 할머니는 그 행복을 지켜 주려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