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과 용기와 위로를 주는
따뜻하고 정감 있는 일상의 동시들!
동심이 가득한 세계로 어린이들을 초대해 온 청개구리 출판사의 동시집 시리즈 〈시 읽는 어린이〉 152번째 동시집 『동물원에 간 마법사』가 출간되었다. 이 동시집은 2023년 『한국서정문학』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한 이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최성자 시인의 첫 동시집이다.
최성자 시인의 동시는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사물과 자연이 서로 어울리며 화목하게 살아가는 따뜻한 이야기를 주로 담아내고 있다. 그래서 요즘 아이들의 순수하고 진실한 모습과 마음을 느낄 수 있다. 그의 동시를 읽다 보면 저도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지고 절로 힘이 나고 무한 긍정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이 동시집에 실린 62편의 동시에는 가족간에 느끼는 사랑과 친구와의 우정, 그리고 자연의 모든 생명들에 대한 각별한 애정과 배려로 가득하다. 물론 학교와 가정에서 겪는 힘겨움과 속상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러나 그마저도 시인의 마음을 거치게 되면 따뜻한 긍정과 유쾌함으로 되살아나는 듯하다. 그래서 이준관 시인은 “최성자 시인의 동시는 따스하고 착한 마음으로 불을 켠 ‘마음의 신호등’입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학원 가기 싫어
뒹굴뒹굴
딱! 붙었다
눈꺼풀
수학 학원 가야지!
엄마 목소리에
똑! 떨어졌다
눈꺼풀
―「붙었다! 떨어졌다!」
요즘 아이들이 어른들만큼이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고 힘에 부친 하루하루를 보낸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뻔히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눈감아버린, 그렇게 흘러가는 아이들 일상의 고단함을 시인은 위트있게 위로한다. ‘눈꺼풀’을 소재로 애써 버티고 있는 아이의 심정이 함축적으로 담겨 있다. 그러나 힘든 상황이지만 유머러스하고 유쾌하게 이겨내는 긍정적인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이외에도 엄마 아빠의 잔소리를 빨래에 빗대어 풍자하거나(「빨래」) “학원 빼먹고 떡볶이집으로” 가거나 “심부름 가는 길에 놀이터로” 달려간 사소한 일탈을 유쾌하게 그린 작품(「몰래 운동화」) 등 여러 동시에서 아이들의 생활상을 유쾌하면서도 긍정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긍정적인 생활 태도나 사고는 일상에서 부딪히는 가족이나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에서도 일관되게 드러난다.
먼저 엄마 아빠에 대한 개구진 생각들이 소소한 재미를 준다. 아빠의 방귀 핑계를 재미있게 되받아치는 「다 이유가 있지」, 엄마가 집안 정리하면서 화자의 장난감을 내다버린 걸 두고 “엄마가 나를 버렸다”고 항변하기도 한다(「나를 버렸다」). 그러면서도 가족들에 대한 사랑과 애정이 따뜻하게 녹아 있다. 특히 할머니와 할아버지에 대한 애정을 그 누구보다도 더욱 각별하게 표현하기도 한다. 외할머니의 사랑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표현한 「택배 왔다」, 돌아가신 할아버지 생각에 “코끝이 빨개”지는 「여치 할아버지」 등에서 가족애를 상기시키고 있다.
봄에 핀 자두꽃
여름에
당글당글 자두 낳았다
자두꽃은 엄마꽃
우리 엄마도 꽃이네
동생이랑 나를 낳은
―「엄마꽃」
엄마에 대한 사랑과 고마움이 물씬 풍겨나는 동시다. 가족에 대한 사랑과 애정이 이러한 군더더기 하나 없는 깔끔한 작품을 빗게 했다. 자두꽃이 열매를 맺어 자두가 나왔듯이, 자신들을 엄마가 낳았으니 엄마도 꽃이라는 대구가 “엄마꽃”이라는 비유로 딱 맞아떨어진다. 단순하지만 가벼이 여길 수 없는 시인의 깊은 사유를 느끼게 하는 동시다.
눈물을 쏙 빼야 가볍다
선생님께 꾸중 듣고
쪼그려 앉아 우는 친구
가벼워질 때까지
시원해질 때까지
텅 빈 운동장에서
기다려 주었다
―「속상할 땐」
시인의 따뜻한 심성이 느껴지는 동시다. 이 동시집에서 친구간의 우정을 유쾌하게 다룬 작품이 여럿 있지만 이 작품에 이르면 비로소 깊은 울림을 주게 된다. 속상해서 혼자 “쪼그려 앉아” 울어 보지 않고서는 이런 노래를 부를 수 없을 것 같다. 그럴 정도로 이 시에서는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이 담겨 있고 친구에 대한 진한 애정을 느끼게 된다. 속상해 울고 있는 친구를 “눈물을 쏙 빼야 가볍다”면서 곁에서 가만히 지켜주는 아이. 두 아이의 사랑스런 모습이 눈앞에 선하게 그려진다. 단 몇 줄의 시행으로도 이처럼 진한 휴머니즘을 자아낼 수 있고 깊은 감동을 줄 수 있다.
이처럼 이 동시집에는 가족과 친구에 대한 사랑, 일상의 유쾌함과 긍정과 기쁨으로 가득하다. 이러한 따뜻한 정감과 사랑은 자연과 동물들에 대해서도 변함이 없다. 도로를 건너는 ‘아기 두꺼비’를 위해 기꺼이 차를 멈추기도 하고(「아기 두꺼비 이사 가라고」), 동물원에 갇힌 사자를 고향으로 돌려보내는 마법을 꿈꾸기도 한다(「동물원에 간 마법사」). 이외의 동시에서도 반려견과 길고양이, 겨울 까치 등 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우리의 삶을 따뜻하고 정감 있게 그려내고 있다.
이 동시집을 통해 어린이들은 동시 읽는 재미와 유쾌함을 느끼게 되고, 나아가 가족과 친구, 그리고 우리와 함께 살고 있는 모든 생명체에 대한 이해와 사랑, 그리고 공감과 배려를 배우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