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의 교주들은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
경쟁, 질병, 인간관계로 고달픈 현대인들
신으로 위장한 사이비 교주들이 당신의 약점을 노린다!
신의 탈을 쓴 상습 강간범. 사이비 치료사. 신도들의 영생을 보장한다는 사기꾼. 자칭 재림예수. 특정 연월일 자정에 세계가 멸망한다는 종말론자. 착시 현상을 기적으로 포장하는 마술사 교주…. 때로는 경악할 정도로 사악하며, 때로는 희한할 정도로 황당한, 대한민국의 교주들이 총출동했다.
〈나는 신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 〈PD수첩〉 등 국내 탐사 보도 프로그램이 사이비 종교 취재 전 자문을 구하던, 30년 경력의 국내 최고의 사이비 전문 취재기자 장운철. 〈나는 신이다〉 이재록 편에는 직접 출연하기도 했다. 그가 이번에 펴낸 『나는 교주다』는 말 그대로 교주들의 행태에 대한 고발이다. 통계적으로 대한민국의 사이비 교주들은 드러난 것만 80여 명에 달한다고 한다. 하지만 저자는 그것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며, 사이비 종교의 특성이 자기 은폐이기 때문에 그들은 우리 주변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다고 이야기한다. 교주의 마각은 우리와 우리 가족, 주변 사람들에게 언제나 뻗칠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다. 평범해 보이는 교회로 위장하고, 영입 신도들을 단계적으로 세뇌해서 교주를 신으로 믿게 만드는 수법은 1부 두 번째 꼭지, 「악의 소굴에서 빠져나오는 기술」에서 생생하게 묘사된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잠입 취재기로, 기자의 실제 경험에 바탕을 두고 있다. 언뜻 사이비 종교의 타락상을 날것으로 폭로하는, 흥미 본위의 출판물이 연상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은 교주, 단체의 실명을 되도록 밝히지 않는다. 교주들의 ‘행태’에 집중하기 위해서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그는 교주들이 어떤 수법을 쓰고, 어떤 사람들을 노리고, 어떤 특징을 지니는가를 낱낱이 파헤친다. 그럼으로써 독자 자신이, 그 가족이, 그리고 우리 이웃들이 사이비 교주에 현혹되지 않는 세상을 만들려는 의지를 보인다.
책의 1~3부에서는 이런 교주들의 행태를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한국 교주들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사기꾼 또는 정신이상자’. 이것으로 교주들의 목적은 설명된다. 그에 근거한 교주들의 행각은 무척 사악한 것부터 때로는 실소가 나올 정도로 우스운 것들까지 무척 다양하다, 공통점이라면, 신도들을 홀리는 교주들의 발언, 행동, 영업 수단들이 냉정하게 봤을 때 무척 허술하다는 것이다. 때로는 황당할 정도다.
교주들은 누구인가?
성공하는 교주들의 영업 비밀은 무엇인가?
그들의 유혹에 걸려들지 않으려면 어떡해야 할까?
사이비 종교 전문 취재기자가 그 비밀을 밝힌다
4부에서 저자는 이야기한다. 한국인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지적 역량을 갖춘 국민이다. 즉 바보라서 속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 점을 지적하는 동시에, 저자는 한국에서 사이비 교주들이 번성하는 단 하나의 근본적 원인을 제시한다. 그것은 바로 사랑의 결핍이다.
불안,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 등에 빠져 있는 사람들에게 교주의 모호하면서도 확신에 찬 어투는 기가 막히게 잘 들어맞는 복음으로 들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병에 걸린 사람들이나 그 가족은 이런 블러핑에 넘어가기 쉽다. 4부 중 「교주 되는 법」 꼭지에서는 농담 반 진담 반을 섞어, 이런 교주의 세뇌 전략의 요점을 꼬집는다. 캐릭터 구축하기. 캐릭터에 자기 확신 갖기. 누구 하나 걸릴 때까지 무차별적으로 홍보하기. 한 입으로 두 말을 지속해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기. 저자의 말에 따르면, 이런 전략을 구사하여 정말 맹신도 하나만 걸리면 그때부터는 ‘땅 짚고 헤엄치기’, 탄탄대로다. 이렇게 ‘하나만 걸려라’라는 식의 전술은 사회적으로 취약한, 그중에서도 선량한 사회 구성원들을 주로 공략하기에 문제가 심각하다. 이를 방어하는 가장 효과적인 무기가 일차적으로는 주변의 사랑이고, 더 크게 보면 사회 공동체의 관심이다.
목회 활동을 하는 이로서 저자는 신앙인에 대한 조언도 빼놓지 않는다. 신앙생활을 ‘잘’해야 사이비의 꼬임에 넘어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신비(mystery)와 신비주의(mysticism)를 구분하고, 전자를 추구하되 후자에 경도되어서는 안 된다는 조언이 무겁게 다가온다.
흥미와 가독성, 공익적 관점과 우리 사회에 대한 성찰을 두루 공유하는 귀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