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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그만두고 유머를 연마했다


  • ISBN-13
    979-11-989173-0-0 (04810)
  • 출판사 / 임프린트
    타이피스트 / 타이피스트
  • 정가
    12,0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4-10-10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최민우
  • 번역
    -
  • 메인주제어
    시: 시인별
  • 추가주제어
    -
  • 키워드
    #한국시 #시: 시인별
  • 도서유형
    종이책, 무선제본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20 * 190 mm, 172 Page

책소개

독립 문예지로 활동을 시작한 최민우의 첫 시집 『학교를 그만두고 유머를 연마했다』가 타이피스트 시인선 005번으로 출간되었다. 최민우 시인은 이번 시집 출간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하는 신인이다. 청년 세대의 현실을 독특한 유머로 비틀면서, 인디 문화와 결합된 시편들이 겹겹의 모순과 괴리로 가득한 세계 속에서 경쾌한 상상의 세계를 만들어 낸다. 최민우의 시는 슬픔에 쉽게 매몰되지 않는다. 나와 타자 사이를 오가며 하나의 소시민적 믿음으로써 슬픔을 벗어나게 하고 우리를 다음 장면으로 나아가게 한다.  

 

최민우는 마침내 해야 하는 ‘단 하나의 이야기’를 시작하기 위해 자신과 세상을 동일화시키지 않고 몇 걸음 떨어져 관찰한다. 누구에게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 수 없지만, “내가 비닐우산을 챙길 적에 그리스와 리비아는 폭우가 덮쳐 사람들이 떠내려”(「정체성」)가고 있었던 것처럼, 일상에서 수행하는 행위들에서 모종의 죄책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우리는 또다시 하루하루를 감내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음을 이야기한다. 해설을 쓴 최선교 문학평론가의 말처럼, 여기에서 신의 구원이나 회심은 찾기 어렵다. 신 역시 이런 세계에서 자신이 해야 할 책임이 있지만, 이행하지 않는 자의 죄를 가진 것이다. 신과 우리의 입장이 다르지 않다. 그렇게 시인은 신의 세계를 비틀어 유머를 연마하며 사랑으로 세상을 관찰하는 자이다. 

목차

1부 양지 바른 곳에 묻혀 풍경이 되는 게 낫다 

소시민/ 폭설 여름/ 정체성/ 첫인상 페스티벌/ 롱숏/ 고라니 특공대/ 페퍼로니/ 길티 플레저/ 얼룩말이 비틀즈를 듣는 상상/ X맨이 분명합니다/ 풍경을 500자 이내로 서술하시오/ 2021 지하철 시민 창작 詩 공모전/ 날씨 좋을 때 꺼내 보는 메모/ 스테인리스 비누/ 정결  

 

2부 이상한 다큐멘터리들을 너무 오랫동안 보았다 

타로 카드/ 팝콘 좀비/ 남긴 우유들만 가는 천국/ 튤립 축제/ 폐건물 서커스/ 화목원/ 딱지 펭귄/ 디지털 방충망 세계/ 발레는 불타지 않는다/ 테라포밍/ 행렬을 앞지르는 키링/ 안드로이드 이카루스/ 플라타너스 잎으로 만든 튀김/ 창백한 푸른 점 

 

3부 물방울처럼 맑게 터진다면 좋겠다 

태움/ 자기혐오자/ 아트시네마/ 몸으로 말해요/ 메모리얼 스톤/ 물총놀이/ 맑게 터지기/ 겨울 팔레트/ 동화 만드는 법/ 오늘의 뉴스/ 입맞춤으로 밀봉한 편지/ 부재중/ 신청곡은 Shugo Tokumaru(トクマルシュー ゴ)—Hora/ 달빛으로 자란 검은 나무  

 

4부 당신의 기분을 책임져 드립니다

산타가 울면서 말해서/ 찾아가는 라디오/ 우아한 쇠퇴/ 큐레이터/ 겟세마네/ 낙엽을 쥔 사람들/ 나는 너를 잊지 아니 할 것이라/ 재활용품 재활용 위원/ 두상 교정 헬멧/ 이어서 쓴 시/ 망치를 들고 있으면 모든 것이 못으로 보인다/ 음악 작업 방송/ 누가 너를 내게 보내 주었지?/ 태풍과 카레

