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는 ‘치유의 시작’이다
지리산학교 발효산채요리반 양영하 선생의 요리 수업
지리산에 사는 즐거움과 자연의 지혜를 담은
건강하고 소박한 계절별 레시피와 글
도시에서 살다가 지리산 자락으로 귀농한 이들에게 각종 산나물과 제철 재료로 요리하는 법을 가르쳐온 양영하 선생의 책이 나왔다. 단순하게 살고 싶어 자연의 품에 안긴 사람들에게 저자는 자연에서 난 것들로 소박하게 밥상차리는 법을 가르쳤다. 10년 동안의 요리 수업 내용을 정리한 이 책은 소담한 음식 레시피와 요리를 중심으로 지리산 자락에 모인 사람들과의 따뜻한 이야기를 담았다. 고민과 연구를 거듭하며 특허 상품을 개발해온 양영하 선생의 계절별 발효요리와 응용 요리를 함께 따라하다 보면 몸과 마음이 회복되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나의 요리 수업 교과서는 자연이었다”
학생들과 산으로 강으로 소풍 다니며 자연의 맛을 요리하는
지리산 자락의 최고 인기 선생, 양영하의 첫 번째 요리책
저자 양영하 선생은 한약방에서 근무하던 중 혼자 산을 개간하며 농사짓는 남자의 연애편지를 받았다. 그 남자는 시 읽는 농부, 《바람이 수를 놓는 마당에 시를 걸었다》의 공상균 작가이다. 부부는 전기도 없는 산속의 흙집에서 두 아이를 낳고 키웠다. 산골 생활은 자연을 텃밭처럼 생각하게 했다.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텃밭으로 가는 발걸음이 즐거웠고 지천에 올라오는 고사리와 취나물, 산뽕나무 잎은 계절 밥상을 차리기에 좋았고, 방아 잎과 초피 잎은 최고의 향신료였다. 머릿속으로 메뉴를 정하는 동시에 텃밭과 자연으로 달려가 식재료를 얻어 계절마다 다른 밥상을 차려내는 일이 즐거웠다.
아이들이 크면서 사람을 그리워하자 섬진강과 지리산 자락의 하동으로 이사해서 남는 방에 민박을 시작했다. 찾아오는 이들이 고마워 밥상을 차렸는데 밥 먹으러 민박 오는 이들이 점점 많아졌다. 숨어 있는 맛집이라며 관관버스를 대절해 찾아오는 이들도 있었다.
지리산학교가 생기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요리 수업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요리를 통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된다면 되돌려주고 싶은 마음에 저자는 허락했다. 지리산 자락에 나는 재료로 그동안 만들어 먹었던 것들을 강의하기로 마음을 정했다.
2011년부터 지리산학교 발효산채요리반의 교사를 시작했다. 요리 수업 교과서는 자연이다. 계절마다 각종 나물과 재료를 구하러 소풍 삼아 길을 나서기에 한 학기가 끝나기 전에 수강생들은 모두 친구가 되고, 가지각색 요리를 집으로 가져가니 수강생들의 가족도 좋아하는 인기 수업이 되었다.
“정해진 레시피를 살짝 변형하는 건 창작의 기쁨을 수반한다.
그래서 늘 새로움이 샘솟는다”
이 책에는 계절에 따른 제철 재료로 뜻밖의 재료 한두 가지를 더하면 전혀 새로운 간식과 반찬이 되는 맛있는 ‘응용 요리’와 몸에 좋은 발효요리가 풍성하고 소담하게 정리되어 있다.
