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자전거가 달리는 인생길, 그리고 완주에 보내는 응원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옛말이 있습니다. 그것은 자신이든 타인이든 어쩌면 모두 해당될 수도 있는 말이 아닐까요? 미술치료사로 활동하던 작가는 ‘나’에 대해 알고 싶어하고, 자신이 누군가에게 어떠한 ‘너’로 받아들여지고 있는가에 따라서 힘들어하는 경우를 자주 만났다고 합니다. 16장면으로 완성된 이 그림책에서는 매 장면마다 주인공, 즉 ‘나’로 표현되는 인물이 다릅니다. 자신의 장면에서 주인공이었던 ‘나’는 그 이외의 장면에서는 주변 인물로 등장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계속 이어가고 있는 모습도 인상적입니다. 자신의 삶에서는 내가 주연이지만 타인의 삶에서는 조연인 우리들의 모습을 작가는 인물의 채도를 다르게 표현하여 시각적으로 투영시키고 있습니다.
김경신 작가와 만난 지 십 년이 지나 첫 그림책이 나왔습니다. 작가는 자신의 MBTI유형 인물인 INFP형을 맨 마지막으로 경기를 마치는 장면에 두었다고 합니다. 편집자로서 기다리기에 짧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화가로서의 삶과 결혼과 출산, 육아의 터널이 이어지는 중에서도 그녀는 마침내 이 길을 완주해냈습니다. 책에서 ‘챔피언’을 들고 마지막으로 들어오는 선수를 응원하는 ‘너’의 마음이 작가를 향한 편집자의 마음과 다를 바 없습니다.
『나는 너는』의 꽃을 피우는 파라텍스트
매 장면마다 달라지는 화자의 구분을 돕기 위해 디자이너는 글 텍스트 ‘나는’의 타이포를 해당 장면에서 주인공이 입은 상의의 색깔로 표현했습니다. 더불어 경기가 시작되고 페이지가 넘어가면서 자전거가 달리는 속도가 느껴질 수 있도록 타이포 기울기의 각도를 크게 해 속도감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앞뒤 표지는 제목의 의미가 가장 잘 닿을 수 있도록 내가 나를 보는 ‘나는’의 의미로 정면, 타인이 나를 보는 ‘너는’의 의미로 뒷면을 배치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자전거 휠의 느낌이 더 잘 나타나도록 은박을 가공하는 등의 파라텍스트는 그림책의 의미를 깊고 넓게 전달하는 재미를 더해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