 

해설_다음 장면으로 넘어가기(최선교)


 

본문인용

돌아오는 길에 문 앞에서 죽은 새를 보았다 가지런히 누워 있길래 무심코 애도했는데 동시에 고양이의 보은일까 생각했다 ―「소시민」 중에서

 

우리는 애도보다 생활에 익숙해져야 했다. 수많은 사람이 나를 통과한다. 희망 없이 이어 가는 일에 대해. 나는 손을 내밀며 내 말이 들리지 않을 만큼만 돕는다. ―「정결」 중에서

 

책에 적힌 모든 은유를 이해하니 

사랑이라는 쓸모없는 감정이었다 ―「타로 카드」 중에서

 

매점으로 향하는 낡은 벽에 욕설과 함께 내 이름이 적혀 있었다 

나는 돌멩이를 들었지만 누구도 내려치지 않았다 

다만 나를 적은 사람들의 이름을 똑같이 적어 두었다 ―「행렬을 앞지르는 키링」 중에서

 

나는 아빠를 화분에 파묻은 채 일주일마다 물을 준다 

밥은? 잠은? 아픈 데는? 엄마 말 잘 듣고 

 

 

 

눈 깜빡하면 그가 살아날 것만 같다 

학교 가서 자랑해야지 ―「플라타너스 잎으로 만든 튀김」 중에서 

 

사랑받지 못한다는 허영
 

나를 버리면 행복해질 거라고 말하니 

무엇이든 한 번에 알아듣지 못하던 엄마도 

화를 낸 적 있다 ―「메모리얼 스톤」 중에서

 

농장주가 곰의 허리에 손을 찔러 넣는다

이 곰을 팔면 다른 곰의 사료도 살 수 있어요

결국 곰을 위한 거죠 곰을 살리는 거예요―「겟세마네」 중에서

 

나의 기도가 죽은 것처럼 보이면 어쩌죠

근데 너는 시를 쓰고 있잖아 어차피 믿음 좋다고 할걸

맞아요 언제부턴가 전 기도할 때 눈을 감지 않아요

너무 작아서 사람들은 감은 걸로 착각하니까요 영영 들키지 않아요―「나는 너를 잊지 아니할 것이라」 중에서

 

가장자리에 있는 꽃들은 이미 어떤 사람의 발에 밟혀 축 늘어져 있었다. 죽은 걸까. 나고 자란 것이 아닌 심고 세운 것들. 나는 그것을 예쁘다고 말하고 있다. ―「튤립 축제」 중에서

 

예수의 한결같은 머리를 보면 가발이 아닐까 

늘 잡아당겨 보고 싶었어 주인이 미소 짓는다 

 

사람들의 통성기도가 하품으로 멈춘다 

손은 떠는데 아무도 흐느끼지 않았다 

 

남자는 왠지 그것도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타로 카드」 중에서


 

서평

모순과 괴리로 가득한 세계 속에서

슬픔에 매몰되지 않고 유머를 연마하는 방법

 

독립 문예지로 활동을 시작한 최민우의 첫 시집 『학교를 그만두고 유머를 연마했다』가 타이피스트 시인선 005번으로 출간되었다. 최민우 시인은 이번 시집 출간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하는 신인이다. 청년 세대의 현실을 독특한 유머로 비틀면서, 인디 문화와 결합된 시편들이 겹겹의 모순과 괴리로 가득한 세계 속에서 경쾌한 상상의 세계를 만들어 낸다. 최민우의 시는 슬픔에 쉽게 매몰되지 않는다. ‘나’를 타자처럼 바라보며 그 사이를 오가며 하나의 소시민적 믿음으로써 슬픔을 벗어나게 한다. 최민우의 시는 우리를 다음 장면으로 나아가게 한다.  


