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속에서
바람을 제대로 받아서 부풀어 오른 돛처럼, 성령으로 잉태한 여인의 몸은 매우 분명하고 힘 있는 상징입니다. ‘주님 뵐 날을 고대하며 하늘 항구를 향해 항해를 계속하는 세상’이라는 배가 순조롭게 나아갈 수 있도록 그 위에 둥그렇게 부푼 돛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입니다. ▷10쪽
고개를 들지 않는 사람은 무지개가 뜬 것을 볼 수 없다. 우리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할 때라도, 한줄기 빛이 눈물에 닿으면 무지개가 떠오른다. ▷21쪽
누군가를 깊이 신뢰할 때 얻는 평온함… 아무 바람에나 날리는 깃털의 가벼움이 아니라, 공중에 떠있다가 더 멀리 날아가기 위해 바람의 힘을 이용하는 새의 가벼움… 바람을 만난 새는 날갯짓을 하지 않는다. ▷23쪽
영원은 모든 순간 속에서 빛나고, 모든 순간은 영원 속으로 스며든다. 다시 오실 주님을 기다리기에, 그리스도인의 삶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대림 시기를 사는 것과 같다. ▷27쪽
하느님이 베들레헴에서 수없이 태어나신다 해도, 우리 안에서 태어나실 수 없다면 참으로 허무할 것이다. 모쪼록 우리 안에서 친구처럼 허물없고 연인처럼 섬세한 하느님이 태어나시기를! ▷29쪽
우리가 하는 말과 행동이 누군가의 삶을 위로해 주지 못한다면, 우리는 그리스도를 선포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55쪽
성모님에 대한 참된 신심을 고취하기 위해 성모 호칭 기도문에 ‘모든 은총의 중개자’ 같은 엄숙하고도 거창한 호칭을 하나 더 추가하는 일이 과연 얼마나 효과적일지 궁금하다. 좀 더 소박하고 우리 삶과 더 친숙하게 느껴지는 ‘서둘러 가는 여인’ 같은 호칭을 추가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싶다. ▷84쪽
하느님을 잉태한 채 유다 산악 지방으로 길을 떠나는 마리아의 모습은, 우리 삶의 의미와 목적에 관해 복음서가 제시하는 장면 가운데 가장 강렬하다.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삶에서 자기 안에 품은 하느님을 나르는 사람이 된다는 뜻이다. 보물 같은 그분을 전하기 위해 길을 떠난다는 뜻이다. ▷8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