책은 건강하게 맛과 풍미를 돋구어주는 자신만의 천연조미료를 만드는 것으로 시작한다. 발효액을 사용하면 맛도 영양도 유익하기 때문이다. 기존의 레시피를 살짝 변형해 자신만의 것으로 만들며 창작의 기쁨을 추구해온 저자는 매화가 피는 봄에 만들기 좋은 김장아찌부터 한겨울에 간편하게 장을 담그는 방법 등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제철 요리 레시피 68개를 소개한다. 자연의 지혜를 담은 레시피와 함께 지리산 풍경을 바탕으로 저자가 직접 찍은 요리 사진과 글은 보고 읽는 것만으로도 몸과 마음이 따뜻하게 치유된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만끽하는 즐거움을 요리하는 음식과 글
“쑥국을 먹어야 비로소, 봄”
봄의 전령 쑥이 올라오면 달래와 냉이를 뜯고 표고목에 핀 백화고를 썰어 쑥국을 끓인다. 쑥밥을 지어 밥알이 듬성듬성 남게 찧어 간단하게 떡을 만들고 봄 바람에 쑥을 띄워 차를 만든다. 산과 들에 핀 봄동갓, 머위, 명이나물, 능개승마, 제피, 뽕잎나물, 고추나무 순 등을 뜯어 나물로 무치고 장아찌를 담근다. 초피나무 열매로 향신료를 만들고 후식으로 앵두나무 아래 서서 실컷 먹다 남은 앵두로 잼을 만들고 뜯어온 산야초로 부각과 물회, 나물모둠 전골을 만드는 봄 밥상은 연두빛이 가득한 봄동산을 보는 것 같다. 봄에 나온 풍성한 봄나물을 말려 묵나물을 만들어두는 일도 봄날의 기쁨이다.
“냇가에서 잡은 다슬기로 수제비를 끓이고, 여름”
한여름 노동으로 땀이 흐르면 개울에 들어가 물놀이를 하다 사위질빵 꽃 향기를 맡게 되면 다슬기를 잡는다. 다슬기가 가장 맛있다는 걸 알려주는 신호다. 다슬기 한 바구니를 잡아 애호박과 매운고추 넣고 수제비를 끓이면 모두가 행복한 여름 보양식을 만든다. 여름 밥상을 지켜줄 열무김치와 양파, 상추, 매실 등으로 김치를 뚝딱 만들고 수확해둔 앵두, 오디, 딸기 등 과실로 잼과 빵에 발라먹을 페스토를 만든다. 무엇보다 완숙 매실로 매실퓌레를 함께 만들어 이웃에게 선물로 나눠준다.
“금목서 피었으니 그네를 탄다, 가을”
그네에 앉아 몽환적인 금목서 향을 맡는 가을이 오면 요리의 색을 돋궈줄 맨드라미를 요리한다. 꽃으로 청을 만들고 잎은 부각과 묵나물을 만든다. 가을학기 첫 수업으로 심신을 위로해주는 알배기배추단호박백김치를 담고 식혜 카페를 차려도 좋을 온갖 식혜를 만든다. 발효차식혜, 단호박식혜를 비롯하여 자색고구마, 당근, 녹두, 우슬로도 식혜를 만든다. 산에서 자란 야생버섯 향을 가두기 위해 버섯조청과 짜지 않고 맛있는 수제 육포, 고소하고 맛있는 다양한 간식들, 코코넛아몬드와 콩, 감자부각, 밤조림까지 다양한 다식과 가을김치의 꽃, 솎은무짜박이김치와 간단하게 고추장을 만들고 피아골로 단풍 구경을 간다.
“함께 물드는 겨울”
서리를 맞은 구절초와 쑥부쟁이 꽃잎이 힘없이 고개를 숙이면 생강청 만드는 일로 겨울을 시작한다. 차와 요리에 여러모로 쓰임이 많은 생강청을 만들고 나면 동치미를 담근다. 한 숟갈씩 먹으면 추운 겨울을 거뜬히 견디게 하는 잣고추장장아찌와 가을 마당의 운치를 더해준 곶감을 내려 대추, 매실, 호두, 잣을 다져넣은 곶감단지, 꾸지뽕정과와 한라봉껍질정과 등 다양한 간식과 다식을 준비하고 수업의 마지막은 김장김치로 요리 수업도 방학에 들어간다. 끝으로 된장을 담그기 위해 메주를 만들어 처마 아래 매달아 홀가분하고 고즈넉한 겨울을 즐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