 

‘그래 제길 나 이렇게 살았어’

농담과 진담을 구분하지 않아도 웃음을 나누며


 

동사무소 거울 앞에 항상 행복하세요라고 쓰여 있길래

이 건물이 내게 무리한 요구를 한다고 민원 넣었다 ―「소시민」중에서

 

축제가 열리는 공원이었다. 발아래 일렬로 배치된 튤립들. 온통 복제된 밭이었다. 가장자리에 있는 꽃들은 이미 어떤 사람의 발에 밟혀 축 늘어져 있었다. 죽은 걸까. 나고 자란 것이 아닌 심고 세운 것들. 나는 그것을 예쁘다고 말하고 있다. ―「튤립 축제」중에서


 

시인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십 대를 핍진하게 그려내면서 ‘나’와 세상이 겹겹이 감싸고 있는 그 무언가에 대해 묻는다. 자연스러운 것보다 인위적이고 즉흥적인 삶의 풍경에서 자신이 느끼는 이 정체 모를 괴리감과 죄의식, 그럼에도 그 삶에 녹아든 자신의 모습에서 시인은 새로운 질문들을 발명하고 있다. “그래 제길 나 이렇게 살았어.” 그럼에도 오래 보아 온 사람의 눈은 더 세밀하고 더 멀리 볼 수 있게 된다. 최민우는 자신이 지금껏 관찰해 온 세상의 풍경들에서 옳은 것과 옳지 않은 것 사이를 횡단하는 사람들을 본다. 그런 세상을 기괴하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관찰자인 최민우 역시 자신을 기괴하다고 느낀다. 이런 기행들로 가득한 하루의 일상에서 “동사무소 거울 앞에 항상 행복하세요라고 쓰여 있길래/ 이 건물이 내게 무리한 요구를 한다고 민원”을 넣기도 한다. 


 

마침내 사랑이 되기 위해 


 


 

애도와 보은으로 바라보는 세계

 

돌아오는 길에 문 앞에서 죽은 새를 보았다 가지런히 누워 있길래 무심코 애도했는데 동시에 고양이의 보은일까 생각했다 ―「소시민」중에서

 

사람들의 통성기도가 하품으로 멈춘다 

손은 떠는데 아무도 흐느끼지 않았다 

 

남자는 왠지 그것도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타로 카드」중에서

 

이 세계는 행복을 노래하면서 불행을 선사한다. 이런 사회의 시스템 속에서 우리는 안전하지 않고 매번 상처받으며, 누군가에게 보금자리를 빼앗기기도 하고, 직장을 잃기도 한다. 이런 사회 속에서 ‘나’를 온전히 보호받지 못하고, 세상의 불의에 대해 알 수 없는 죄책감을 느끼기도 한다. 내가 누리는 어떤 안전함이 누군가의 것을 빼앗음으로 해서 가능했던 것이 아닐까라는. 이렇듯 행복이면서 불행이기도 한, 애도가 보은이 되기도 하는 세계의 이중성에 대해 최민우는 예민하게 감각하는 시인이다. 

시인은 마침내 해야 하는 ‘단 하나의 이야기’를 시작하기 위해 자신과 세상을 동일화시키지 않고 몇 걸음 떨어져 관찰한다. 누구에게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 수 없지만, “내가 비닐우산을 챙길 적에 그리스와 리비아는 폭우가 덮쳐 사람들이 떠내려”(「정체성」)가고 있었던 것처럼, 일상에서 수행하는 행위들에서 모종의 죄책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우리는 또다시 하루하루를 감내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음을 이야기한다. 해설을 쓴 최선교 문학평론가의 말처럼, 여기에서 신의 구원이나 회심은 찾기 어렵다. 신 역시 이런 세계에서 자신이 해야 할 책임이 있지만, 이행하지 않는 자의 죄를 가진 것이다. 신과 우리의 입장이 다르지 않다. 그렇게 시인은 신의 세계를 비틀어 유머를 연마하며 사랑으로 세상을 관찰하는 자이다. 

저자소개

저자 : 최민우
2021년 웹진 《아는사람》에서 에세이 「20세기 아는 사람」을 발표하며 활동을 시작했다. 전자양을 즐겨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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