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고기가 살지 못하는 지구에선 우리도 살 수 없어요!
혹시 여러분은 바다에 가 본 적이 있나요? 바다를 떠올리면 어떤 것들이 생각나나요? 넘실대는 새하얀 파도, 뜨거운 모래사장, 형형색색의 파라솔 같은 것들이 생각날 거예요. 평화롭게 바다를 헤엄치는 물고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런 물고기들이 우리의 식탁에 올라 맛있는 요리로 변신하기도 합니다.
추석을 맞아 고은이네 가족도 생선 요리를 준비합니다. 그런데 생선을 손질하던 고은이의 엄마는 깜짝 놀라고 맙니다. 생선의 배 속에서 플라스틱 튜브와 빨대 같은 쓰레기가 발견되었거든요. 명절 음식은 남더라도 무조건 넉넉하게 해야 하는 거라고 큰소리치던 할머니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집니다. 평소에 푸른 지구를 만들기 위한 봉사활동을 하는 고모마저도 할 말을 잃었죠. 가족 모두가 마법에 걸린 것처럼 조용해졌습니다. 환경 오염이 심하다는 이야기는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눈으로 직접 본 건 처음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추석 전날, 생선 가시가 목에 걸려 고생을 했던 고은이의 심정은 조금 더 남다릅니다. 고은이는 목에 걸린 가시를 빼러 병원에 갈 수 있었지만, 물고기는 병원에 갈 수 없었으니까요. 물고기가 자신을 괴롭혔다고 원망했지만, 사실은 인간들이 물고기를 괴롭힌 것임을 깨달은 고은이는 물고기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게 됩니다. 이후 가족들과 함께 환경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할 것을 다짐하지요.
■ 작은 힘이 모이면 기적이 된다
《물고기야 미안해》 속의 이야기는 단순히 상상 속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미 어촌에서는 잡은 물고기의 배 속에서 쓰레기가 나오고 있다는 뉴스가 종종 보이곤 하거든요. 우리가 환경을 지키지 않는다면 이런 일은 앞으로 점점 더 자주 발생할 겁니다.
배다인 작가는 아주 평범한 초등학생 고은이의 모습을 통해 어린이 독자들에게 환경 문제가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앞에 닥친 문제임을 보여 줍니다. 주인공 고은이는 귀여운 동생을 잔뜩 예뻐하다가도, 가족들이 동생만 귀여워하는 것 같아 토라지기도 하는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어린이거든요. 속상함에 치!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가도 선물에 마음이 사르르 녹고, 학교 수업 시간에 본 무시무시한 쓰레기 섬 이야기를 관련이 없는 이야기처럼 여기고 흘려듣기도 하지요. 어린이 독자들은 자신을 닮은 고은이의 이야기를 읽어 나가며 환경을 지키겠다는 고은이의 다짐에 동참하게 됩니다.
환경 문제를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하면 점점 뜨거워지는 지구를 식힐 수 없습니다. 《물고기야 미안해》는 어린이들이 일상 속에서 지킬 수 있는 다양한 탄소 중립 실천 방안을 제시하며 길잡이가 되어 줍니다. 고은이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해 주는 고모의 입을 통해 탄소 중립이라는 어려운 개념에 대해서도 쉽게 설명해 주고요.
부록 페이지에서는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면 안 되는 이유에 대해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춘 간단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환경에 대한 글쓰기를 권유하면서 환경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이끌기도 하지요. 어린이들이 앞으로 살아갈 지구를 지키기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 실천이 중요하니까요.
어린 시절의 가치관과 생활 방식은 어른이 된 이후에도 마음 속에 남아 있습니다. 기후 위기 시대를 살아갈 어린이들이 환경 문제를 자신의 일처럼 느끼고 다양한 노력을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작가가 말하듯, 작은 힘이 모이면 기적이 됩니다. 교육 현장에서 항상 어린이들을 향한 진심으로 애써 온 배다인 작가의 이번 작품이 그 기적의 시작점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